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진부하지만 강렬한 러브 스토리, 남자가 사랑할 때

남자가 사랑할 때



감독 한동욱 출연 황정민, 한혜진, 곽도원

태일(황정민 분)은 나이만 먹었을 뿐 아무 대책 없는 남자다. 친구의 사채 업체에서 일하면서 교도소를 제집처럼 들락거린다. 그러던 태일이 아버지의 빚을 짊어지게 된 여자 호정(한혜진 분)에게 신체 포기 각서를 받으러 갔다가 첫눈에 반하고 만다.

‘남자가 사랑할 때’의 전반적인 이야기는 신파 멜로드라마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그리고 관객의 눈물샘에 호소하는 태일의 사랑을 중심에 두다 보니 현실의 모든 고통은 사실상 너무 쉽게 봉합된다. 특히 호정에게 그렇다. 태일의 변화를 촘촘하게 기록하는 것과 달리 대학물을 먹고 은행이라는 탄탄한 직장도 있지만 병든 아버지 때문에 또래처럼 청춘을 즐기지 못하던 여자가 저돌적으로 구애하는 건달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가 사랑할 때’를 눈여겨보게 되는 것은 한동욱 감독의 손길 때문이다. ‘부당거래’,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등의 조감독을 두루 거친 한 감독은 자주 이미지화됐던 무식하고 거친 사내들의 닳고 닳은 표상에 새로운 시각을 더한다. 장면의 설정 자체는 진부할지언정 그것을 시각화하는 데 있어 어느 순간 멈춰 버리고 여운을 남기는 절제를 활용한다. 조금 과장하자면 건달 버전의 ‘8월의 크리스마스’를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 감독은 철없던 남자 태일이 사랑에 눈뜨면서 그의 ??전체가 실패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섬세한 집중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이 관객들을 끝내 울리고야 만다.



수상한 그녀



감독 황동혁 출연 심은경, 나문희, 박인환, 이진욱

아들(성동일 분) 자랑이 유일한 낙인 칠순 할매 오말순(나문희 분)은 가족들이 자신을 요양원으로 보내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뒤숭숭해진 말순은 처음 보는 ‘청춘 사진관’에 들어가 영정 사진을 찍는데, 돌아오는 길 버스 차창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50년 전, 스무 살 꽃처녀 시절의 그 모습(심은경 분)이다.



피끓는 청춘



감독 이연우 출연 박보영, 이종석, 김영광, 이세영

여자 일진 영숙(박보영 분)은 홍성농고의 카사노바 중길(이종석 분) 때문에 애가 탄다. 중길은 서울에서 내려온 청순가련 전학생 소희(이세영 분)를 꼬이기에 여념이 없고 영숙을 짝사랑하던 홍성공고의 싸움짱 광식(김영광 분)은 그런 중길 때문에 속상한 영숙의 마음을 알아채고 소희에게 손길을 뻗친다.



블라인드 디텍티브(盲探)



감독 두치펑 출연 류더화, 정슈원, 궈타오욱

시력을 잃은 강력반 형사 총(류더화 분)은 미해결 사건들을 해결하는 사립 탐정으로 거듭난다. 어느 날 시민에게 황산을 투척하는 사건이 상습적으로 발생하자 총의 활약으로 범인을 검거하게 된다. 여형사 통(정슈원 분)은 그의 능력에 반해 자신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남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도움을 청한다.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plat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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