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중국 재테크] ‘가전 황제’ 꿈꾸는 장루이민 회장의 야망

KRR·알리바바, 하이얼에 대규모 지분 투자…‘소비자는 항상 옳다’ 지론

‘세계 최대 사모 펀드 KKR의 하이얼 지분 10% 투자 이어, 알리바바 역시 하이얼 투자.’

지난 2월 9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28억2000만 홍콩 달러(약 3800억 원)를 하이얼그룹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투자 내용은 하이얼 지분 매입과 물류 자회사인 ‘굿데이마트’에 대한 투자 등 크게 두 가지다. 합작 투자는 올해 1분기 내에 시행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알리바바의 온라인 마켓 시장인 티몰닷컴(Tmall.com)과 굿데이마트 물류의 기능을 합작하게 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이얼에 대한 대규모 지분 투자는 알리바바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9월 30일에는 세계 최대 사모 펀드인 KKR가 중국 최대 가전 업체인 하이얼에 지분 10%를 투자했다. 그렇다면 변화 속에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의 정보기술(IT) 분야 대표 소비재 업체인 하이얼은 과연 어떤 업체일까.


중국의 잭 웰치…직원 앞서 냉장고 부수게 해
하이얼은 전 세계 백색가전 시장에서 지난해까지 5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중국 최대 가전 업체다. 또 화웨이·레노버와 함께 중국 전자 업계 3인방을 형성하고 있는 하이얼은 중국의 대표적인 가전 브랜드다. 하이얼은 세탁기·온수기·냉장고·TV 등을 생산하는 종합 가전 기업이며 가전 유통 사업도 겸하고 있다. 2012년 말 기준으로 세탁기 시장에서 31.2%, 온수기 시장에서 2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는 중국 내수 시장 1등 기업이다. 현재 100개가 넘는 국가에서 제품을 판매 중이어서 향후 잠재적인 성장성 및 안정성 측면에서도 우수한 기업이다.



특히 유로모니터에서 2010년 주요 가전 브랜드 전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포브스가 ‘세계에서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했고 뉴스위크는 ‘올해 10대 혁신 기업’으로 꼽았다. 또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7차례나 수상하는 등 세계시장에서 하이얼 브랜드 이미지도 지속적으로 향상 추세에 있다. 이런 하이얼의 성장 배경에는 무엇보다 바로 중국의 잭 웰치라고 불리는 중국 최고의 최고경영자(CEO) 장루이민 회장이 있다.

장 회장이 하이얼과 인연을 맺은 것은 거의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이얼의 전신은 국영기업 칭다오냉장고다. 이 회사가 연이은 적자로 파산 일보 직전에 놓였던 1984년에 새 공장장으로 임명된 사람이 바로 칭다오가전공사에서 일하던 젊은 장루이민이었다. 그가 공장장이 됐을 때 칭다오냉장고는 정상적인 회사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런 하이얼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품질에 대한 장 회장의 지독한 열정 때문이었다. 그는 “소비자는 항상 옳다”는 지론 속에 품질 혁신을 이뤄냈다. 중국 경제·사회의 유명한 일화가 된 냉장고 품질 혁신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1985년 장 회장은 한 고객으로부터 항의 편지를 받았다. 하이얼 냉장고 품질에 문제가 많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창고로 달려가 당시 창고에 쌓여 있던 냉장고 400대를 일일이 다 검사했다. 그 결과 76대의 냉장고에서 이런저런 결함이 발견됐다.

장 회장은 임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문제가 발견된 냉장고 전부를 망치로 부수도록 지시했다. 당시 냉장고 가격은 평직원 월급의 20배에 달하는 고가 제품이었다. 직원들의 반응은 충격 그 자체였다. 장 회장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직원들에게 “앞으로 품질 검사에서 합격하지 못한 제품은 시장에 내놓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불합격 제품에 대해서는 생산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발표했다. 직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그 자신도 냉장고 불량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한 달치 월급을 벌금으로 냈다. 그 후 품질 개선이 본격화됐다.

회사는 1991년까지 냉장고만 생산하다가 1992년부터 세탁기와 TV 등으로 제품을 확대했다. 그해 12월에는 하이얼이라는 새 회사 이름도 얻었다. 그 하이얼이 지금은 전 세계 21개 지역에서 24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R&D센터도 전 세계 10곳에 두고 있다. 종업원은 7만 명에 달한다. 현재 전 세계 가전 시장에서 8%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소비자는 항상 옳으며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소신은 하이얼 역사에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냈다.


