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자산 배분 전략] 자산 관리도 ‘옷장 정리’ 한 번 해보자

유행 지난 옷은 ‘리폼’ 필요해…버릴 옷 버려야

재테크 박람회나 은퇴 박람회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상담하기 위해 줄 서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노후 대비 걱정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고객의 자산 현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때 유행했던 상품을 가지고 있다가 그대로 방치해 둔 경우가 많다. 이는 옷장에 어떤 옷이 있는지 모른 채 유행이 지난 옷을 그냥 입는 것과 같다. 자산 관리도 처음 목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가지고 있는 옷을 조금만 리폼해 보면 어떨까.

금융권에 근무했던 A(55) 씨를 재테크 박람회에서 만났다. 현재 약 10억 원의 금융자산에 투자하고 있고 그 대부분이 주식형 펀드다. A 씨의 가장 큰 문제는 은퇴 이전에 운용했던 변동성이 큰 주식형 펀드와 주식으로 생활비를 일부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안정성과 절세에 초점을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투자 환경을 살펴보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작년 2.9%를 넘어선 3.6%(OECD 보고서)로 전망된다. 미국은 꾸준한 고용 지표 개선 속에 글로벌 경제 회복을 이끌고 유럽은 마이너스 성장률이 멈추며 전환점에 섰다. 여기에 중국은 높지는 않지만 안정된 성장세를 이어가며 이머징 주식시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양적 완화 축소 이슈로 안심하기 이른 시점이다.


‘TOM 현상’ 이용한 랩 상품 주목
먼저 A 씨의 포트폴리오에서 개별 주식으로 운용하던 비중을 줄이고 본인·배우자·자녀의 명의로 연금저축계좌를 통해 해외 펀드 비중을 높였다. 이 자금은 5~10년 후 소득이 없을 때 연금 자산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인덱스 위주의 한국 주식형 펀드도 일부 편입했다. 선진국 내수 회복과 함께 신흥국 수출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제조업에 강점을 가진 한국 증시의 저평가가 해소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일본 및 중국 펀드 중심의 해외 펀드 일부는 글로벌 소비재 주식으로 구성된 ‘글로벌 컨슈머 펀드’로 교체했다. 구글·아마존닷컴 등 매출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로, 신흥국 소비 인구 증가에도 수혜를 볼 수 있다.



해외 펀드 중 일부는 유럽 하이일드 펀드를 편입해 안정성을 높였다. 양적 완화 축소 이슈로 만기가 긴 달러 표시 채권은 피하는 게 좋다. 유럽은 양적 완화 기조가 유지되고 금리도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이일드 채권은 경기가 좋아지면 기업의 실적도 좋아져 양적 완화 축소가 시작되더라도 기회가 있다.

유동성 자금 중 일부는 월지급식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에 편입했다. 매월 이자를 받아 생활비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펀드는 지수가 상승해야 수익이 발생하지만 이 상품은 3년간 일정 지수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확정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 만약 만기에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매월 수령한 이자로 손실률을 줄이는 장점도 있다.

또한 주가가 오를 확률이 높은 기간에만 투자해 변동성은 낮추고 수익 가능성은 높인 ‘플렉서블(Flexible) TOM 랩’도 편입했다. 월말 월초에 며칠간 주식 수익률이 월중보다 높게 나오는 것을 ‘TOM (Turn Of the Month)’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를 이용하는 랩어카운트 상품이다. 이런 현상은 기관의 윈도 드레싱,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월말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향후 상세 액션플랜을 제시하고 지속적 커뮤니케이션을 하기로 했다. 자산 관리자는 최신 유행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고객에게 얼마나 잘 어울리고 성향에 맞는지 섬세하게 체크, 좀 더 세련되고 멋진 고객을 만드는 사명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권은정 미래에셋증권 분당지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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