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봄날은 오는가_시장 전망①_아파트] 실수요 위주 시장 재편…중소형 유망

봄 이사철·신혼부부 수요 등 회복 촉매제, 전세 수준 입주 물량도 풍성

부동산 자료사진.-길음 미아 월곡유타운2013.09.17 /청와대사진기자단 세계일보=이제원기자

폐동불고 초목불무(閉凍不固 草木不茂). ‘한비자’를 보면 이런 경구가 나온다. 겨울에 제대로 춥지 않으면 봄과 여름에 초목이 무성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겨울에 혹독한 추위가 있어야 결국 그 추위를 이기고 따뜻한 봄이 찾아온다는 것인데, 2008년 이후 장기간 조정을 거치며 움츠러들었던 수도권 주택 시장에 최근 따뜻한 봄기운이 솟아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작년 한 해 가격 하락 폭이 둔화되며 저점을 탐색하던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올 들어 0.07% 상승(2014년 1월 1일~2월 7일)하는 등 회복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서울 0.09%, 경기도 0.06%, 인천 0.04%로 매매가격이 일제히 상승해 연초 시작을 하락세로 출발했던 예년 모습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일반 아파트보다 주로 강남권 재건축 단지 위주로 상승을 견인하는 양상이지만 중소형 저가 매물이 거래되며 2월 첫 주 서울 일반 아파트 매매가는 올 들어 처음 반등했고 버블 세븐(서울 강남3구, 서울 목동, 경기 분당, 경기 평촌, 경기 용인) 지역의 중대형 면적(전용 85㎡ 초과)도 0.06% 상승(1월)하며 35개월 만에 오름세를 나타냈다.

아파트 거래 개선도 동반되는 분위기다. 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량이 4823건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1134건) 대비 3배 정도 증가하면서 2012년부터 지속됐던 1월 거래 절벽 우려를 씻어냈다. 2월 12일 현재 일평균 아파트 매매 건수는 200.6건으로 전월 155.6건에 비해 나아지는 모습이다.

아파트 시장의 다른 통계 지표들도 역시 훈풍이 불고 있다. 주택 시장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경매시장은 1월 서울 아파트 낙찰률 49.76%, 낙찰가율 83.23%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낙찰률 33.45%, 낙찰가율 74.6%) 대비 활기를 띠고 있다.


버블 세븐 중대형도 35개월 만에 오름세
최근 수도권 아파트 가격 회복을 뒷받침하는 지표 개선 이면에는 두 가지 추진 동력이 있다.

첫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시장 정상화 기반이 만들어진 점이다. 집값 급등기에 도입됐지만 침체기까지 유지되며 수요자를 옥죄었던 굵직한 부동산 규제 대못들이 지난해 말 관련 법 개정으로 대부분이 자취를 감췄고 저금리 상품인 통합 모기지 내 집 마련 디딤돌론이나 공유형 모기지론 같은 금융 상품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문턱을 낮추고 있다.

주택 유상 거래 취득세율 영구 인하에 이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까지 부동산 거래 정상화에 대한 정부 의지는 비사업 토지 양도세 중과 완화(2014년 6~38% 기본세율 적용) 및 단기 보유 주택 양도세율 완화(1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 50%→40%, 1~2년 보유 주택은 40%→6~38% 세율 완화) 등으로 전이되며 거래시장의 악재들이 하나씩 뽑혀나갔다. 조만간 분양가 상한제 부분 규제 완화가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고 강남권과 1기 신도시가 촉각을 세우고 있는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도 올해 4월부터 빗장이 풀린다.

당분간 주택 시장의 호황기 재현과 거래량의 급격한 변동은 어렵겠지만 내수 회복을 전제로 한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 기조가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을 돕는 금융 환경 개선, 세제 완화책 등으로 연결된다면 연내 물가 상승률 또는 시장이자율 수준에 연동할 정도의 점진적인 회복세를 기대할 만하다.

