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유통 빅뱅_유통 혁명 현장-아마존 상륙 초읽기] 글로벌 유통 공룡…온라인 시장 개벽 오나

오픈 마켓 공략보다 ‘콘텐츠 유통’부터 시작하리란 전망 많아

올해 유통 업계 화두 중 하나는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 공룡 아마존의 국내시장 진출 여부와 그 향방이다. 아마존은 이미 2012년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 후 국내 정보기술(IT) 업체를 대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마존닷컴 등 다양한 서비스의 국내 론칭을 준비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아마존의 한국 서비스 진출은 소문만 무성했다. 그러다가 본격적인 움직임이 포착된 것은 지난해 5월 한국 법인을 설립하면서부터다. 더불어 아마존은 올 1월 한국법인 대표로 염동훈 전 구글코리아 대표를 선임했고 솔루션 설계, 지역 영업 담당, 전문 기술 영업, 고객 관리 담당 등 각 분야별 한국 전문가 채용에 나섰다. 유통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아마존 고위 인사가 한국을 방문해 협력사들을 접촉하고 간 사실도 알려졌다. 업계는 아마존 서비스가 가까운 시일 내에 본격적으로 한국에 상륙할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다양한 사업 모델을 갖춘 만큼 국내에 어떤 형태로 어떤 서비스를 선보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Amazon.com employees organize outbound packages at an Amazon.com Fulfillment Center on "Cyber Monday" the busiest online shopping day of the holiday season Monday, Dec. 2, 2013, in Phoenix. (AP Photo/Ross D. Franklin)

오픈 마켓 진출은 전망 엇갈려
업계에서는 아마존의 국내 초기 진출이 아마존닷컴을 통한 해외 직구매 시장을 겨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최근 급팽창하고 있는 국내 소비자의 ‘해외 직접 구매(이하 직구)’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점이 그 근거다. 실제로 지난해 말 미국 유통 업체들이 블랙 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날)와 복싱데이(크리스마스 다음날)에 맞춰 실시한 대규모 할인 행사에 아마존은 한국 소비자의 직구로 대박을 쳤다.

지난해 1~11월 관세청이 집계한 국내 해외 직구는 980만 건, 9억1100만 달러어치(약 9600억 원어치)에 달했다. 통상 관세청에 잡히지 않은 소액 구매까지 감안한다면 실제 시장은 2배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만일 아마존이 한국어 쇼핑몰을 오픈한다면 해외 직구 규모는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반대로 해외 소비자가 한국 상품을 온라인 쇼핑하는 ‘역직구’의 창구를 만들기 위해 아마존이 역할을 찾는다는 전망도 있다. 아마존은 기본적으로 오픈 마켓이므로 좋은 셀러를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한국의 셀러들은 더 발굴하고 판매를 늘릴 잠재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한국 뷰티 상품과 패션 상품을 한국의 오픈 마켓에서 직접 사는 사례가 늘면서 외국인 대상 판매량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유통 업계에서는 올해 오픈 마켓을 통한 외국인들의 상품 구입 금액이 5000억 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아마존은 국내 쇼핑몰 호스팅 업체인 카페24와 국내 셀러의 해외 진출을 위해 지난해 11월 제휴했다. 한국 온라인 브랜드의 영미권 진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협력 체제를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규제 정비 움직임도 아마존의 국내 진출을 뒷받침하는 배경 중 하나다. 정부는 아마존·이베이와 같은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국내 카드 사용과 원화 결제가 가능하도록 해외 기업의 국내 등록 요건을 완화하는 등 규제 정비에 나섰다. 해외 직구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했던 결제 문제가 해결되면 아마존의 본격적인 영업이 가능해진다.

반면 이미 오픈 마켓 시장이 성숙해 경쟁이 치열하고 내수 시장이 크지 않은 한국에 아마존이 굳이 진출할지 의문을 품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국내 소비자의 해외 직구 매출은 시장 전체로 봤을 때 아직 미미한 편이며, 아마존이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더라도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아시아에서 이미 일본·중국에 진출해 있기 때문에 테스트 베드(시험대)로서도 한국 시장의 역할은 불분명하다. 게다가 일본·중국처럼 독자적으로 진출했을 때 대규모 물류센터와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여기에 드는 천문학적인 투자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아마존으로서는 이처럼 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한국 시장에 진출할 매력이 없다는 뜻이다.

