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_일본] ‘진짜 21세기 원년’ 예고하는 5대 트렌드

덴쓰연구소, 소비 회복 예측… 20년 장기 불황 탈출 기대감

2014년이 밝았다. 일본열도엔 여러모로 중요한 한 해다. ‘성장 vs 침체’의 고빗사위인 까닭이다. 2013년이 20년 장기 불황의 방향 전환 시점이라면 2014년은 그 추세 지속을 점칠 타이밍이다. 일단 분위기만큼은 좋지만 아베노믹스에 제동을 걸 복병도 적지 않다. 예정된 스케줄이 이를 뒷받침한다. 4월의 소비세율 인상 확정(5→8%)이 대표적이다. 일본 경제의 부활 여부는 결국 증세 이후에 달린 셈이다. 이 밖에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이슈도 관건이다. 유럽연합(EU) 권역에선 각국의 이해 대립을 초월한 협력 대응이 가능할지가 관심사다. 지난해 11월 유럽중앙은행(ECB)으로 은행감독권이 일원화돼서다.

순풍 호재도 많다. 1월부터 소액 투자 비과세제도(NISA)가 시작된다. 증시 환경이 우호적인 가운데 가계 부문의 자산 형성 수단으로 폭넓게 활용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일본판 ‘개인저축계좌(ISA)’로 불리는데, 투자 원금 100만 엔까지 주식·펀드에 투자한다면 수익·배당에 대해 5년간 세금을 면제해 주는 제도다. 1600조 엔의 개인 금융자산을 안전 자산에서 위험 자산으로 끌어내기 위한 조치다. 국가전략특구 지정 등 성장 전략을 위한 세부 시책들도 2014년에 걸쳐 광범위하게 실시된다. 6월 월드컵과 맞물려 2020년 도쿄 올림픽의 후광효과도 예상된다.



기다리는 시대에서 전진하는 시대로
민간 부문의 기대감은 구체적이다. 덴쓰종합연구소는 2014년 소비 키워드를 ‘움직이기 시작한 미래-진짜 21세기 원년’으로 규정했다. 버블 붕괴, 외환 위기, 금융 위기, 지진 재해 등의 악재로 그간 수세였던 소비 마인드가 아베노믹스와 올림픽 유치 등의 연이은 호재 덕분에 공세로 바뀔 수 있다고 봐서다. 여기에 3D 프린트 등 생활 무대에 반영될 정보기술(IT) 혁신까지 얹어지면서 불확실성으로 점철된 소비자의 미래관이 기대 만발의 새로운 움직임으로 가시화된다면 일본 사회의 정체감도 극복될 것이란 분석이다.

‘움직이기 시작한 미래’를 상징하는 시대 환경과 사회 트렌드는 5가지로 뒷받침된다. 우선 ‘손에 잡히는 미래’다. 꽤 훗날 실현될 줄 알았던 꿈의 신기술이 당장 현실 생활에 반영됨으로써 삶의 질을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는 3D 프린트, 차량 충격 방지 지원 시스템,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 등이 대표적이다. 다음은 기다리는 시대에서 전진하는 시대로의 추세 변화를 일컫는 ‘공세 가치’다. ‘디플레→인플레’에 따라 적극·전향적인 소비 전략이 유리해질 수 있다. 이로써 좀 비싸도 구매 의욕을 불러일으킬 설득력을 갖춘 고급품이 인기를 끌 개연성이 높아졌다.

같은 맥락에서 ‘캐주얼 리치’도 2014년의 관심사다. 겉은 캐주얼한데 속은 비싼 고가 가치를 말한다. 시대 변화에 따라 개인의 내적 욕구가 변하면서 단순한 고가 소비가 아닌 자신만의 추구 가치를 위해 소비하려는 트렌드다. 각개약진의 ‘기슭 파워’도 주목된다. 강력한 기슭이 산의 정상을 높게 해주듯이 지방 지역의 콘텐츠·상품이 일본 전체를 풍성하게 해준다는 지적이다. 후지산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비롯해 지방 유명인, 지방 캐릭터, 지방 음식 여행 등이 모범 샘플로 손꼽힌다.

마지막은 ‘신선한 일본’ 키워드다. 지진·방사능 등 대형 재해의 공포를 희석하려는 의도일 수 있지만 이를 덮어버릴 수 있는 시대 초월의 일본 매력을 발산하는 트렌드가 2014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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