[GLOBAL_일본] 침체 시장 살린 프리미엄 맥주 인기 비결

지난해 판매량 7% 성장…세분화된 고객 입맛에 ‘딱’


프리미엄 맥주의 인기몰이가 눈길을 끈다. 애초 프리미엄 맥주는 틈새 상품이었다. 점유율 하위 메이커가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게 대박을 내자 시선이 달라졌다. 지금은 침체 일로의 맥주 시장을 되살릴 유력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맥주 시장은 2003년 5억1344만 케이스에서 9년 연속 하락세다. 2013년에는 전년보다 1% 줄며 4억3357만 케이스에 머물렀다. 반면 프리미엄 맥주 판매량(2900만 케이스)은 호황 훈풍에 힘입어 7% 늘었다. 올해는 7~10% 증가세가 예상된다. 가정에서의 프리미엄 맥주 소비 의욕도 전년보다 13% 증가(44%)했다(산토리 설문 조사). 성장 기대가 커지자 각사의 경쟁이 치열하다. 무엇보다 전체 시장에서의 비중이 10%에 불과해 성장성이 고무적이다.

프리미엄 맥주는 엄선 재료는 물론 지속 숙성이 특징이다. 즉 맛이 좋다. 원재료 등 제조 방법에 각별히 정성을 들여 일반 맥주보다 10~30% 비싸다. 비싼 만큼 마진이 좋아 각사는 신상품 출시 경쟁에 사활을 걸었다. 맥주 시장은 일반 맥주, 발포주, 제3의 맥주 등 다양하다. 세분화된 고객 입맛과 얇아진 지갑 사정이 다양화를 불렀다. 저출산·고령화의 인구 변화 때문이다. 청년 세대의 맥주 이탈이 대표 악재다.

그 와중에 청량음료에 준하는 저가격의 제3의 맥주가 급성장했다. 2004년 전국 발매로 제3의 맥주를 주도한 삿포로의 ‘드래프트 원’이 대표적이다. 이후 경쟁이 치열해졌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2012년 과세 출하량은 전년 대비 1.1% 늘어난 1억5501만 케이스에 그쳤다. 이를 비집고 들어온 게 프리미엄 맥주다.

시장은 양강 체제다. 산토리의 ‘더 프리미엄 몰츠’와 삿포로의 ‘에비스’가 시장을 양분한다. 고급 맥주 시장의 60%는 아사히의 ‘더 프리미엄 몰츠’다. 1989년 한정 판매된 ‘몰츠 슈퍼 프리미엄’이 원류다. 2003년 브랜드명을 바꾼 이후 매년 반복해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음식점 등에서의 판촉 증가도 도움이 됐다. 이를 토대로 올해도 여름·가을의 기간 한정 신제품을 출시해 힘을 보탤 계획이다.



점유율 30%의 ‘에비스’는 눈에 띄는 광고 효과 덕분에 1990년대 중반부터 착실히 시장점유율을 늘렸다. 이 회사의 절대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건 아사히다. 업계 최대 회사인 아사히가 특정 시즌 선물 전용이던 ‘드라이 프리미엄’을 2014년 2월부터 상시 판매하면서 불을 붙였다.

2013년 6월 맥아와 양조 과정을 차별화해 금색 패키지로 내놓은 선물 전용 제품이 주력 카드다. 추석 시즌 때 당초 목표의 2.7배에 달하는 189만 세트를 팔아 화제를 모았다. 올 2월부터 내놓은 상시 판매의 고급 맥주는 도수를 5.5%에서 6%로 높여 고급감과 만족감을 향상시켰다. 기린도 세븐일레븐에서만 팔던 ‘그랜드 기린’을 전국 편의점에 납품하기 시작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고민스러운 것은 기존 브랜드의 잠식 우려다. 신제품이 구제품을 잡아먹을 염려다. 전체적인 시장 파이가 늘어나지 않는 가운데 동일 회사의 브랜드 안에서의 경쟁이 우려된다. 그동안 아사히의 대표 간판이던 ‘슈퍼드라이’가 프리미엄 맥주 때문에 세가 꺾일까봐 그간 신제품 진입에 신중했던 것도 이런 이유다. 해법은 제조 방법을 업그레이드해 자사보다 타사 점유를 빼앗는 것으로 요약된다. 주력 제품을 진화시켜 기존 파이를 지키면서 타사 고객을 유인하는 전략이다. 승부수일지, 자충수일지 불투명하지만 시장 반응은 일단 우호적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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