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에세이] ‘빅 데이터 강국’으로 가는 길

국내 기업들은 자체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국내외 시장을 확장해야 한다.
단순한 저가 공략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가격 경쟁력과 우수한
기술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릴 때 비로소 바퀴가 앞으로 굴러갈 것이다.


‘빅 데이터’라는 단어는 이제 예능이나 웹툰에 등장할 정도로 일반화됐다. 더 이상 어려운 정보통신기술(ICT) 용어가 아니라 일상적인 삶의 전반에 자리 잡은 용어가 된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2013·2014 ICT 주요 이슈 및 전망’에 따르면 올해 주목해야 할 ICT 이슈 11가지 중 사물인터넷, 모바일 광고 등과 함께 빅 데이터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올 한 해 빅 데이터와 관련된 비즈니스는 더욱 확산되고 시장 규모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통신·제조업과 같이 데이터 생산량이 많은 산업이 발달해 빅 데이터 활용 잠재력이 크지만 실제로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2012년 삼성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빅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경영자는 19.4%에 불과했다. 빅 데이터 자체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단계일 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단계까지는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및 공공 기관도 빅 데이터가 화두다. 적극적으로 빅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빅 데이터 산업 발전 전략’을 수립, 빅 데이터 활용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정부가 관련 시범 사업을 추진해 빅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발맞춰 지난해 국내 빅 데이터 솔루션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정보기술(IT) 투자 감소와 외산 빅 데이터 솔루션 업체들의 독주라는 상황을 고려할 때 국내 빅 데이터 솔루션 기업들의 이 같은 성장은 주목할 만하다. 비용 문제와 유지·보수 측면에서 외산 대비 국산 솔루션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 두드러진 결과였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인 감이 있다. 국가적으로 빅 데이터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분위기는 조성됐지만 빅 데이터 산업 전반적으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먼저 기업 및 기관들이 빅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국산 솔루션 도입이 장려돼야 한다. 외산 솔루션에만 의지했던 것에서 탈피해 가격과 성능, 유지·보수 측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특히 국산 빅 데이터 솔루션은 한국의 기업 상황에 맞게 개발 환경을 현지화했다는 강점이 있다. 현재 공공 기관을 중심으로 국산 빅 데이터 솔루션 도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움직임이 공공 분야를 넘어 기업과 민간으로 확산돼야 한다.

또한 국내 기업들은 자체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국내외 시장을 확장해야 한다. 단순한 저가 공략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가격 경쟁력과 우수한 기술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릴 때 비로소 바퀴가 앞으로 굴러갈 것이다. 실제로 최근 많은 글로벌 하드웨어 업체에서 국산 빅 데이터 솔루션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국산 소프트웨어와 외산 하드웨어 간 ‘어플라이언스’ 형태의 협력도 증가될 전망이다. 국내 빅 데이터 솔루션 기업들의 강점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까지 적극적으로 진출해 빅 데이터 시대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간다면 한국이 ‘빅 데이터 활용 강국’이 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이명규 모비젠 대표이사
1963년생. 1987년 숭실대 전자계산학과 졸업. 1989년 숭실대 전자계산학 석사. 1989년 LG정보통신 교환 SW 개발 담당. 1994년 신세기통신 망관리시스템 개발 담당. 2000년 모비젠 대표이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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