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중대형급에 부는 하이브리드카 바람, K7 700h

‘저탄소차 협력금’ 피해 갈 기아차의 묘수

자동차 업계를 100년 넘게 지배하던 내연기관의 시대가 지나고 EV(Elec tric Vehicle:모터·배터리가 들어간 차량의 통칭)의 대전환기가 도래하고 있다. 한국 메이커가 죽어라고 일본·미국·독일 업체들을 따라잡았나 싶었는데, 다시 게임의 룰이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BMW는 올해 국내에서 본격 전기차(i3·i8)를 출시할 예정이고 메르세데스-벤츠는 국내 최초로 ‘디젤 하이브리드카(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를 이미 출시했고 도요타자동차는 일본에서 PHEV (Plug-in HEV:충전식 하이브리드카)를 판매 중이다. 기름값과 상관없이 기술과 가격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4차종 부품 공유로 가격 경쟁력 키워
새로운 기술이 처음 도입될 때는 ‘크고 투박하고 비싸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작고 세련되고 싸’진다. EV 가격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모터와 배터리의 성능은 스마트폰 시장의 속도만큼 순식간에 개선되고 있다. 좋아지고 싸졌는데 도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시장 환경도 친환경차 도입을 유도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저탄소차 협력금제’ 시행을 예고한 상태로, 디젤 승용이 없는 국내 메이커들은 어떻게든 중대형 이상급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현대·기아차가 올해 중대형급 그랜저·K7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한꺼번에 내놓은 것은 ‘쏘나타급’을 넘어서는 차들에 저탄소차 협력금이 매겨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아직 미정임). 차급은 다르지만 그랜저·K7에 들어가는 모터와 배터리는 이미 출시된 중형급 쏘나타·K5와 동일하다. 네 차종의 부품을 공용화해 단가를 절감하는 전략이다.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방식은 엔진과 변속기 연결 부위에 모터가 장착되는데, ‘4기통 엔진+6단 자동변속기’가 유사하기 때문에 개발·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다.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메이커의 선택은 두 가지다. 모터·배터리 용량을 높여 연비를 극대화할 것인가, 모터·배터리 용량을 낮추더라도 가격을 합리화해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출 것인가다. 도요타자동차는 전자를 선택하고 있지만 현대·기아차는 아무래도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도요타자동차 프리우스의 모터 용량은 60kW, 캠리 하이브리드는 105kW다. K7 하이브리드의 모터는 35kW급이다. 같은 하이브리드카라도 도요타 것은 어느 정도 속도까지 최대한 모터 주행을 유지하는 반면 현대·기아차 것은 엔진 개입이 비교적 이른 편이다. 다만 캠리 하이브리드는 4230만 원(국내 가격), K7 하이브리드는 3440만~3595만 원(선택 옵션 제외)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K7의 시동 버튼을 누르면 ‘레디(REA DY)’ 글자가 뜨는데, 배터리 충전량(주행 시만 충전된다)이 충분하면 엔진 시동은 걸리지 않는다. 엔진에 시동이 걸리는 시점은 이미 모터 주행으로 어느 정도 속도가 오른 때다. 타이어의 마찰음에 묻혀 엔진 시동이 언제 걸렸는지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다. 즉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적응만 된다면 이질감은 느낄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공인 연비는 리터당 16.0km(복합)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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