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수의 IT 心포니] 온라인 쇼핑 산업 가로막는 결제 서비스
입력 2014-01-16 09:52:38
수정 2014-01-16 09:52:38
아마존, 한국 진출 채비… ‘망국병’ 액티브X서 벗어나지 못하면 경쟁 어려워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 기업인 아마존이 한국 온라인 쇼핑 산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마존은 지난해 5월 ‘아마존 코퍼레이트 서비시즈 코리아’란 한국 법인을 설립했고 ‘아마존 웹 서비스(AWS)’를 시작했다. 아마존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물류 창고지를 알아보는 등 물밑 준비를 한다는 게 알려진 것이다. 아마도 일본에서의 성공 경험과 함께 한국 사람들의 해외 직접 구매 열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클 것이다.그런데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특이한 환호성이 나왔다. 마치 애플의 아이폰이 그랬던 것처럼 아마존이 들어와 액티브X 전자 결제의 고통에서 해방시켜 달라는 절규였다. 필자도 동감할 만한 경험이 여럿 있다. 작년 초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잔뜩 찾아 쇼핑백에 담고 결제하려고 했더니 액티브X를 설치해야 했다. 그런데 시스템이 재부팅되더니 쇼핑백이 텅 비었다. 20분에 걸친 노력 끝에 결국 구매를 포기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못하는 것도 있었다. 한 대학에서 학적부를 발급 받으려는데 수수료를 포함해 550원을 결제해야 했다. 역시 액티브X를 설치하고 또 설치하고 그러다가 무려 22분이 걸렸다. 허탈과 분노로 점철된 쇼핑의 사용자 경험(UX)이다.
외국의 쇼핑 사이트는 전혀 그렇지 않다. 돈 쓰겠다는데 쫓아내는 한국과 달리 편하게 돈 쓰게 만드는 서비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바로 아마존의 원클릭(1 click)과 페이팔(PayPal)이다. 이에 따라 이들이 추구하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의 구매 편의성을 이해하고 액티브X로 억압받는 한국 쇼핑 산업의 경쟁력을 되돌아 봤으면 한다.
아마존의 원클릭, 극단적 편리함 제공
아마존의 원클릭 서비스는 한 번에 모든 일이 끝난다는 뜻이다. 물건을 보고 그 옆에 있는 원클릭 버튼을 누르면 다 된다. 버튼을 누르면 주문이 접수되고 등록해 놓았던 신용카드로 결제되고 저장된 주소로 배달된다. 물론 30분 이내에 취소할 수 있다. 인터넷익스플로러뿐만 아니라 크롬·파이어폭스·사파리에서도 되고 애플 컴퓨터에서도 쓸 수 있다.
한 번 클릭이란 극단적 편리함에는 소비자가 돈을 내는지도 모르게 한다는 전략이 숨어 있다. 결제 과정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소비자가 클릭하는 과정에서 하게 되는 ‘돈을 낼까 말까’라는 고민이 줄고 결국 쇼핑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아마존의 원클릭보다 광범위하게 쓰이는 온라인 결제 1위 서비스는 페이팔이다. 아마존의 원클릭은 아마존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지만 페이팔은 온라인 쇼핑뿐만 아니라 기부 등 송·수금 서비스 전반에서 사용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24가지 통화(currency)를 지원하며 3억 개가 넘는 계좌를 가지고 있다. 이베이(eBay)에서는 판매자들이 수금하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페이팔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자. 한국이 액티브X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페이팔의 기원은 전기자동차로 잘 알려진 엘론 머스크가 1999년에 설립한 엑스닷컴(x.com)이다. 머스크는 집투(Zip2)를 팔아 번 2200만 달러 중 1000만 달러를 투자, 은행을 거치지 않고 e메일을 이용해 간편하게 송금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리고 2000년에 컨피니티(Confinity)와 합병해 페이팔로 개명했다. 다음해인 2001년에 페이팔은 엄청난 성장을 거두며 10대 인터넷 결제 서비스가 됐다. 이베이는 2002년 간편한 결제의 중요성을 알아차리고 약 1조6000억 원에 페이팔을 인수했다.
