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_일본] 급증하는 농업 펀드…호시절 올까

‘유망 산업 진화’ 인식 확산, 아베 정권도 지원 ‘팍팍’

요즘 일본에선 농업 벤처, 채소 공장 등이 화제다. 꽤 생소한 단어인데도 매스컴에 자주 거론된다. 사양산업의 대표 주자인 농업에 대한 선입견이 바뀐 결과다. 종합상사 등도 농업을 성장 산업 후보 반열에 올려놓는 분위기다. “농업이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을 유망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농업 펀드는 금융회사가 설정·판매하는 기존의 주식 펀드와는 다르다. 농업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건 같지만 운영 주체와 투자 내용 등은 차별적이다. 그렇다고 융자도 아니다. 빌려주고 종료되는 일반 융자와 달리 자금 주체가 운영 과정에 참여하는 게 특징이다. 펀드 자금은 정부와 민간(금융·기업 등)이 갹출·출자해 만드는 게 대부분이다. 투자 대상은 6차산업을 지향하는 농림어업 회사다. 이 때문에 농업 펀드와 농림어업자의 합병회사로 보는 게 타당하다. 농업을 유망 산업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성장 전략답게 농업의 6차산업화(1차×2차×3차)를 위한 가치 창출이 노림수다. 농업 부활은 아베 정권의 셋째 화살인 성장 전략의 주요 뼈대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민·관 펀드지만 사실상 정부 주도형이다. 주도권은 일본 정부가 2013년 2월 설립한 ‘농림어업성장산업화지원기구’가 쥐고 있다. 농림어업자가 주체가 돼 신규 분야(6차)를 개척할 때 펀드를 통해 출자·융자는 물론 경영 지원을 담당한다. 농가 소득 유지 확보와 농촌 지역 고용 창출이 주요 목표다. 기구 산하에 지역·분야별 서브 펀드를 운영 중이다. 장점은 많다. 자금의 사용 제약이 적은 데다 기일마다 변제할 필요가 없고 설비투자 이외의 인건비 등에도 운영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2018년까지 총액 2000만 엔 규모로 펀?躍?키울 계획이다.


민·관 펀드지만 사실상 정부 주도
현재 지원 기구와 민간이 공동출자로 만든 민·관 펀드는 34개에 달한다. 총액 600만 엔을 넘겼다. 일례로 JA(농림중앙금고)그룹은 지원 기구와 총액 100억 엔(각각 50억 엔)짜리 펀드를 만들었다. 신선도를 장기간 유지하는 새로운 포장 방법을 연구 중인 회사에 2000만 엔을 출자했다. ‘미라이’로 불리는 농업 법인이 설립한 자회사로, 기존의 채소 포장을 수분 유지가 가능하고 직립 진열이 가능하도록 변신시켜 출자를 얻어냈다. JA그룹으로선 사업 기반이 되는 농촌 지역의 확대 발전을 도모하기에 금전 이상의 메리트를 갖게 돼 고무적이다. 생산자와 지역 농업의 발전이 JA그룹 전체의 기반 강화에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음식점인 쓰카다농장(塚田農場)을 운영하는 에버컴퍼니도 총액 10억 엔의 농업 펀드를 설립했다. 출자를 통해 고부가가치 농산물을 생산하고 이를 자사 메뉴에 도입할 예정이다.

다만 지원 기구의 기준이 엄격해 선정받기는 다소 힘들다. 이 때문에 몇몇 민간 업체는 독자 펀드를 내놓았다. 가령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지원 기구를 통하지 않고 민간만으로 구성된 출자 펀드를 설립했다. 투자 대상은 6차산업 이외에도 문호를 넓혔다. 종묘·농약·가공기술 등도 농업의 성장 산업화에 기여한다는 판단에서다. 1호 투자는 구마모토에서 유기농 어린잎(채소)을 생산하는 농업회사다. 정보기술(IT)화에 힘입은 비용 절감과 생산관리가 주목받았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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