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 집안…교육열·희생 남달라
포스코 회장으로 내정된 권오준(63) 포스코 사장 5남매가 모두 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이하 서울사대부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명문대를 나와 각계에서 맹활약 중이어서 화제를 모은다. 권 회장 내정자의 부모는 빠듯한 살림에도 다섯 자녀 모두를 경북 영주에서 서울로 올려 보내 대학 공부까지 마치게 하는 남다른 교육열로 명문가를 일궈 냈다는 평을 받는다.첫째부터 셋째인 권 회장 내정자까지는 입학시험을 통해 서울사대부고에 들어갔다. ‘기업 홍보의 롤모델’로 통하는 막내 권오용(59) 효성그룹 상임 고문과 바로 위 형은 서울 사대부중에서 곧바로 진학하는 제도(동계 진학)를 통해 서울사대부고에 입학했다. 2008년 선친 권영건 씨의 빈소에는 5남매의 숫자와 같은 5개의 서울사대부고 각 기수별 조기가 게양돼 조문객들로부터 “다섯 명이 모두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느냐?”는 질문을 수차례 받았다고 권 고문은 전했다. 당시 형제들은 “저는 16회”, “저는 18회”, “저는 20회”, “저는 24회”, “저는 26회” 등과 같은 답변을 수도 없이 해야 했지만 명문 고등학교를 나왔다는 자부심이 컸다고 했다.
집안의 첫째이자 유일한 딸인 권원주 씨는 1961년 서울사대부고에 진학한 16회 졸업생이다. 경북 영주여중의 재원으로 경기여고 대신 서울사대부고를 택하며 ‘5남매 동문 전통’의 포문을 열었다.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하고 서울 이문동·봉천동 등지에서 오랫동안 약국을 운영하면서 동생들을 뒷바라지했다. 장남이자 5남매 중 둘째인 권오성 씨는 서울사대부고 18회 졸업에 한국외국어대 출신으로 1983년 방적·방직 관련 수출입업을 하는 주식회사 두백을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두백은 2011년과 2012년 매출액이 각각 700억 원, 810억 원 규모의 건실한 중견기업이다.
장남은 우량 중소기업 (주)두백 경영
권 회장 내정자는 4남 1녀 가운데 셋째로 서울사대부고 20회 졸업생이다. 입학시험에서 반에선 수석, 학교 전체로는 3위를 차지해 담임선생님이 반장을 하라고 했지만 “촌놈이라 자신이 없다”며 포기했다. 2008년 아버지가 작고했을 때에도 권 회장 내정자는 부음란에 ‘회사원’이라고만 기재하기도 했다. 지인들은 권 회장 내정자를 ‘겸손하다’고 평한다.
그는 서울대 금속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윈저대에서 석사학위를,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986년 포스코에 스카우트돼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으로 자리를 옮겨 연구를 시작했다. RIST에서 열연연구실장·기획부장 등을 맡아 기술 개발을 이끌었고 이후 포스코 기술연구소장을 거쳐 2009년 RIST 원장 자리에 오른 후 현재까지 기술부문장(사장)을 맡고 있는 ‘정통 철강맨’이다. 박충선 대구대 교수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권 회장 내정자의 첫째 동생인 권오진 씨는 서울사대부고 24회,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후 피부과를 운영 중이다. 막내인 권오용 씨는 서울사대부고 26회,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전국경제인연합회 기획홍보본부장, 금호아시아나그룹 홍보 전무, KTB 경영기획실 상무, SK그룹 사장 등을 역임한 후 현재 효성그룹에서 상임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효성그룹의 비상경영 상황을 헤쳐 나갈 대외 홍보 관련 구원투수로 지난해 11월 영입됐다.
5남매를 모두 서울사대부고에 진학시킨 권 회장 내정자의 부모는 막내인 권 고문이 졸업하던 1974년 학교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이들이 모두 서울대·연세대·고려대·한국외국어대·이화여대 등 줄줄이 명문대에 들어간 덕도 컸을 것이다.
