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예약한 카카오

4년 만에 몸값 180배 수직 상승…내년 IPO 성공하면 전 직원 돈방석

지난 1월 6일 카카오가 내년 5월께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이후 카카오의 기업 가치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실 카카오의 IPO 계획은 지난해 초부터 업계에는 익히 알려진 바였다. 다만 2015년으로 예정된 IPO까지 흑자 폭을 늘려 기업 가치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2일 카카오의 기업 가치를 추산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카카오의 임원 중 한 명이 장외시장에 내놓은 지분을 말레이시아의 버자야그룹이 주당 9만 원에 매입한 것. 거래된 지분은 카카오 지분의 0.4%로, 버자야그룹이 110억 원에 사들였다. 카카오는 보통주 1950만2330주와 우선주 666만 주를 발행했다. 장외에서 주식이 주당 9만 원에 거래되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시가총액은 약 2조35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버자야그룹, 주당 9만 원에 투자
카카오의 주가 상승세는 가파르다. 액면가 500원이었던 카카오 주가는 2012년 720억 원을 투자한 중국 텐센트로부터 주당 2만 원으로 평가받았다. 이어 지난해 2월 일부 벤처캐피털이 카카오 지분을 주당 5만 원에 매입했다. 그리고 역시 지난해 카카오의 우리사주 일부가 삼성증권을 통해 주당 7만9560원에 팔리는 등 가치가 수직 상승했다. 그리고 이번 9만 원에 거래되면서 2010년 2월 카카오톡을 출시한 이후 4년 만에 카카오의 주가는 500원 액면가의 180배 올랐다.



카카오의 가치 상승을 이끄는 힘은 최근 성장세를 이끄는 수익 모델, IPO에 대한 기대감, 1억 명 이상의 가입자 등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카카오는 지난해 카카오 게임이란 수익 모델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냈다. 2011년만 해도 카카오는 152억 원 적자였다. 하지만 2012년 9월부터 흑자로 돌아섰고 이 시점부터 애니팡을 필두로 한 카카오톡 게임이 돌풍을 일으키며 2012년 매출 461억 원, 순이익 52억 원을 기록했다. 그리고 2013년 매출은 2000억 원 이상으로 전망돼 약 5배 커졌다.

카카오 측에 따르면 수입의 상당수는 수수료와 광고다. 특히 게임 수수료는 카카오의 매출 증대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카카오톡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게임은 개발자가 카카오 측에 21%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게임 개발자들은 수수료율이 과하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카카오는 수수료율을 낮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 게임은 카카오톡의 소셜 그래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기존에 없던 시장을 만들었다”며 “그래서 단순한 유통이라고 볼 수 없으며 단순히 애플리케이션(앱)만 올릴 수 있는 안드로이드 마켓도 거래 발생에 따른 수수료율이 30%”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최고 매출 앱 상위권을 살펴보면 거의 모두 카카오톡 게임들이 차지하고 있어 카카오의 수익 기반은 한동안 탄탄할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게임에 결제 플랫폼을 붙이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는 현재 무료 게임만 서비스하고 있는데, 만일 결제 플랫폼을 붙인다면 유료 게임도 출시할 수 있게 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카카오 전용 오픈 마켓의 등장도 점쳐볼 수 있다.

또한 카카오의 IPO 계획 자체가 주가 상승의 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카카오는 내년 5월 상장을 목표로 구체적인 준비에 나섰다. 상장 시장은 한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장외 거래시장에서 거래되는 9만 원 기준으로 할 경우 시가총액은 2조 원 정도이지만 상장을 앞두고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게임 수수료의 매출 증대에 힘입어 성장 기대감을 반영해 공모가가 올라가고 상장에 성공한다면 최대 5조 원까지 형성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기존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이 4조 원 규모로, 이대로라면 단숨에 1위 자리를 꿰찰 수도 있다.

