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CEO 코칭] 그들은 왜 사장의 말을 무시할까

변화 위해선 ‘필사적 소통’ 필요… 신뢰·일관성이 첫걸음


Q 저는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입니다. 지난해부터 사장을 맡고 있는데 직원들과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임원회의나 사보,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경영 방침을 설명하고 있지만 직원들은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임원 회의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잘 모르거나 다르게 해석하는 직원들이 많습니다. 임원도 제 앞에서는 고개를 끄덕인 뒤 제 말을 듣지 않은 것처럼 행동해 저를 당혹스럽게 만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내 생각을 그렇게도 모르느냐”고 목소리를 높일 때가 많습니다. 어떤 때는 임직원 모두가 제각각 움직인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직원들이 왜 제 뜻을 모를까요. 직원들에게 제 생각을 제대로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A 귀하뿐만 아니라 많은 CEO들은 직원들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경영자들 모임에 가면 ‘불통’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소통 기법을 배우고 싶어 하는 CEO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직원은 이렇게 하소연하기도 합니다.

“일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야근이나 휴일 근무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스와 대화하고 보스의 생각을 읽는 게 너무 어렵습니다. 종종 보스의 생각이 무엇인지 잘 몰라 추측해 업무를 처리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혹시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닐까 불안합니다. 왜 저런 이야기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는데, 그럴 때는 그냥 시키는 대로 하고 맙니다. 이해할 수도, 동의할 수도 없지만 지시니까 의무감으로 합니다.”

사장과 직원 간 소통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직원들이 사장의 이야기를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해 듣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자신과 관련이 있는 것만 들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직원들은 CEO의 얘기를 몇 마디 듣다가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하면 이내 귀를 닫아 버립니다. 한 번 그런 판단을 내리고 나면 다음에 같은 이야기가 나올 때 똑같은 행태를 보입니다. 몇 번씩 이야기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직원들에게 CEO의 생각이 전달되려면 CEO가 하는 말이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느끼게 해야 합니다. 기업의 비전이나 경영 철학 같은 원대하고 추상적인 이야기를 할 때 더욱 그렇습니다. 비전과 경영 철학이 추상적 얘기가 아니라 직원들이 업무나 삶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합니다.

흔히 경영자들은 조직 운영 원리나 원칙을 설명하면 직원들이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착각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원리나 원칙이 직원 개개인과 이런저런 식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이렇게 저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자세히 설명해 줘야 합니다. 이때 직원들 입장으로 설명되는 게 중요합니다. 경영자나 임원들은 종종 “나는 이야기했는데 직원들은 듣지 못했다고 한다”며 소통의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이것은 경영자들의 이야기가 직원들에게 관심을 끌지 못하거나 마음에 와 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야기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방이 이해하고 실천하는 게 중요한 것입니다.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다
만약 직원들이 이해하지 못했다고 판단되면 이해할 때까지 계속 말해야 합니다.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GE) 전 회장은 “10번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이야기하지 않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회사의 비전을 800번 이야기했더니 그제야 직원들이 알아듣더라”며 비전의 공유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필사적 소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요하다면 죽기 살기로 전력을 다해 대화하고 이해시켜야 한다는 뜻입니다. 보통 정보는 한 사람을 거칠 때마다 전달되는 양이 2분의 1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사장이 임원에게, 임원이 중간 간부에게, 중간 간부가 직원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이라면 사장의 이야기가 직원에게 8분의 1 정도밖에 전달되지 않는 셈이죠.

그러니 말 한 번 했다고, e메일 한 번 보냈다고, 전화 통화 한 번 했다고 소통했다고 말해선 안 됩니다. 소통은 상대방과 진심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래서 아무리 많이 해도 늘 부족합니다. 상대방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거나 조직의 규율을 지키지 않고 있다면 십중팔구는 내 뜻을 모르고 있는 것이고 규율을 알지 못하는 겁니다. 상대방이 나를 무시해서 내 말을 따르지 않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자신이 이야기했는데도 행동에 변화가 없다면 다시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세요.

그리고 가능하면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선언하는 것처럼 말하지 말고 개별적으로 만나 멘토처럼 이야기해 보세요. 훨씬 더 효과가 있을 겁니다. 단둘이 만나면 경영자가 이야기하는 것의 대부분이 자신과 관련돼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직원이 경청하게 됩니다.


병사들의 신뢰부터 얻은 이순신 장군
CEO와 직원의 소통이 잘 안 되는 두 번째 이유는 직원들이 CEO의 말을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CEO가 한 말이 현실적이지 않고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으면 직원들은 그 말의 의미를 평가 절하합니다. 특히 직원들이 사장이나 임원들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은 말이 아니라 사람 그 자체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보스를 믿지 못하면 보스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게 됩니다.

테레사 수녀의 말이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 말의 내용이 아니라 그의 삶 자체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테레사 수녀가 무슨 말을 해도 이미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습니다. 그의 말이 평범함에도 영향력이 대단한 것은 그의 말 한마디를 가지고도 자신을 돌아보고 그의 삶을 따를 만큼 테레사 수녀를 존경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조직을 움직이고 혁신을 이뤄내려면 명분과 확신이 필요합니다. 왜 조직이 혁신해야 하는지, 왜 그 쪽으로 가야 하는지, 왜 기존의 것을 버리고 새것을 취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분명해야 하고 조직 구성원들이 그것에 동의해야 합니다. 이순신 장군이 23전 23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전사를 쓴 것도 부하들뿐만 아니라 조선의 민중이 모두 그를 믿고 따랐기 때문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먼저 왜군과의 전투에 대한 확실한 명분을 제시했습니다. 국가를 살리고 민생을 보살피는 것이죠. 이순신 장군은 그런 다음 ‘선승구전’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짠 다음 수많은 ‘워게임(war game)’을 통해 승리를 확인했습니다. 있을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점검했고 대책을 세웠습니다. 이 과정을 함께한 부하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이런 방식으로 자신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를 믿게 되니 그의 말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명분도 확실하고 이길 가능성도 매우 높은 전투에 왜 빠지겠습니까. 이렇게 장군과 병사가 혼연일체가 된 군대는 적은 병사, 전함과 함포 등 부실한 전투 장비의 한계를 극복해 낼 수 있었던 겁니다.

직원들과 소통하려면 먼저 직원들의 신뢰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CEO의 말이 실제 행동과 다르거나 일관성이 없다면 직원들은 순식간에 그에 대한 신뢰를 거두고 맙니다. 그런 CEO의 말을 믿고 따를 직원은 많지 않습니다. 무시하거나 수동적으로 움직일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귀하가 직원들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신뢰에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신뢰는 모든 관계의 출발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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