거래 증가의 두 번째 원인은 좀처럼 식지 않는 전셋값 상승과 매물 부족에 기인한 매매 전환 이전 수요 때문이다.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와 누적된 전셋값 앙등 피로감으로 올해 전셋값은 전년(2013년 수도권 아파트 전세 변동률 15.75%)에 비해 상승 폭이 둔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전세의 월세화 등 임차 시장의 구조적 패러다임 변화로 보증부월세 전이 현상이 지속되며 고질적인 전세 매물 부족 문제는 여전하다.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등 일부 지역은 아파트 전셋값이 75주(2월 7일 기준) 연속 오르며 신기록 경신 중이고 경기도는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이미 66%(2월 7일 기준)를 돌파했다.

금융권 전체 전세 자금 대출 잔액이 60조1000억 원(2013년 6월 말 기준)을 넘어서며 가계 부채의 복병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6억 원 넘는 고액 전세 대출 규제를 강화할 방침까지 나오자 전세가율 70%에 근접한 렌트 푸어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내 집 마련보다 임차 시장에 집중되던 세입자들은 자산을 지키려는 자구책의 일환으로 다시 주택 구입을 검토할 시장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버블 세븐 지역 등 수도권 중소형 저가 급매물은 장기화된 집값 조정으로 체질 개선이 이뤄졌다.

다가올 봄 이사철에 신혼부부 수요 등이 중첩되면서 연내 전셋값 상승 우려감이 상존해 있는 만큼 실수요층이 매매 시장으로 옮겨가며 시장 회복의 촉매제 역할이 기대된다.

2014년 실물경제 개선과 완만한 소득 증가로 가계의 구매 여력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좀처럼 안정되지 못하는 전세 시장 환경이 수도권 집값 회복의 넛지 효과(nudge effect)를 불러올 수 있다.



다만 집값 회복은 당분간 중소형 주택 규모 위주로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자본이득에 대한 기대가 줄면서 실수요 위주로 재편된 소비 심리와 중소형에 집중된 정부의 주택 소비 진작책의 양극화 때문이다.

저성장 여파로 집값 폭등기의 추격 매수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시세보다 저렴한 저가 급매물 위주의 구매 패턴과 함께 대형보다 중소형 평면 위주의 실수요 접근이 필요하다.


집값 회복은 중소형 위주 ‘진행’
올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11만31가구)은 전년 대비 2만5733가구 증가하기도 했지만 중소형 평면 입주(9만4728가구) 비중이 86.1%로 실수요자들이 접근할 물량이 상당하다. 6월 입주하는 강남 자곡동 래미안강남힐즈, 강서 마곡동 강서힐스테이트 외에도 김포 래미안한강신도시 2차(6월), 하남 미사보금자리주택(12월) 등과 같이 서울 평균 아파트 전세금(3억1415만 원) 수준에서 내 집이 가능한 입주 대기 물량이 풍성한 편이다.

올해 수도권 아파트 분양 시장의 공급 대기 예정 물량은 13만5553가구로 전년 대비(12만4427가구) 8.9%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볼 주요 단지는 강남 e-편한세상 논현경복(총 368가구)부터 서초 대림아크로리버파크 2차(142가구), 강동 고덕시영 재건축 일반 분양(총 3658가구)까지 다양하다. 강북권은 서대문 북아현뉴타운과 용산 한강로 일대 전면 2~3구역 재개발 사업장도 주목할 만하다. 신도시 대장주로 꼽히는 위례신도시의 인기는 올해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연내 5개 사업장 2700여 가구가 2월부터 분양에 나설 채비가 한창이다.

다만 보유 자금이 부족해 자가로 옮겨가기 어려운 임차 재계약 대기자라면 순수 전세만 고집하기보다 재계약 시점에 전세이율 등을 살펴 보증금과 월세를 조율하는 등 임대인과 가격 교섭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서울지역의 아파트 전월세 전환 이율(2013년 12월 기준 6.12%)은 시중은행 금리에 비해 2배 정도 높지만 월세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꾸준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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