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경제와 사회 진보는 공존할 수 있나

‘경제성장과 사회보장 사이에서’

경제성장과 사회보장 사이에서



옌뉘 안데르손 지음│박형준 옮김│책세상│308쪽│1만9000원

지난 대선의 화두는 ‘경제 민주화’와 ‘복지’라는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 두 가지 지배적 이슈에 천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1년여가 지났건만 어느 것 하나 만족할만한 성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하기에는 밑천이 너무 박한 게 사실이다. 경제의 민주화는 기업의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다는 논리로, 복지는 재정 여력 부족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바뀐 기조다. ‘경제성장과 사회보장은 상호 의존하는 선순환 관계’라는 진보적 시각과 ‘사회보장이 성장의 발목을 잡는 주범’이라는 보수적 견해의 충돌은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현재 진행형 이슈다.

복지와 성장 균형의 모범 사례를 들 때 빠지지 않는 나라가 바로 스웨덴이다. 서구의 사회민주주의 국가 가운데서도 가장 성공적인 복지국가 사례로 간주된다. 하지만 성장과 분배의 조화라는 이상적 목표와 사회정책을 둘러싼 갈등과 투쟁, 조화와 타협의 역사가 오늘날 복지국가 스웨덴의 본질이기도 하다.

스웨덴 사민당은 1932년 첫 집권 이후 정치·경제를 주도해 왔다. 민주주의와 평화, 경제성장과 자본주의를 조화롭게 작동시킨 산업사회의 모범 사례다. 사민주의의 기본 이념이자 스웨덴식 복지국가의 핵심 담론은 ‘사회정책은 비용이 아니라 생산적 투자’라는 것이다. 스웨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고도성장을 달성하면서 이러한 사회복지 제도를 완비했다.

사민당의 주도 아래 아무런 갈등 없이 복지국가 시스템이 자리 잡은 건 물론 아니다. 2차대전 이후 1950~1960년대를 지배했던 ‘강한 사회’ 담론, 1960년대 말 사회복지사들 중심의 급진적 좌파 담론, 1980년대 ‘제3의 길’ 등 성장과 복지의 헤게모니 투쟁은 여전히 스웨덴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동력이다.

그동안 한국에 소개된 스웨덴 연구가 긍정과 찬사 일변도의 외부 시각이었다면 이 책은 스웨덴 내부의 시선으로 복지 담론의 긴장과 갈등 분석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 옌뉘 안데르손은 스웨덴 웁살라대 경제사학부 박사 출신의 경제사학자다. 현재 파리 정치대 유럽연구센터의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프랑스 국립사회과학원의 신진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성장과 복지의 우선순위와 복지 실현 방안을 두고 치열하게 논쟁 중인 한국 사회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종우의 독서 노트
‘15세기 조선의 때 이른 절정’
한반도 첫 여론조사에 나선 세종대왕



강문식 외 지음│민음사│264쪽│2만3000원

‘기간 5개월. 참여 인원 인구의 4%인 18만 명.’ 1430년 토지 등급을 어떻게 정해 얼마의 세금을 거둘지를 놓고 한반도 역사상 처음 여론조사가 실시됐다. 시행자는 세종대왕. 조선은 왕도사상의 나라여서 원칙적으로 모든 땅의 주인은 왕이다. 따라서 토지를 받은 자는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땅과 기후가 일정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척박한 곳은 기름진 곳보다 수확이 적은 게 당연한데, 이를 무시하고 땅의 크기로 세금을 매겨 불만이 생긴 것이다. 풍흉도 마찬가지다. 흉년이 들었는데도 풍년 때만큼 세금을 거둬들이면 난리가 날 수 있다. 그래서 토지를 여섯 등급, 풍·흉년을 아홉 등급으로 나눠 세금을 달리 받는 제도를 만들었다.

