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 리뷰]  R&D 투자, 모드 전환 타이밍을 찾아라

논문 ‘도약할 때를 아는 것: 활용형에서 탐색형 R&D로의 전환’

Based on “Knowing When to Leap: Transitioning between Exploitative and Explorative R&D” by Ram Mudambi and Tim Swift (2014,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35, pp. 126~145)


연구 목적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은 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혁신과 발전을 추구해야만 성공한다는 뜻이다. 연구·개발(R&D) 투자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다.

실제로 유럽연합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전 세계 2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2년 글로벌 기업의 R&D 현황을 조사한 결과 기업들이 R&D에 투자한 자금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7억1100만 달러에 달했다. 불황 속에서 투자가 더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2년 전년 대비 15.3% 증가한 110억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일관된 R&D 투자는 기업의 혁신을 용이하게 하지만 불안정한 투자는 근시안적인 의사결정을 반영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투자가 어떤 방향으로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 오히려 기존의 역량을 활용하는 데 그친 투자는 결과적으로 기업을 잠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도대체 언제, 어떠한 형태로 R&D에 지출을 해야 높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까.

람 무담비(Ram Mudambi) 미국 템플대 교수와 팀 스위프트(Tim Swift) 세인트조셉대 교수는 전략 경영 저널(Strategic Management Journal) 최근호에 ‘도약할 때를 아는 것:활용형에서 탐색형 R&D로의 전환’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기업의 R&D 투자 유형을 활용형과 탐색형으로 나누고 유형이 전환되는 방향과 시점이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연구 대상
조직 행동 분야의 대가인 제임스 마치(James G. March)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1991년 ‘탐색과 활용(Exploration and Exploitation in Organizational Learning)’이라는 개념을 통해 기업의 행동을 두 가지로 구분했다. 활용(Exploitation)형 행동은 기술이나 지식, 문화 등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역량을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효율을 높이고 리스크는 감소시키는 것에 목적을 둔다.

탐색(Exploration)형 활동은 기존에 없던 신규 역량을 탐색하는 행동으로, 창조성과 리스크 감수가 필요하다. 대부분은 두 행동을 동시에 수행하기 어려워 기존 역량을 활용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리스크를 감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기존 역량이 성공 요인으로 고정되기 쉽다.

이를 기업의 R&D 지출에 적용할 수 있다. 이른바 제품 개발의 초기 단계에 이뤄지는 투자를 탐색형 R&D라고 할 때 탐색형 R&D에는 신규 기술 개발을 위한 다양한 연구 조직들의 활동이 수반돼야 하며 이는 ‘불확실한, 동떨어진, 때때로 부정적인’ 특징을 가진다. 탐색형 R&D에 비해 기존 기술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활용형 R&D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기존 R&D 활동에서 기술이 고갈되거나 기존의 기술이 가치가 떨어질 때다.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할 때 초기에 더 많은 R&D 투자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신규 분야로 진출하기 위한 동기가 부여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상황 속에서 기업은 활용형 R&D에서 탐색형 R&D로 전환한다. 기업의 R&D 지출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활용형 R&D에서 탐색형 R&D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반대로 상당한 R&D 지출의 감소는 탐색형 R&D에서 활용형 R&D로의 전환을 뜻한다.

연구 대상 영역의 범위에서도 차이가 있다. 활용형 R&D 활동은 기업이 기존의 지식 기반을 지렛대로 삼아 제한된 기술 분야에서의 지식 창출을 추구하는 반면 탐색형 R&D 활동은 방대한 영역에서 연구가 이뤄진다. 이에 따라 활용형에서 탐색형 R&D로의 전환은 기술 영역의 확대를 의미한다.