페이팔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결제하고 송·수금할 수 있는 간편한 서비스다. 결제할 때 신용카드 정보를 매번 입력할 필요가 없고 페이팔 버튼을 누르고 비밀번호만 넣으면 된다. 업체 측에 신용카드 번호나 은행 계좌 번호, 개인 정보를 보내지 않아 안심할 수 있다. 그리고 여러 사이트에서 동일한 페이팔 결제 시스템을 쓰기 때문에 매번 결제 방법을 배울 필요도 없고 사이트마다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할 필요도 없다. 개인, 개인 사업자, 법인 모두 거래 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계좌 유지 수수료는 무료다. 한국에서도 비자나 마스터카드 같이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만 있으면 사용할 수 있다.
페이팔을 기본으로 하는 다양한 응용 결제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빌미레이터(BillMeLater)라는 서비스는 이름 그대로 요금을 지불하는 시점이 25~90일 정도로 미뤄진다. 이에 따라 당장에 돈이 나가지 않는 거래에 유리하다. 거래 특성상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고 만기일까지 송금하지 않으면 많은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트위터에서 이용하는 트윗페이(Twitpay)도 페이팔을 기본으로 한다. 수취인의 사용자 계정과 액수를 보내면 수취인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페이팔을 통해 결제된다.
페이팔, 인터넷 통해 송·수금 가능
분명한 것은 아마존의 원클릭이나 페이팔처럼 간단하고 편리하며 안전한 결제 서비스가 도입돼야 쇼핑의 사용자 경험이 개선될 수 있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즐겁게 쇼핑하고 쉽게 구매하고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다. 문제는 돈을 쓰고 싶어도 절약하게 만드는 액티브X 기반의 결제 때문에 한국의 온라인 쇼핑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액티브X 기반의 전자 결제는 이제 망국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포기했다는 액티브X를 고수하는 심각성이 잘 드러난 예가 있다. 어떤 웹 사이트에서는 익스플로러 10을 지원하지 않으니 액티트X를 잘 설치할 수 있는 익스플로러 6이나 익스플로러 9로 내려 받아 사용하라는 웹 사이트도 있었다. 보안 때문에 액티브X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보안의 기본 규칙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니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다.
쇼핑 산업은 이미 안방에서 글로벌 경쟁을 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는 네 명 중 한 명꼴로 불편하고 값비싼 한국 온라인 쇼핑 대신 해외 온라인 쇼핑을 하며 그 편리함에 감탄하고 있다. 여기에 이제 아마존까지 한국에 진출한다고 한다. 물론 아마존이 한국에 들어오면 액티브X 때문에 원클릭을 못쓰게 돼 결국 마찬가지로 불편해질 것이란 주장도 있다.
하지만 아마존이 물류 창고만 한국에 두고 비자나 마스터카드 등 해외 결제가 가능한 카드만으로 모든 거래를 미국 서버에서 한다면 어떻게 될까. 쉽지는 않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미 스마트폰에서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구매할 때 원화가 아닌 달러로 표시되고 카카오톡에서 스티커를 구입할 때도 달러로 표시된다. 결제는 해외 결제가 가능한 비자나 마스터카드로만 하고 있다(재작년 구글은 플레이스토어에서 한국 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시도했지만 한국 법의 제약 때문에 포기했다).
그리고 액티브X 기반의 결제는 한국 온라인 쇼핑 산업의 글로벌화도 막는다. 한국 소비자가 해외 직접 구매에 열을 올리는 것처럼 ‘한류’ 붐을 타고 한국 쇼핑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하고 싶은 해외 소비자도 있을 수 있다. 중국·일본·동남아에는 신선 식품 배송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슴에 ‘참을 인’자를 서른 번쯤 새기면 돈을 받아주겠다며 액티브X 기반 결제 서비스를 설득할 수 있을까. 해외에선 50% 이상이 익스플로러를 쓰지 않고 크롬·파이어팍스·사파리를 쓴다는 통계도 있고 미국에선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를 쓰지 않는 사용자가 30%에 달한다. 이런 소비자는 배척의 대상일까.
한국 산업은 외세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혁신할 수 없을까. 아마존의 한국 진출이 실현될지, 액티브X로부터 한국 소비자를 구원해 낼 수 있을지는 모른다. 다만 한국 온라인 쇼핑 산업이 퍼스트 무버로 진일보하려면 철저하게 사용자 경험에 입각한 산업 전략과 관련 법규의 정비가 필요하다. 그 발걸음의 시작이 액티브X의 철폐와 관련 법규의 정비다.
조광수 성균관대 인터랙션 사이언스 연구소장 kwangsu.ch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