여론조사를 해보니 찬반이 극명하게 갈렸다. 땅이 척박한 함경도는 90% 이상이 제도에 찬성했지만 영호남은 다수가 반대했다. 지금 같으면 다수결로 결정해 버렸을 텐데 여론을 바탕으로 보완에 보완을 거듭해 정책을 만들었다. 조선의 15세기는 이렇게 민본을 바탕으로 움직였다.

이런 예는 또 있다. 세종 이전 한반도에는 변변한 농서(農書) 하나가 없었다. 중국에서 들여온 책이 있었지만 밭농사 중심이어서 논을 중시하는 우리와 맞지 않았다. 그래서 조정에서 하3도에 있는 농부들의 경험을 모으라고 명했다. 우리 땅에 맞는 농서를 만들기 위해서였는데 이렇게 탄생한 책이 ‘농사직설’이다.

조선의 15세기는 이상적인 유교 국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던 시기였다. 조정에서 모든 지역에 관리를 파견해 중앙집권을 완성했고 ‘경국대전’을 통해 법에 의한 통치를 이룩했다. 그 과정에서 왕과 신하 사이에 갈등도 있었다. 왕은 스스로를 최고 통치자로 생각했지만 신하들은 왕도 한 명의 사대부일 뿐이며 오히려 다른 어떤 이보다 반듯한 사대부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갈등은 가끔 피를 부르기도 했다. 재상 중심의 정치를 내세운 정도전을 제거한 태종은 왕권을 확립하기 위해 자기 처가는 물론 사돈까지 죽음으로 내몰았다.

조선이 15세기에 절정기를 맞고 있을 때 세계 곳곳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 명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화에게 아프리카까지 먼 항해에 나서도록 명령했다. 유럽에서는 오스만튀르크가 화포를 이용해 동로마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했다. 15세기는 세계 곳곳에 팽창의 기운이 넘치던 때였다. 그 에너지를 발전시킨 나라는 번영했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는 쇠락했다.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ee@imvestib.com



어떻게 일하며 성장할 것인가



이 책의 부제는 ‘직장인이 던져야 할 11가지 질문’이다. 책의 내용도 바로 이 11개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구성됐다. 저자는 대기업 정책본부 인사팀에서 20년간 HR 전반을 경험했다. 바로 여기서 터득한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어떻게 직장에서 일하며 성장할 것인지, 샐러리맨들이 품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서 시작해 어떻게 일할 것인가, 월급은 무엇인가, 누가 승진하는가, 누가 실력자인가, 왜 경쟁이 필요한가 등에 대한 해법이 담겨 있다.

전영민 지음│클라우드나인│284쪽│1만5000원



마케터는 세상을 어떻게 움직이는가



생수 한 병도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차별성과 만족감에 의해 상품을 선택하게 마련이다. 대량생산으로 상징되는 현대사회에서 마케터들은 실시간으로 변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는 첨병들이다. 마케팅에 관한 이론서가 차고 넘치지만 이 책은 바로 지금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현직 마케터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CJ ONE 카드, IOPE 화장품, 자일리톨껌, 리바이스 엔지니어드진, 현대카드 슈퍼 콘서트 등 현장의 마케팅 시크릿을 배울 수 있는 기회다.

정인수 외 지음│컬처그라퍼│348쪽│1만6500원



START, 시작하라!



캐나다 오타와에 있는 칼턴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미루는 습관’을 대중적인 관점에서 풀어낸 다수의 책을 펴냈다. 이 책은 1만 건 이상의 유료 다운로드를 기록한 이북에다 다양한 국내외 데이터를 덧붙이고 누구라도 쉽게 공감할만한 19점의 카툰을 추가해 꾸몄다. 각 장마다 다양한 유형을 대표하는 짧은 스토리텔링, 문제 분석, 실천 방안들이 이해하기 쉽게 구성돼 있다. 특히 장마다 등장하는 쉬어가는 카툰은 마치 만화책을 보듯 해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미루기 해결법을 제시한다.

티모시 파이카일 지음│남유정 옮김│중앙북스│176쪽│1만2000원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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