이재석 카페24 대표는 “아마존은 한국 온라인 쇼핑 시장 진출로 얻는 것은 작은 반면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래도 만일 진출한다면 독자적인 서비스보다 기존 오픈 마켓을 인수하거나 합작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류와 온라인 쇼핑몰을 갖추고 있는 CJ·GS 등 대기업과 합작하거나 인터파크·11번가 등을 인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비슷한 형태의 한국 진출은 이미 이베이 사례가 있다. 이베이는 2009년 국내 온라인 마켓 점유율 1, 2위인 옥션과 지마켓을 인수했다. 이에 앞서 2007년부터 국내 소비자의 해외 직구를 돕는 ‘이베이 쇼핑’ 서비스를 시작했다. 해외에서 유통되는 아이템의 구매 관련 정보를 한글로 제공하고 대한통운의 해외 물류 시스템을 확보해 옥션 회원들이 미국 이베이에서 거래되는 물품을 복잡한 절차 없이 국내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이베이코리아의 GEP(Global Export Platform)는 G마켓에서 판매 중인 상품을 그대로 이베이에서 판매할 수 있는 해외 수출 대행 서비스를 활성화했다. 2010년에는 해외 온라인 쇼핑몰의 강점인 가격 비교 서비스 ‘어바웃’을 론칭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 종합 쇼핑 검색 사이트를 내세웠지만 최근 경영 악화를 이유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즉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하더라도 기존 이베이 진출로 여러가지 시도가 선행됐기 때문에 유통 업계에서 우려하듯이 온라인 쇼핑 업계에 큰 충격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출판·음원·영상·게임업계 우선 사정권
하지만 아마존의 강점인 콘텐츠 분야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재의 업계 상황과 아마존의 포지션을 모두 감안할 때 아마존의 한국 진출은 앱스토어·전자책·클라우드 등 IT 서비스, 디지털 콘텐츠 유통 등 온라인 사업을 우선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를 위해 국내 출판 업체들과 이미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에서처럼 전자책 리더기 ‘킨들파이어’나 스마트폰인 ‘아마존 폰’을 공짜에 가깝게 시장에 배포해 전자책 시장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인 뒤 이를 기반으로 온라인 종합 쇼핑몰 사업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는다. 책이나 음악은 일반 상품에 비해 단기간에 가입자를 늘리는 데 용이하다. 국내에서 모바일 쇼핑이 해마다 급증하는 사실도 이 전략에 설득력을 보탠다.

아마존은 2000년 일본 시장에 진출할 때도 전자책으로 침투한 후 종합 쇼핑몰로 큰 수익을 낸 바 있다. 아마존은 이후 일본 내 가장 큰 온라인 서점으로 부상했으며 현지 강자인 라쿠텐과 함께 온라인 쇼핑의 양대 강자로 자리 잡았다. 현재 일본 온라인 쇼핑 고객의 62%가 아마존을 방문하고 있다.

한국에서 전자책은 여러 가지 이유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전자책 리더기의 보급률이 낮고 서적 콘텐츠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일본 시장 진출에서 이미 성공이 검증됐던 킨들파이어 혹은 아마존폰 중심의 사업 모델은 한국 콘텐츠 유통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올 수 있다. 아마존은 일본 진출 1년 만에 전자책 시장에서 38.3%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현재까지 아마존의 한국 진출과 관련해 확실히 밝혀진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 이런 가운데 콘텐츠 중심의 진출이 이뤄진다면 출판 업계, 음원 시장, 영상 업체, 게임 업체가 영향권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1단계가 성공하면 우려와 실패 가능성이 제기됐던 종합 온라인 쇼핑몰도 장기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마존은…
1995년 온라인 서적을 공급하며 등장한 아마존은 현재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 모든 제품을 판매하는 거대한 규모의 디지털 시장으로 변모했다. 아마존은 단순히 온라인 유통만 강점인 게 아니라 전자책 등 콘텐츠로 무장하고 있으며 IT 기기, 앱스토어 등 종합 IT 플랫폼으로 진화했기 때문에 그 저력은 가히 위협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존은 미국 현지에서 게임 개발은 물론 드라마까지 제작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손을 뻗치고 있다. 2012년 매출이 65조 원을 기록할 정도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으며 수익 중 절반가량은 해외 12개국에서 올리고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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