전환 시점도 매우 중요한 연구 주제다. 기업의 기존 역량이 아직 높은 시장 가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용형에서 탐색형 R&D로 전환할 때 높은 기회비용이 따를 수 있다. 또 기업이 새로운 경쟁 우위를 창출하기 전에 활용형에서 탐색형 R&D로 바꿀 때 R&D 투자에 대한 수익 창출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탐색에 따른 효익(예를 들어 상업적으로 가치가 높은 혁신을 발견해 기업의 경쟁 우위를 증진시키는 것)이 기존 역량을 활용하는 것에 따른 효익보다 높아지는 시점에서 기업은 활용 모드에서 탐색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적절한 시점에 방향 전환이 이뤄질 때만이 기업은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연구 방법
이 논문의 연구진은 먼저 독립변수로 10년간의 기업 R&D 지출과 산업 내 경쟁자 대비 실적 저조 수준을 설정했다. 종속변수로는 기업의 지식 창출(기업이 출원한 특허 수와 특허의 인용 횟수), 지식 창출의 기술적 범위(특허 활동의 기술적 분류), 자주 인용된 특허, 신제품 출시, 기업 성과를 설정해 총 3개의 모델을 구축했다.

첫 번째 모델에서는 기업 지식 창출의 기술적 범위가, 두 번째 모델에서는 기업 수준의 혁신적 성과가, 마지막으로 세 번째 모델에서는 시장 관점에서의 기업의 전반적인 성과가 종속변수로 설정됐다.

이 연구에서는 미국 내 제조사들을 표본으로 선정했으며 조사 대상 연도는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년으로 삼았다. 기간 내에 해당되는 특허와 인용, 신제품 출시 정보를 참조해 분석 모델을 만들었다.


연구 결과
가설 검증 결과 R&D 지출의 증가와 기업의 기술적 지식창출 범위, 특허 인용 간에 긍정적인 관계가 도출됐다. 또한 R&D 지출의 변화와 R&D 관련 성과, 기업의 전반적인 성과 간의 긍정적인 관계가 나타났다. 또한 동일 산업 내 경쟁자 대비 수익률이 밑도는 상황이 더욱 자주 심각하게 발생할 때 R&D 지출의 변화와 기업 성과 간의 관계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R&D 기반이 활용형에서 탐색형으로 이동하는 데는 상당 규모의 R&D 지출이 발생한다. 이와 같은 투자는 결과적으로 R&D 성과와 전체적인 기업의 성장으로 연결된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R&D 지출에 변화가 있던 기업들은 활용형 R&D에서 탐색형 R&D로 전환하면서 성과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R&D 지출의 증가는 특허 인용의 증가와 연관됐으며 기업이 R&D 기반의 활용에서 탐색으로의 전환을 통해 도약을 만들어 나갔다. 이 논문의 연구진은 기업이 반드시 R&D 기능을 재조정하고 새로운 경쟁 우위를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성과를 거두는 기업은 적절한 시점에 기존 역량을 축소하고 탐색형 R&D를 증가시켜 신규 역량을 개발해 나가도록 제언한다.


시사점
기존 역량을 장기간 활용하는 데에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R&D 투자가 필요하다. 반면 신규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 단단히 자리 잡았던 R&D 조직과 기능을 전환해야 한다. 기업의 R&D 기반이 활용형에서 탐색형으로 이동하는 데는 상당 규모의 R&D 지출이 발생한다. 이와 같은 투자는 결과적으로 R&D 성과와 전체적인 기업의 성장으로 연결된다.

실제로 이번 연구는 기술 및 혁신 경영의 기존 관점을 보완해 줬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고성과를 거두는 기업은 ‘양손잡이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을 보유하고 있다. 오른손과 왼손을 모두 사용하는 양손잡이의 개념을 조직에 접목하면 활용과 탐색이 공존하는 것을 뜻한다.

이번 연구는 양손잡이 조직이 어떻게 달성되는지를 설명해 준다. 즉, 기업이 적절한 시점에 R&D 지출을 통해 기존 역량을 활용할 뿐만 아니라 신규 역량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결국 시장 내 포지션을 전환하고 우수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파라 삼정KPMG 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farrahlee@kr.kpm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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