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저탄소 시대 블루오션 ‘배출권 거래’

2015년 도입 앞두고 업계 들썩…컨설팅·파생상품 등 뉴 비즈니스 창출

2015년 한국 최초로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가 도입된다. 이 제도는 기업들에 배출할 수 있는 탄소 배출량을 사전에 할당해 주고 기준보다 적게 배출한 기업은 배출권을 팔 수 있게 하고 많이 배출한 기업은 페널티를 받기보다 배출권을 사서 규제에 대응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올 한 해 이를 둘러싼 정부와 산업체 간 뜨거운 공방이 예상된다. 탄소배출권 거래 대상 기업과 탄소배출권 할당 방식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무리한 온실가스 규제가 한국 기업들의 대외 경쟁력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 제도로 철강·화학 산업 등 9개 업종의 매출이 최대 12조 원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산업계는 2020년까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배출권의 무상·유상 할당 방식에 따라 산업계의 부담이 매년 4조2000억 원에서 14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으며 제도 도입 시기를 2020년 이후로 연기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적용 대상과 할당 기준 논란
그러나 탄소배출권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은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이미 유럽은 물론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동부 지역 여러 주들, 호주는 물론 중국에 이르기까지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는 한국 기업들에도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얼마 전 뉴스에서 한 전문가가 “중국보다 싼 전기를 쓰는 한국 기업들이 무슨 국제 경쟁력 핑계를 대느냐”는 말이 떠오른다.

정부는 이미 2011년부터 온실가스·에너지 목표 관리 제도를 통해 개별 기업의 과거 온실가스 발생량과 감축 활동 및 잠재량 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개별 기업에서는 제삼자 검증을 받아 온실가스 발생량에 대해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감축 잠재량을 판단하고 그 중요성을 재무적인 용어로 경영진과 투자자들에게도 전달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이 제도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기술적 인프라는 어느 정도 구축됐다고 할 수 있다.


탄소 자산이나 부채를 기반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 등급이나 목표 주가를 재산정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금융 서비스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온실가스 관련 규제 준수 비용을 측정해 이를 각종 평가에 반영하게 된다.


다만 유럽이나 중국 등에서도 특정 시설(Installation) 중심으로 온실가스를 측정하는데 비해 한국은 기업 활동 전반에서 발생되는 모든 온실가스를 전부 측정한다는 데서 제도상 기술적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정부는 포괄적이며 구체적인 MRV(온실가스의 측정·보고·검증) 인프라를 구축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왔다.

당초 정부는 2013년에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기업들의 반발로 2015년으로 도입 시점이 연기됐다. 원래는 2015년부터 각각 5년간 향후 10년 동안 산업계의 온실가스를 줄인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다. 그러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2020년까지 전망치(BAU) 대비 30% 감축이기 때문에 이 제도는 1기(2015~2017년), 2기(2018~2020년), 3기(2021~2025년)로 나뉘어 도입된다. 1기에서는 기업들에 탄소배출권을 100% 무상 할당하지만 2기에서는 무상 할당 비율을 낮춰 나가게 된다.

탄소배출권의 거래는 구매나 판매의 형태는 물론 차기 연도로 이월하거나 차기 연도의 배출권을 당해 연도에 차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할당받은 탄소배출권(Allowance credits)의 거래 외에도 외부에서 온실가스를 줄여 얻을 수 있는 상쇄 탄소배출권(Offset credits)도 활용할 수 있다.

6월 말에는 어떤 기업들이 탄소배출권을 할당받게 될 것인지 결정되고 10월쯤에는 각각 얼마의 탄소배출권을 할당받게 될지 결정된다. 현재로서는 연간 12만5000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들이 이 제도의 대상으로, 대략 600~700개 기업이 참여하게 될 전망이다.


