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인물 업 앤드 다운] 10개월 만에 경질된 ‘스마일 장관’

잦은 말실수로 낙마한 윤진숙 전 해수부 장관…여수 기름 유출 사고 결정타

<YONHAP PHOTO-0440> 항의하는 주민 앞에서 웃고 있는 윤진숙 장관 (여수=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4일 오전 지난 1일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한 여수 신덕동 방제작업현장에서 코 막은 사진으로 구설에 오른 윤 장관이 '독감 때문'이라고 해명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전남 여수시 신덕동 신덕마을에서 항의하는 주민을 돌려세우며 웃고 있는 윤 장관의 모습. 2014.2.4 <<지방기사참조>> pch80@yna.co.kr/2014-02-04 11:06:22/ <저작권자 ⓒ 1980-201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취임 전 국회 인사청문회 때부터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었던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전격 경질됐다. 물의를 일으킨 장관급 관료가 자진 사퇴가 아니라 경질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2월 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의 해임 건의에 대해 “깊이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정 총리는 이날 총리공관으로 윤 전 장관을 불러 이야기를 나눈 후 곧바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해임을 건의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전화 통화 후 바로 해임을 지시했다.

윤 전 장관의 결정적인 실책은 2월 2일 전남 여수 기름 유출 사고에 터져 나왔다. 사고 현장을 찾은 윤 전 장관은 악취에 코를 막은 채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해 방제 작업으로 지친 어민들의 분노를 샀다. 또 2월 5일 열린 당정협의에선 “1차 피해는 GS칼텍스, 2차 피해는 어민”이라는 상식 밖의 얘기로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관가에선 이 발언을 결정적인 경질 사유로 보고 있다. 윤 전 장관은 자꾸 구설에 오르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인기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해 기본적인 상황 판단력 자체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역대 장관 중 총리의 해임 건의에 의해 대통령이 경질을 결정한 사례는 이번이 두 번째다. 2003년 고건 전 총리가 최낙정 당시 해수부 장관과 윤덕홍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해임 건의한 것이 처음이었다. 윤 전 부총리는 자진 사퇴 형식을 밟았고 최 전 장관은 해임 건의로 경질된 최초의 장관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최 전 장관은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을 둘러싼 교사 비하 발언, 태풍 매미 북상 중 노무현 대통령의 오페라 관람 옹호 발언 등이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사고 현장을 찾은 윤 전 장관은 악취에 코를 막은 채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해 방제 작업으로 지친 어민들의 분노를 샀다.


윤 전 장관의 언행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인사청문회에선 ‘국무위원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조정… 뭐 그런 역할”이라고 말끝을 흐리는가 하면 지난해 10월 해수부 국정감사에선 오염된 일본산 수산물 대책을 묻자 “젊은 사람들이 유기농 등 다른 식품을 찾고 있다”는 엉뚱한 답을 내놓기도 했다. 상황에 맞지 않는 실소도 늘 논란이 돼 왔다.

윤 전 장관 경질은 지난 1월 27일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 실언과 관련해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경우 책임을 묻겠다”는 박 대통령의 옐로카드가 나온 직후 이뤄졌다. 더 이상의 고위 관료의 실수로 인한 민심 이반을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청와대는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모래 속에서 찾은 진주”라며 윤 전 장관을 옹호했다. 하지만 총리의 해임 건의 전화 통화 후 실제 해임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시간 남짓이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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