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식당 부자들] 5개 대형 식당 운영…연매출 150억 ‘대박’

이상규 꿈꾸는이상 대표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자리한 갈비명가이상은 1998년 개점한 본관에서 2003년 문을 연 신관까지 15년 이상 자리를 지키며 이름난 핫 플레이스가 됐다. 이곳 신관 5층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이상규(38) 꿈꾸는이상 대표는 대학 시절 아버지의 사업을 도와 외식업에 뛰어든 후 줄곧 한길을 걸어오고 있다.

“아버지는 입시 학원을 운영하셨어요. 그런데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가 되면서 학생들이 줄어들자 음식점으로 업종을 전환하셨죠. 고려대 국문과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서 나름 국문학자가 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음식점이 제 인생을 바꿨죠.”

냉면집으로 시작한 식당은 현재 갈비명가이상·북악정·이상보쌈백숙·이상의날개 등 4개 브랜드, 5개 대형 식당으로 확장됐으며 연매출 150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 대표는 14번의 개업과 8번의 폐업을 경험하며 성공 노하우를 터득했고 최근 이를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책도 펴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외식업에 뛰어들었는데, 식당 경영을 공부할 만한 책이 없었어요. 해외 서적은 한국적 풍토에 맞지 않고 이론과 실제가 다른 경우가 많았어요. 15년 정도 한 우물을 파니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겼고 예전부터 이런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기회가 돼서 제가 직접 나서게 됐습니다.”



하월곡동·돈암동 일대서 명성 자자
이 대표는 식당 일의 매력에 점차 빠져들었다. 요리를 만들지 못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손님을 태우기 위해 1급 운전면허도 땄다. 그의 나이 스물다섯 살에 최연소로 대학 외식 경영자 최고위과정에 입학해 많은 식당 부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산 경험을 배우기도 했다.

온면에 만두를 넣은 만두 온면을 최초로 만들어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 대표는 “메뉴는 사장밖에 개발하지 못한다”며 “메뉴 개발이나 식자재 구입을 사장이 맡아 주방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말했다.

냉면집에서 이 대표의 이름에서 앞 두 글자를 따 이상갈비로 이름을 바꾼 후에는 장사가 더욱 잘됐다. 대박 가게로 명성을 떨치며 2003년 본점에서 300m 떨어진 자리에 신관을 오픈했다. 이 대표가 주도해 건물을 지었고 인테리어도 직접 했다. 메뉴부터 직원 복리후생 등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챙겼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대표 명함을 달고 진두지휘했다.

평창동에 자리한 북악정은 원래 30년 전통의 갈빗집으로 폐업 직전에 인수해 매출을 7배 정도 끌어올렸다. 바로 옆에 건물을 새로 확장하며 현재 월평균 4억50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재 갈비명가이상에서 연매출 50억 원, 북악정에서 50억 원을 기록하며 두 브랜드가 꿈꾸는 이상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성공 비결에 대해 “요리를 좋아했거나 특별한 맛의 비밀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요즘 외식 업계는 맛이 상향 평준화돼 맛은 평균 이상만 따라가면 된다고 말했다. 그보다 몇 가지 원칙을 지키면서 천천히 성장하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란다.

이 대표는 외식업의 리스크를 세 가지로 보고, 이를 제거하는 쪽으로 경영의 초점을 맞췄다. 임대 리스크, 식자재 리스크, 직원 리스크가 그것으로, 그중 가장 큰 부분이 임대 리스크라고 생각한다. 특히 서울 경기 지역의 임대료가 10년 전에 비해 3배, 주요 상권은 10배까지 올라가는 등 수직 상승하고 있는 탓에 많은 식당들이 쓰러진다는 것이다.



식재료 아끼지 않는 박리다매 전략
꿈꾸는이상은 경쟁사에 비해 성장이 더디더라도 임대가 아닌 직접 땅과 건물을 사들이는 방식을 택했다. 이 대표는 그것을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꼽았다. 예를 들어 식당 하나가 대박이 나면 주변에 경쟁자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때 식당들은 할인 경쟁에 나서게 되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임대료를 똑같이 지불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때 48개 매장 매출 4000억 원을 기록한 수산 브랜드도 다 사라지고 그 자리엔 기업 전자 매장 혹은 외제 차 매장이 들어섰다고 말했다.