<YONHAP PHOTO-0422> Smoke bellow from the chimneys of Belchatow Power Station, Europe's largest biggest coal-fired power plant, in this May 7, 2009 file photo. Farming plankton, sending solar panels into orbit, remodelling hydrogen -- for the latest wave of entrepreneurs suggesting easier ways out of climate change, it's all in a day's pitching. Beyond grabbing headlines, such notions are attracting serious scientific attention and venture funding from investors who at least until the collapse of Lehman Brothers lent credibility to high-risk investment propositions. Some plans seek radical alternatives to fossil fuels. Other businesses are dreaming of geoengineering -- planning to tweak the earth's climate by removing heat-trapping carbon dioxide (CO2) or reflecting sunlight into space. To match feature CLIMATE/TECHNOLOGY-FIX REUTERS/Peter Andrews/Files (POLAND POLITICS ENVIRONMENT ENERGY BUSINESS)/2009-09-03 09:26:51/ <저작권자 ⓒ 1980-200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기업들은 산업별로 탄소 집약도나 수출 집약도 등 그 특성에 따라 각각 다른 기준에 따라 탄소배출권을 할당받게 될 예정이다. 이때 기존에 있었던 온실가스 감축 성과(조기 행동)도 일부 인정받게 된다. 우선 1기에 대한 탄소배출권이 할당되지만 기업들은 2기에서의 온실가스 감축 강도를 감안해 정부와 탄소배출권 할당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또한 기존에 있었던 내·외부 온실가스 저감 활동들이 얼마나 비용적으로 효과적인지, 배출권 구매와 비교해 투자 매력도가 있는지 다시 한 번 더 점검해야 한다.


탄소배출권 확보 경쟁 시작돼
동일한 산업 내에서는 동일한 수준의 탄소배출권이 부여되기 때문에 생산원가 중 에너지 비용이 높은 산업에서는 배출권 할당이 업계에 미치는 판도가 클 수 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수위권 내에 드는 기업들이 정부와의 탄소배출권 협상 시 손익 규모가 낮은 하위권 기업의 재무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으로 강한 기준을 도입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스스로 탄소 집약도나 감축 잠재량 분석뿐만 아니라 해당 산업 내 경쟁 기업의 관련 수준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은 기업에 여러 가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첫째, 기존 전통 산업들의 저탄소 경영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효율 기술의 도입이나 청정 생산 등 공정 개선, 연료 전환과 신·재생에너지 도입, 상쇄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한 외부 감축 사업의 투자 등이 활발해지며 일련의 활동이 탄소 자산 또는 탄소 부채의 성과 형태로 관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탄소 자산 관리 체계를 도입하고 전사적 탄소 경영을 이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탄소배출권 거래와 관련된 서비스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의 저탄소 경영을 위한 컨설팅 서비스나 ICT 솔루션 서비스 회사가 발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탄소배출권 거래소가 설립되고 할당 탄소배출권 거래를 위한 ICT, 자문과 브로커, 거래 일임, 파생 상품 등의 신규 사업도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탄소 상쇄 배출권이 중요해지므로 정부 부처 등에서 탄소 상쇄 제도를 정비하게 되고 민간에서는 이러한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기 위한 일환으로 선도 거래 등의 투자도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배출권의 가격이나 거래량, 거래 정보 등 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도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출권 거래와 관련된 교육이나 인증 시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셋째,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사업의 기획과 투자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탄소 상쇄 제도는 대표적으로 에너지관리공단의 K-VER와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청정개발체계(CDM)가 있으며 건축물·산림·농업·식품 분야 등 몇몇 분야를 중심으로 별도의 탄소 상쇄 제도가 준비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가 구체화되면 이를 지원하는 컨설팅 회사나 금융회사들의 참여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나 모니터링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부각되고 이에 대한 투자시장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넷째, 탄소 자산이나 부채를 기반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 등급이나 목표 주가를 재산정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금융 서비스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온실가스 관련 규제 준수 비용을 측정해 기업의 실제 현금 흐름을 조정, 목표 주가나 디폴트 리스크 등을 새롭게 판단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탄소 위험이 감안된 주식 투자는 물론 은행 대출이나 채권 발행, 보험 산업으로까지 연계될 것으로 보인다.


저탄소 시장 생태계 구축의 출발점
한국의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끌어 온 주력 산업들은 자동화, 해외 생산 기지 진출 등으로 이미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로 넘어갔다. 물론 이러한 산업들이 여전히 한국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 역할을 하고 있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원이 절실한 한국으로서는 창조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입이 불가피하다.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가 잘 정착된다면 한국에서도 수입 의존적인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온실가스를 줄이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제 발전의 주춧돌을 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큰 변화를 통해 창조 경제의 새로운 ‘저탄소 시장의 생태계’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우려와 기대 속에서 이제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는 이미 출발했고 올해 본격적으로 그 야심찬 첫발을 떼게 된다. 이제까지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시장이 다가온다. 한 발 앞서 생각하면 창조가 되고 블루오션의 기회가 보일 것이다. 그러나 남들과 똑같이 생각하면 레드오션에 빠지게 될 것이다.


임대웅 에코프론티어 상무·고순현 EFC 본부장·문현정 EFC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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