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에세이] ‘제2의 벤처 붐’을 기다리며

성장 잠재력이 크지만 시장 실패 내지 취약한 신산업에 대해 성장 잠재력, 전후방 효과,
고용 창출 등의 우선순위를 정해 보다 과감하고 범국가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가 2년 차를 맞으면서 지난 2월 25일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초점은 벤처 창업으로, 2014~2017년 4년간 창업 초기 기업 투자에 약 4조 원의 정책 자금을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벤처 펀드 투자 총액은 연평균 1조 원 남짓이고 그중 창업 초기 투자가 약 30%였던 점을 감안하면 기업 생태계상 창업 초기 단계 활성화를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구체적인 대책은 뭘까. 우선 창업 인프라 확충을 통해 창업 저변을 확대해 향후 3000명의 창업가를 새로 발굴, 육성하겠다는 것을 첫째로 꼽고 있다. 특히 엔젤 투자 1500만 원까지 소득공제를 10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둘째, 앞으로는 양적 창업 확대도 확대지만 창조 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양질의 기업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기술 유망 기업과 고용 또는 매출 고성장 기업을 발굴해 연구·개발(R&D)·마케팅·자금 등 지원 패키지를 마련한다든지 국내외 투자 자금을 매칭해 해외 상장을 목표로 하는 소위 한국형 요즈마 펀드(yozma fund:이스라엘 정부와 민간이 합동으로 첨단 기술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펀드)를 결성한다든지 하는 방안이다.

셋째, 재창업 지원이다. 실패한 기업가의 재창업 투자야말로 기업인들의 기업가 정신을 고취함은 물론 창업 투자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번 3개년 계획과 여타 정부 대책에 대한 시장의 의견은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추가 보완했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첫째, 엔젤 투자 소득공제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엔젤 투자 소득공제 확대는 투자 자금의 효율성을 높이고 추가 자금 조달, 마케팅 등 적극적 멘토링을 통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기왕이면 소득공제 100%를 5000만 원까지 넓혀주면 어떨까 한다.

둘째, 인수·합병(M&A) 세제 혜택에 대해 좀 더 꼼꼼한 대책 검토가 필요하다. M&A는 세계화와 기술 변화 속도 때문에 제품의 사이클이 짧아지고 있는 작금의 시장에서 기업의 다음 단계 성장 도전과 투자자의 적극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다.

셋째, 성장 잠재력이 크지만 시장 실패 내지 취약한 신산업에 대해 성장 잠재력, 전후방 효과, 고용 창출 등의 우선순위를 정해 보다 과감하고 범국가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의료 바이오, 사물인터넷 산업이 그 우선 대상이다. 의료 바이오산업은 한국이 이미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어 내수 시장이 커지고 있는 데다 이웃 중국이 연 25%의 성장을 보일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고 사물인터넷 산업은 사물의 제조와 정보기술(IT) 인터넷이 핵심인데 한국은 두 가지 모두 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경제의 훈풍에 실려 실리콘밸리의 투자 얘기가 활발하게 나오고 있다. 2000년대 초 글로벌 벤처 붐의 시작이 실리콘밸리였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한국의 벤처 창업 활성화 대책이 제2의 벤처 붐으로 이어지는 가교가 되길 기대해 본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
1959년생. 1983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93년 서강대 경제학 석사. 1997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 2005년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2008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 사장. 2011년 한국벤처투자 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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