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지속 가능 기업 고르기 나선 국민연금

책임 투자 조직 만들고 평가 채비…자본시장 지각변동 예고

한국 코스피·코스닥·코넥스 계열 상장 기업의 시가총액은 2014년 1월 평균 약 1269조 원 규모다. 한편 국민연금 기금의 규모는 현재 약 430조 원에 달하며 2020년 847조 원, 2043년 2561조 원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퇴직연금도 10여 년 만에 80조 원 이상의 규모로 커졌고 2020년이면 약 2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의 증권업계 여의도 한 증권사 객장 /김병언 기자 misaeon@20131004..

기금 운용에 ESG 평가 반영 법제화 추진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에서도 연·기금의 책임 투자 제도화가 논의되고 있다. 이미 국민연금이 책임 투자 조직을 신설했고 국민연금의 책임 투자 제도화를 위한 법안(국민연금법 일부 개정 법률안, 제102조 제4항 신설)이 이목희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로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제안된 개정 법률안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기금의 관리 운용 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를 고려할 수 있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각 요소의 고려 여부와 고려 정도를, 만일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에 대해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의 수정 연금법들도 ‘투자 시 ESG를 고려하라. 아니면 왜 하지 않았는지 설명하라(Comply or Explain)’ 방식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연·기금의 투자 과정에서 ESG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법률이 통과되면 앞으로 국민연금의 주식·채권·대체투자 모두에 ESG를 고려하게 될 것이고 증권 거래, 채권 발행,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자본시장 전반에 걸쳐 큰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 최초로 2002년부터 자본시장을 위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해 온 EFC는 2013년 하반기 한국 525개 상장 기업에 대한 지속 가능성 평가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평가 모형은 StaR(Sustainability Tool for Assessment & Research) 모델로, 환경(E)·사회(S)·지배구조(G) 등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비재무적 관점에서 평가한다. 평가는 산업 업종을 21개로 분류하고 동일 산업 내에서 기업별 지속 가능성을 상대 평가해 9단계로 분류, 평가 등급(S~D등급)을 부여한다.

2013년 하반기 평가에서 산업 내 최고 등급을 받은 기업은 41개(8%)다. 해당 기업은 환경 전략, 환경 경영 시스템, 환경적 성과 등의 환경적 측면과 인적자원 관리, 이해관계인 관계, 제품 및 서비스 등의 사회적 측면 그리고 지속 가능 전략 및 주주권 보호, 이사회 구성 및 수준, 모니터링 체제 등 기업 지배 구조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EFC 평가서 41개 기업이 S등급
2013년 상반기 평가 결과와 비교할 때 LG생활건강·현대건설·포스코 등 34개 기업은 S등급을 유지했으며 LG생명과학·GS건설·아시아나항공·한국전력공사 등 7개 기업이 S등급에 신규 편입했다. 반면 코웨이·동부화재해상보험·신한지주·한일시멘트·(주)LG·(주)GS 등 총 6개 기업은 S등급을 유지하지 못하고 하향 조정됐다. 전체 평가 대상 기업 중 A등급 이상(S, A+, A)을 받은 기업은 17%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EFC의 조사 결과 환경 관리 시스템 보유 기업 중 대다수가 국내외 환경 규제에 대응 가능한 시스템 보유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으로 기업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환경 사고나 환경 제재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됐고 향후 보다 엄격한 환경 시스템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부문에서는 이른바 ‘갑을 논란’으로 쟁점화됐던 일부 대기업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등 시장의 건전성 및 소비자 가치의 훼손을 야기할 수 있는 요소들을 평가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수용, 기업의 장기적 명성 리스크를 평가했다.


유럽의 수정 연금법들도 ‘투자 시 ESG를 고려하라.
아니면 왜 하지 않았는지 설명하라(Comply or Explain)’ 방식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연·기금의 투자 과정에서 ESG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금융 섹터는 기관 및 직원을 대상으로 부과된 제재 사항이 타 섹터 대비 다수 확인돼 실질적으로 지속 가능 경영 실현을 도모할 수 있는 지배 구조 체계 확립 및 금융회사 자체의 내부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가 시급히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양유업 김웅 대표이사(왼쪽 세번째) 등 임직원들이 9일 서울 중림동 AW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에게 사과의 인사를 하고 있다./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YONHAP PHOTO-0575> 다시 재현된 악몽 (여수=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1일 오전 전남 여수시 신덕동 해변에 전날 오전 원유 유출사고로 인한 기름띠가 밀려온 가운데 관계당국, 마을 주민이 방재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4.2.1 pch80@yna.co.kr/2014-02-01 14:20:52/ <저작권자 ⓒ 1980-201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한편 지속 가능성 평가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기업은 주가 상승률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지난 7년간 S등급 기업의 누적 수익률은 70.70%로 나타나 벤치마크 지수 코스피200의 누적 수익률인 43.70%보다 27.0% 포인트 웃돌았다.

최근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된 세계 100대 지속 가능 기업 순위에서도 한국은 신한지주·삼성전자·LG전자가 포함되는 등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EFC가 상장 기업 525개를 조사한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조사 대상 중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 발간 기업은 94개(18%), 환경·사회 또는 지속 가능 경영 전략 수립 기업은 90개(17%), 지속 가능 경영 추진 조직 보유 기업은 66개(13%), 지속 가능 경영에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하는 기업은 42개(8%), 이사회 내에 지속 가능 경영 관련 조직이 있는 기업은 19개(4%)에 불과하다. CEO와 이사회 내에서 지속 가능 경영이 다뤄지지 않고 추진 조직도 없는 기업들의 지속 가능 경영이 과연 얼마나 작동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지속 가능 경영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핵심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한국 기업들은 지속 가능 경영을 사회 공헌이나 안전·환경 사고 대응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이 중요한 한국 기업들에 다시 한 번 혁신적인 지속 가능 경영이 필요한 때다.


돋보기 | 유럽 연·기금들의 책임 투자 현황
“주식 투자 시 ESG 원칙 고려” 47%



전 세계적으로 연·기금의 위상과 역할은 크게 변화해 왔다. 이미 네덜란드나 스위스는 연·기금이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사회 구성원들의 돈으로 연·기금이 조성되기 때문에 수익성은 물론 공공성의 추구도 매우 중요하다. 유럽책임투자포럼(Eurosif)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 연·기금들은 수익성과 공공성을 위해 환경·사회·거버넌스(ESG)를 함께 고려하는 책임 투자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또한 주식 투자 시 ESG 고려 연·기금은 조사 대상 169개 중 80곳(47%), 채권에서는 61개(36%), 대체 투자에서는 각각 헤지 펀드 26개(15%), 부동산 투자 37개(22%), 프라이빗 에쿼티 17개(10%) 등에서 소위 ESG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웅 에코프론티어 상무, 이수희 EFC 선임 애널리스트, 김현주 EFC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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