경북여고 출신…‘타이거 맘’ 전형
권 고문은 경상북도 영주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모두 서울사대부고에 입학한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서울에서 영주는 중앙선 기차로 거의 하루가 걸릴 정도로 먼 곳”이며 “방학 때 고향에 내려가 서울 이야기를 들려주면 시골에 있는 친구들이 모두 신기한 표정을 지을 정도”라고 했다. 권 회장 내정자의 부모는 비록 가난했던 시절이었지만 큰 도시에서 아이들을 교육시켜야겠다는 믿음이 강한 분이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특히 경북여고 출신인 어머니의 교육열은 남달랐다. 집안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어머니는 저녁마다 다섯 남매의 숙제 지도를 했는데 그 시간이 때론 ‘공포’였다고 한다. 아이들이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본인이 더 억울해 했고 어떤 날은 아궁이에 책을 집어 던진다고 하거나 지게를 줄 테니 나무나 해오라는 등 ‘충격요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평소엔 자애롭지만 성적 관리에 있어선 엄격한 ‘타이거 맘’의 전형이었던 것. 권 고문은 “어머니가 책을 태우려고 할 때 울면서 잘하겠다고 매달린 후 다시 책을 펴 문제를 풀면 척??풀려 신기했다”고 회상했다. 그 덕분에 다섯 남매 모두 학창 시절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자녀들 모두가 모두 서울로 진학했지만 집안이 유복했던 것은 아니다. 아버지는 1950년대부터 고향인 영주에서 원목을 사서 각목 등을 제작해 판매하는 제재소를 운영하며 상당한 부를 쌓았다고 했다. 하지만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집에 차압 딱지가 붙기도 할 정도로 어려운 시절도 많아 자녀들이 서울에서 유학하던 때에는 넉넉지 않은 형편이었다.
이 때문에 권 회장 내정자의 어머니는 자식 뒷바라지를 하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서울에서 영주로 갈 땐 스테인리스 스틸 식기를 잔뜩 사 동네 아줌마들에게 팔았고 닭 300마리와 돼지를 키워 판 돈으로 다섯 자녀의 등록금을 댔다.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자녀들의 학비는 반드시 마련했다고 한다.
권 회장 내정자의 어머니는 하숙과 전세로 살림을 꾸렸다. 동네의 공무원, 선생님들을 하숙생으로 받았고 심지어는 안채를 군청의 건설과장에게 전세로 내주고 일곱 식구가 수년간 사랑방 한 칸에 모여 산 적도 있었다고 했다. 권 고문은 “집주인인 우리는 사랑방에 기거하는 하숙생 신세가 됐고 전세 사는 분들이 시끄러울까봐 우리 집 안채를 지나다닐 때 조용히 걷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하숙생 가운데 영주여중의 체육 선생님이 있어서 어머니는 학교 매스게임에 사용할 조화를 직접 만드는 일을 따오기도 했다. 가족들이 모여 사는 사랑방 창문을 통해 하굣길 학생들에게 꽃을 팔아 생활비를 마련할 정도였다.
권 회장 내정자의 아버지로부터는 근성과 절약 정신을 물려받았다. 영주에 살던 시절 새벽마다 다섯 남매를 깨워 철탐산까지 함께 달리기를 했다. 부지런한 생활 태도와 강인한 체력을 만들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절약 정신을 강조해 칼국수와 해장국이 어린 시절 권 회장 내정자 가족의 유일한 외식 메뉴였고 혹시라도 비싼 것을 먹으려고 하면 “부자 연습하나?”라며 만류했다. 신문의 광고지를 모아 연습장을 만들고 교훈을 적어 자녀들에게 나눠 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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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회장 내정자의 ‘서울사대부고’인맥, 누구 있나?
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가 정준양 현 회장의 서울사대부고, 서울대 2년 직속 후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동문 인맥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고교 인맥으로는 재계에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희범 LG상사 부회장 등이 있다. 김용언 동서식품 회장, 성기학 영원아웃도어(노스페이스) 회장은 서울사대부고-서울대 라인이다.
정계에서는 친박계 중진인 홍사덕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 상임의장과 인연이 깊다. 권 회장 내정자보다 일곱 살이나 많지만 홍 의장은 경북 영주 출신에 서울사대부고와 서울대 동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언론계에서는 권 회장 내정자와 1950년생 동갑인 송필호 중앙일보 부회장이 있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