물론 꿈꾸는이상은 많은 돈을 대출을 통해 얻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자가 임대료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임대료는 올라가는데 이자율은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로 저성장 구조에서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대표가 15년간 외식업에 종사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첫째 원칙은 “본전 생각나지 않게 하라”는 것이다. 고객이 지불한 가격보다 더 큰 가치를 줘야 하고 일례로 갈비명가이상의 대표 메뉴인 갈비탕은 “숟가락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재료를 쓸 것”을 주문한다고 한다. 이렇게 재료를 쓰면 마진이 남을까. 이 대표의 전략은 ‘박리다매’에 있다. 적게 팔면 마진이 0%이거나 마이너스이지만 갈비탕이 하루 1000개 이상씩 팔리기 때문에 재료 값도 더 떨어지고 이익이 난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북악정을 맡은 이후 원가율을 기존 35%에서 45%까지 끌어올렸다. 식재료를 아끼지 않아야 손님이 찾는다는 생각에서다. 이 대표는 임대료 10%를 내는 것을 아끼는 대신 식재료에 투자했다. 이 때문에 매출이 올라가면 또 식재료율이 떨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와 함께 “고객을 다시 찾게 하라”는 원칙도 고수한다. 여러 번 방문한 고객은 습관적으로 오게 된다는 생각에서 고객 재방문에 초점을 맞추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세일이다. 1년에 두 차례 정도 50% 할인 행사를 펼친다. 마치 백화점 정기 세일처럼 일정 기간 여유를 두고 한 번 떠난 고객도 다시 찾도록 ‘미끼 상품’을 던지고 있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꿈꾸게 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내부 고객인 직원들이 먼저 행복해야 좋은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이런 고민을 안고 있던 이 대표는 ‘독서’에서 해답을 찾았다. 2002년부터 책 읽기를 시작해 독서회를 조직하고 책을 강독하기 시작했다. 꾸준히 독서가 쌓이면서 실제 직원 사이 대화가 더 풍성해졌다. 독서회에서 시작한 책 사랑은 북카페 ‘이상의날개’ 개점으로 이어졌고 이 대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비전을 직원들에게 제시하기 위해 2008년 직접 출판사를 차렸다. 벌써 50여 권의 책이 나왔고 이 대표가 출간한 ‘식당 부자들’도 같은 출판사에서 제작한 것이다. “출판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어요.(웃음)”

많은 사람들이 식당 창업 시 입지를 중시하지만 이 대표는 의외로 “입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은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에 중심 상권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 대신 상품력과 서비스를 갖추는 데 힘을 쓰라고 조언한다. “고객은 좋은 걸 알아서 찾는 귀신이기 때문”에 입지의 불리함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피스 상권이 좋아 보이죠. 하지만 많은 곳이 점심 혹은 저녁 시간만 생각한다는 게 함정입니다. 오후 시간에 가 보면 되는 식당이 거의 없어요. 365일 균일하게 수요가 있는 상권, 특히 주거지역이 좋다고 봅니다.” 꿈꾸는이상은 본거지에서 평창동 북악정까지 4.5km 안에 모든 매장을 갖고 있다.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어 관리하기가 쉽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강조한 부분은 “인내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직접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은 깨달음이다. “광우병 파동이 났을 때 갈비명가이상을 한 층만 남겨 놓고 다 업종을 바꿨어요. 대게도 팔고 보쌈도 팔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고 다시 주특기 갈비로 돌아왔죠.” 이때 손해 본 금액이 10억 원에 이른다. “식당을 운영하면 끊임없이 위기가 찾아와요. 때로는 견디는 것도 전략입니다. 7~8개월만 지나면 잃었던 매출이 다시 올라오는데 그 사이 문을 닫거나 업종을 전환하면 결국 끝까지 남는 사람이 경쟁에서 이기게 됩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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