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유통 빅뱅_500인 설문 조사] 등 돌린 소비자…“가격 거품 심각” 41.5%

30대 초반 응답자 81.1%가 해외 직구 등 신유통 방식으로 바꿀 의향

Amazon.com employee Monica Chavez packs up a box after she wraps the gift at an Amazon.com Fulfillment Center on "Cyber Monday" the busiest online shopping day of the holiday season Monday, Dec. 2, 2013, in Phoenix. (AP Photo/Ross D. Franklin)

유통시장 혁명의 주체는 단언컨대 소비자다. 기업이 유통 구조를 좌지우지하는 게 과거의 시스템이었다면 스마트 소비로 상징되는 새로운 유통시장에선 소비자의 능동적인 선택과 활동이 새로운 판을 짜는 기준이다. 한경비즈니스는 전국의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최신 소비 트렌드에 대한 설문 조사에 나섰다. 10대와 60대 이상 등 소비 여력이 적은 연령대를 제외한 20~50대를 조사 대상으로 잡았다. 이번 설문은 기존 유통시장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해외 직구, 구매 대행’ 등에 초점을 맞췄다.

조사 결과 가장 흥미로운 결과는 ‘해외 직구를 비롯한 새로운 구매 방식으로 바꿀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무려 69.4%에 이르는 이들이 ‘그렇다’고 답한 것이다. 10명 중 7명 가까이가 기존 구매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쇼핑 방법을 시도해 보겠다고 답한 것이다. 연령별로 보면 20~30대의 젊은 층이 새로운 구매 방식에 훨씬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80.0%가 ‘그렇다’고 답했다. 눈여겨볼만한 결과는 30~34세 사이의 연령대다. 무려 81.1%가 새로운 구매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응답한 것. 반면 35세 이후로는 ‘바꾸겠다’고 답한 비율이 60%대 이후로 현저히 줄어들었다. 특히 45~49세 연령대는 54.5%가 ‘바꾸겠다’고 답한 데 비해 45.5%는 ‘바꾸지 않겠다’고 답해 두 집단 사이의 차이가 10%에 불과했다.

‘해외 직구, 구매 대행, 배송 대행 등 새로운 쇼핑 방법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65.0%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 ‘들어는 보았지만 정확히는 모른다’는 응답은 27.8%, ‘전혀 모른다’는 7.2%에 불과했다. 여기서도 세대별 답변에 온도 차이가 드러났다. 20~24세 연령대에선 75.6%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30~34세는 82.2%가 ‘알고 있다’고 답했고 ‘들어는 봤지만 정확히는 모른다’는 답이 13.3%, ‘전혀 모른다’는 답은 4.4%에 불과했다.


30대 초반·50대 후반이 트렌드 세터
이번 조사 결과 30~34세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핵심 연령대로 떠올랐다. 아직 학생이거나 사회 초년생이 대부분인 20대에 비해 30대 초반은 사회생활 경력에서 앞서며, 경제적 여유를 누리기 쉬운 연령대다. 특히 35세 이후에는 기혼자가 급증하면서 미혼의 30대 초반 남녀가 쇼핑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경향은 다른 조사 항목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나타났다.

‘해외 직구 등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있다’와 ‘없다’는 답변이 각각 51.1%와 48.9%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20~24세(59.5%), 25~29세(60.3%), 30~34세(64.9%) 등 20대에서 30대 초반은 이미 상당수가 새로운 쇼핑 방식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30대 후반부터는 실제 서비스 이용 경험이 30~40%대로 뚝 떨어졌다.

새로운 쇼핑 방식으로 바꿀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이들을 대상으로 ‘이유’를 물었더니 ‘국내 업체의 가격 거품 때문’이란 답이 41.5%로 가장 많았다. 단순히 ‘가격이 저렴해서’라는 답도 34.0%로 뒤를 이었다. 두 답변 비율을 합하면 75.5%로, 가격 관련 이슈가 해외 직구 등에 나서게 되는 핵심적인 이유로 조사됐다. 특히 여성 응답자의 경우 업체의 가격 거품을 지적한 응답이 47.1%에 달했다. 반면 남성은 가격 거품(35.8%)보다 저렴한 가격(37.6%)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은 경우가 더 많았다. 이 밖에 ‘국내에 없는 상품을 구할 수 있어서’가 17.6%, ‘쇼핑이 편리해서’가 6.9%로 뒤를 이었다.

‘새로운 구매 방식으로 바꿀 의향이 없다’고 답한 이들에게도 이유를 물어봤다. 그 결과 ‘교환이나 환불이 어렵다’는 답이 41.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잘 몰라서’가 28.1%, ‘배송 기간이 오래 걸려서’가 17.0%, ‘정품이 아닌 것 같아서’가 8.5%로 뒤를 이었다.

‘기존 쇼핑 방식을 고수하겠다’고 답한 사람들도 연령대별로는 차이를 보였다. 30~34세의 경우 ‘교환·환불의 어려움’을 택한 비율이 역시 35.3%로 가장 높았지만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몰라서’라는 답은 11.8%에 그쳐 전체 순위와 차이를 보였다. 대신 ‘배송 기간이 오래 걸려서’라는 답이 29.4%에 달했다. 반면 45세 이후는 ‘방법을 모른다’는 응답이 평균 37.7%로 높게 나타났다.


“유통사 과도한 마진이 가격 상승 원인”
‘기존의 소비 방법이 점점 줄어드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비싼 가격 때문’이라고 답한 사람이 46.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직접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이라는 답이 28.0%로 뒤를 이었다. ‘업계의 폭리’를 지적하는 경우도 21.0%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기존 유통 방식의 가격이 비싼 이유’도 물었다. ‘유통사의 과도한 마진’을 꼽은 이들이 45.0%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과도한 홍보·마케팅 비용’이 32.0%로 뒤를 이었다. 유통과 소비 트렌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가격 구조가 업체의 손에 의해 결정된다는 인식을 보여준 결과다.

지난 석 달 동안 온라인·모바일 채널을 통한 쇼핑 횟수를 조사한 결과 ‘1~3회’가 30.8%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4~6회’가 26.6%, ‘7~9회’가 15.0%, ‘10~12회’가 9.6%, ‘15회 이상’이 9.0% 등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 결과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대상은 ‘30대 초반’과 ‘50대 후반’이다. 30~34세는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 새로운 소비 트렌드 시도에 능동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최신 트렌드에 둔감해진다는 예상도 어느 정도 통계로 확인됐다. 하지만 55~59세 연령대는 달랐다. 이들은 해외 직구 등 새로운 서비스 이용 경험(40.0%)에서 40대 후반과 50대 초반을 압도했다. 또 ‘새로운 구매 방식으로 바꿀 의향이 있다’고 답한 사람도 65.1%에 달해 30대 후반의 62.9%를 뛰어넘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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