카카오의 IPO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김범수 의장은 단숨에 재계 상위권 부자로 등극한다. 카카오 측에 따르면 지분 구성은 김 의장이 29.9%, 아이위서비스 23.7%, 텐센트 13.3%,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5.6%, 한국투자파트너스·매버릭캐피털·DCM 등 벤처 투자자들과 우리사주를 포함한 기타가 27.5% 차지하고 있다. 아이위서비스의 지분을 김 의장이 100% 보유하고 있어 실제 김 의장의 지분은 53.6%에 달한다. 내년 상장 시 시가총액이 5조 원까지 치솟으면 김 의장은 단순 계산으로 2조6800억 원에 달하는 주식 부자가 된다. 김 의장은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을 제치고 한국 자수성가 부호 1위에 등극하게 된다. 이와 함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1조3043억 원),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6조9368억 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3조1592억 원)에 이어 한국 부호 4위에 오르게 된다.



카카오의 직원들도 돈방석에 앉는다. 카카오는 2012, 2013년에 걸쳐 직원을 대상으로 우리사주를 발행했다. 당시 공모가 2만 원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측에 따르면 입사 시점에 따라 구입 가능한 우리사주의 한도를 정해 놓고 판매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의 직원은 현재 500명으로, 우리사주를 매입할 때 각각 입사시점에 따라 금액이 달랐다”며 “액면가로 구입한 직원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불과 1~2년 사이에 카카오의 주식이 높은 가격으로 치솟음에 따라 우리사주를 갖고 있는 직원들은 큰 재미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김범수 의장, 단숨에 재계 4위 부호로
다만 카카오의 장밋빛 미래에 한계로 지목되는 부분은 카카오톡 가입자 수 확대가 점점 더뎌지고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톡은 지난해 7월 가입자 수 1억 명을 돌파하고 현재 1억3000만 명 수준이다. 경쟁 서비스인 NHN의 라인이 3억 명을 돌파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비해 카카오톡은 한국에서 탄탄한 기반을 쌓았지만 해외에서 성장세가 아직 폭발적이지는 않다. 카카오가 공을 들이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는 중국 텐센트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내수 가입자 포화 상태를 맞은 카카오로서는 해외 가입자 유치가 미래 사활이 걸린 과제다. 그래서 카카오는 내년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해외 진출 및 신규 사업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카카오가 글로벌 가입자 확대를 성취하지 못한다면 현재의 성장 기대는 거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2012년 5월 세계 최대 IPO로 관심을 모았던 페이스북은 고평가 논란으로 상장 이후 공모가를 밑돌았다. 당시 1000억 달러가 넘었던 시가총액은 수개월 만에 반 토막으로 줄어들은 바 있다.

현재 카카오톡은 13개국 언어를 바탕으로 230여 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특히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말레이시아·필리핀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인도네시아 주요 통신사인 텔콤셀·엑셀·인도삿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사용자들이 별도 데이터 비용 발생 없이 카카오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고 휴대전화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현지 파트너 기업인 피자헛·맥도날드·블리츠메가플렉스(영화관·사우어샐리(아이스크림 숍) 등 25개 브랜드와 플러스친구 제휴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는 이번에 카카오의 지분을 사들인 버자야그룹의 프렌드스터와 지난해 6월 제휴해 카카오 말레이시아를 설립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필리핀에서도 지난해 8월부터 빅뱅과 현지 스타를 등용해 TV 광고를 통해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


돋보기 | 버자야그룹은…
화교 자본인 버자야그룹은 쇼핑센터·프랜차이즈·레저·부동산 개발 사업 등 100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재계 서열 5위다. 버자야그룹의 창업자이자 억만장자인 탠 스리 빈센트 탠 회장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에 손을 뻗치고 있다. 탠 회장의 온라인 결제 회사 MOL글로벌은 2009년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 프렌드스터를 매수했다. 프렌드스터는 지난해 6월 카카오의 말레이시아 진출을 위한 파트너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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