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CEO 코칭] 직원의 다양성이 조직을 살린다

기수 문화, 추진력은 강하지만 합리적 의사결정 어려워

Q 우리 회사는 의사결정이 빠를 뿐만 아니라 업무 추진 속도도 다른 회사에 절대 뒤지지 않습니다. 공채를 통해 입사한 직원이 다수를 차지해 기수별 문화가 정착돼 있습니다. 웬만해선 직원들이 상사의 판단과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선배를 존중하고 따르는 일사불란한 조직 문화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몇 가지 사건 때문에 이런 의사결정이나 업무 추진 방식이 최선인지에 대해 의문이 생겼습니다. 강한 업무 추진력과 빠른 업무 추진 속도가 장점이긴 하지만 의사결정이나 업무 추진 과정에서 합리성이 부족하?募?느낌이 듭니다. 특히 상사의 의견을 무조건 따르다 보니 상사가 잘못 판단했을 때 피해가 컸습니다. 합리성이 존중되는 문화로 바꿀 방법은 없을까요.

A 빠른 업무 추진 속도와 강한 업무 추진력은 경영자라면 모두 부러워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직원들의 업무 추진 속도가 너무 더디다는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업무 추진력이 약해 “계획 따로 실행 따로”라며 직원들을 나무라는 경영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불만이나 아쉬움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업무 추진 속도와 추진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일 겁니다.

그런 점에서 귀하의 회사는 상당한 강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읽는 이에 따라서는 귀하가 ‘복에 겨운 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하가 강한 업무 추진력과 빠른 업무 추진 속도의 장점보다 그로 인해 배태되는 단점, 곧 합리성의 부족을 걱정하는 것은 그만큼 단점을 무겁게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속 내용을 좀 더 파악해 봐야 하겠지만 현재 귀하의 회사는 강한 회사이지만 합리적인 회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정 수준까지는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겠지만 그 이상을 넘어 지속 ?봉揚?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강한 회사는 일정 수준까지 뛰어난 생산성을 자랑합니다. 동일한 가치관, 강한 결속력,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 등으로 상징되는 이런 조직은 마치 군대 같습니다. 보스의 명령에 따라 신속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군대식 조직은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고 추진력 또한 강합니다.

그러나 귀하가 경험했고 지금 걱정하고 있는 것처럼 이런 조직은 보스의 판단과 결정에 크게 의지하게 됩니다. 따라서 보스의 오판으로 잘못 결정하면 속수무책 상태에 빠져들게 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보스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닙니다. 그가 언제나 최상의 결정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이 때문에 보스에겐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의사결정 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지원하는 그룹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조직이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보스들이 이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보스의 잘못된 결정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 결과는 심각합니다.



보스의 잘못된 판단 누가 바로잡나
외환위기 때 ‘대마불사’를 외치며 승승장구하던 한국의 재벌들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들 그룹들은 대부분이 총수를 정점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왔습니다. 직원들에게 총수의 판단은 언제나 최상의 것이었으며 총수의 결정은 무조건적으로 이행돼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총수 주변에는 총수의 결정을 어떻게 빠르고 정확하게 이행하느냐를 고민하는 직원들만 즐비했지 총수의 결정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더 좋은 것은 없는지를 고민하는 직원들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이 총수와 고향이 같고 같은 학교를 졸업해 총수와 성향이 비슷했습니다. “아”하면 “어”할 정도로 서로 통했습니다. 당연히 사고나 행동 패턴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총수 주변에는 히틀러의 독일 병정처럼 총수와 닮은 직원들만 모여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총수의 잘못된 판단을 알고 이를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설령 총수의 판단과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어도 침묵했습니다. 이의를 제기해서도 안 되고 제기할 수도 없는 분위기에 짓눌려 있었던 겁니다.

조직에 합리성이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려면 무엇보다 다양성이 존중돼야 합니다. 합리성은 다양성 위에 성장합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틀림으로 몰아붙이는 조직에선 합리성이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사안에 대한 판단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따라서 조직 안에 다양한 시각이 있다면 사안을 좀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고 훨씬 더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집니다.


인력 채용에서 다양성 중시하는 글로벌 기업들
조직 안에 다양한 시각이나 의견이 존재하게 만들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겁니다. 남녀노소 그리고 출신 지역이나 학교 등이 서로 다른 다양한 구성원들이 조직 안에 있으면 같은 사안을 다양한 시각으로 보면서 다양한 의견을 내게 될 겁니다. 그런 다양한 의견이 토론으로 이어져 최종 결론을 도출한다면 그 결론은 위험이 상당 부분 제거된 상태일 겁니다. 당연히 성공 가능성도 커질 겁니다. 잡종강세는 이런 배경에서 나온 말입니다.

글로벌 기업의 채용 담당자들은 가능하면 똑같은 사람을 뽑지 않으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두 사람을 뽑는다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두 사람 모두 하버드 법대 출신을 뽑지는 않습니다. 하버드 법대 출신을 한 명 뽑았다면 나머지 한 명은 예일대 법대나 스탠퍼드대 법대를 뽑습니다. 할 수 있다면 도쿄대 경영대 출신을 뽑거나 베이징대 공대 출신을 선택할 겁니다. 어쩔 수 없이 하버드 출신을 뽑아야 한다면 법대가 아니라 경영대 등 다른 전공자를 뽑기 위해 애를 씁니다. 이것도 어렵다면 한 명은 남자 한 명은 여자로, 혹은 한 명은 백인의 미국인으로, 다른 한 명은 흑인의 아프리카인으로 뽑으려고 할 겁니다. 이렇게 글로벌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에게 다양성은 매우 중요한 인사 원칙 중 하나입니다. 그런 점에서 외국계 기업들은 한국의 대기업처럼 시험을 통해 한꺼번에 수백 수천 명을 뽑는 식의 대졸 사원 공채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는 다양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인턴을 통해 일부는 뽑고 나머지는 경력자로 필요 인력을 채웁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성을 확보하는 거죠. 그러나 한국 기업에선 아직도 임원들 사이에서 이런 얘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경력자는 충성심이 떨어진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입 사원을 뽑아 키우는 게 낫다.”
“경력자들은 경험과 생각이 달라 조직에 잘 융화되지 못한다.”
CEO나 임원들의 이런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방식만으로는 기업의 성장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정기 공채를 통해서만 계속 신입 사원을 뽑으면 조직엔 기수 문화가 자리 잡게 됩니다. 기수 조직에선 후배가 선배의 판단과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습니다. 조직이 폐쇄적이 돼서 경력자들이 적응하려면 수많은 어려움을 감내해야 합니다. 이런 조직은 대부분이 군대 같습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만 조직에 활력이 보이지 않습니다. 똑같은 사람들이 모여 똑같은 아이디어를 내고 똑같은 계획을 세우는 조직에서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릅니다.

귀하의 회사에 합리적 문화가 자리 잡길 원한다면 먼저 직원의 다양성을 확보하십시오. 이를 위해 채용 방식을 경력자 중심의 수시 채용으로 바꿔 보십시오. 필요에 따라 한두 명씩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십시오. 신입 사원 정기 공채를 하더라도 최소 인원으로 한정하고 할 수 있다면 인턴 제도를 활용해 보십시오. 다양한 경로로 다양한 인재를 영입하면 조직엔 자연스럽게 합리성이 뿌리를 내릴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의사결정 속도가 조금 느려지고 추진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의사결정의 합리성은 높아지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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