<YONHAP PHOTO-0287> LAS VEGAS - JANUARY 06: Workers look at a display of Haier televisions at the 2010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at the at the Las Vegas Convention Center January 6, 2010 in Las Vegas, Nevada. CES, the world's largest annual consumer technology tradeshow, kicks off January 7 and runs through January 10 and is expected to feature 2,500 exhibitors showing off their latest products and services to about 110,000 attendees. Justin Sullivan/Getty Images/AFP ==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 /2010-01-07 05:42:21/ <????沅??? ?? 1980-2010 ???고?⑸?댁?? 臾대? ??? ?щ같? 湲?吏?.>

또 하나의 일화 역시 유명해진 ‘고구마 세탁기’다. 그가 1997년 10월 서부 내륙의 쓰촨성으로 출장을 갔을 때였다. “세탁기 배수관이 자주 막혀 불편을 겪고 있다”는 고객의 항의를 들었다. 실태를 조사해 보니 농민들이 고구마 등을 세탁기로 씻는 바람에 찌꺼기가 배수구를 막는 것이었다. 직원들은 농민들에게 올바른 세탁기 사용법을 가르치자고 주장했지만 장 회장은 오히려 고구마를 씻어도 문제가 없는 세탁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실제로 6개월 뒤 하이얼은 고구마 세탁기를 개발해 냈고 초기 물량 1만 대가 하루 만에 다 팔려 나가는 인기를 끌었다. 하이얼이 중국 세탁기 시장을 키우는 데 일등 공신이었던 소형 세탁기를 출시한 것도 고객의 수요를 철저히 연구한 결과였다. 이제 하이얼은 중국을 대표하는, 또 한국과 일본에서도 버젓이 팔리는 세계적인 가전 업체로 성장했다.

하이얼그룹은 매출 30조 원, 당기순이익 1조6000억 원이 넘는 중국 3대 가전 그룹이다. 주요 계열사는 종합 가전 생산을 주로 담당하는 칭다오하이얼(상하이증시 상장)과 일부 가전과 판매, 물류 서비스를 주로 담당하는 하이얼전자(홍콩 증시 상장)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인들이 직접투자하기 쉬운 하이얼전자를 중심으로 설명하면 2013년 상반기 실적은 약 5조64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했다. 또 당기순이익도 144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했다.


연 매출 30조, 직원 7만 명 달해
하이얼전자의 영업 상황을 분야별로 보면 2013년 상반기에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하이얼전자의 종합 유통 서비스는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한 271억6000만 위안(약 4조7715억 원)을 기록했다. 하이얼전자의 종합 유통 서비스 부문은 가전제품의 유통·설치·애프터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을 형성하게 되면서 비(非)하이얼 고객의 수요도 만족시켰다. 유통 채널은 중국 전국에 8000여 개의 하이얼 전용 매장, 1000여 개의 굿데이마트(하이얼+비하이얼)가 있다.

또 하이얼전자의 물류는 하이얼그룹의 전자제품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제공하는 제품 혹은 가구, 인테리어 등 관련 제품의 물류를 취급한다. 하이얼전자의 물류는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전자상거래 물류산업에도 초점을 맞췄다. 중국 3, 4선 도시까지 운송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를 중국 400개 도시 및 1500여 개 지역(해외 가능)에까지 넓혔다. 특히 이번에 알리바바와의 합작으로 그 성장성은 더욱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하이얼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업체들과 비교하면 기술력은 삼성전자·LG전자에 못 미치지만 싼 가격과 좋은 품질로 저가·중가 TV 등 가전 시장에서 탁월한 매출을 올렸다. 특히 현지화 전략을 통해 현지 공장, 현지 인력을 기반으로 저원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판매 또한 합작을 통한 브랜드 전략을 취해 왔다.

2011년에는 산요를 인수하면서 일본 시장을 공략하며 한편으로는 중국 본토에서 고가형 세탁기 등 고가 가전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어 한국과 일본 가전 업체에도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했다. 이 밖에 산요의 동남아 4개국 백색가전 판매 사업 부문을 인수했고 2012년에는 뉴질랜드의 가전 회사인 피셔앤드페이컬을 인수하며 해외 인수·합병(M&A)을 통한 글로벌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하이얼은 브랜드나 기술적 측면에서 삼성·지멘스·소니처럼 창의성을 보유하거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표적인 제품은 없는 상태다. 그러나 하이얼이 기술 개발 능력과 제조 능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합작과 제휴를 확대하는 것을 감안할 때 해외 기업들과 대적할만한 실력을 갖춰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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