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하반기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 조윤남·양기인 키즈가 ‘제일 잘나가’

현업 출신 애널리스트 ‘전문성’ 무기로 맹활약

떠오르는 신예들 가운데에는 리서치센터장이나 사수 등 선배들의 조언과 도움을 통해 성장한 애널리스트가 많다. 그 대표적 사례가 계량 분석 부문 2위에 오른 박세원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다.

1975년생으로 고려대 컴퓨터학과를 졸업한 후 대신증권·피데스투자자문을 거쳐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퀀트 부문을 담당하는 박 애널리스트는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롤모델로 삼았다.

그는 “본래 전산 요원이었던 내게 조 센터장(당시 부장)이 계량 분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줬고 다양한 주제의 분석을 경험할 수 있도록 호되게 훈련시켰다”며 “애널리스트로서의 의무와 윤리를 우직하게 지켜 나가는 조 센터장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소중한 가치를 배우게 됐고 꿈도 키울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박 애널리스트는 “조 센터장은 내가 미래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서 꿈꿀 수 있도록 애널리스트 시상식에 일부러 나를 지명해 ‘꽃돌이’로 데려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올 하반기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요?恝?대해서도 “조 센터장 밑에서 3년간 퀀트 팀장으로 근무한 후 피데스투자자문에서 실제 퀀트 펀드를 운용했던 경험이 가장 크다”고 했다. 잠을 자면서조차 투자 아이디어와 관련된 꿈을 꿔서 잠시 일어나 노트에 메모해 놓고 다시 잠을 청한 적이 있을 정도로 2013년 한 해 동안 업무에 강하게 몰입했다는 그는 자신의 스승인 조 센터장을 보며 꿈을 키워 왔듯이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훌륭한 애널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처럼 선배들에게 큰 영향을 받아 다크호스에 등극한 이들은 또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그룹은 이번 조사에서 1위에 오른 ‘신한금융투자’ 소속 유망주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조사에서 신한금융투자 소속 애널리스트들은 1위에만 8명의 이름을 올려 가장 많았고, 각 부문별로 5위 이내에 진입한 애널리스트가 무려 26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이들 중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이른바 ‘양기인 키즈’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2011년 신한금융투자로 자리를 옮긴 양 센터장은 외부에서 스카우트하는 대신 내부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통해 ‘될성부른 떡잎’들을 대거 키웠다. 자체 애널리스트 양성 프로그램이 배출한 대표적인 유망주로는 공영규(인터넷·소프트웨어·솔루션 6위), 조현아(음식료·담배3위, 교육·생활소비재 2위), 홍진주(운수·창고 8위, 철강·금속 7위) 등이다. 이 밖에 김수현(은행 2위), 손미지(증권 4위) 등도 내부 양성 과정 수료자는 아니지만 양 센터장의 영향을 많이 받은 ‘양기인 사단’으로 볼 수 있다.


내부 인큐베이팅 시스템으로 단련
우선 인터넷·소프트웨어·솔루션 부문에서 6위를 차지한 공영규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1983년생으로 국민대 경제 학과·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현대글로비스를 거쳐 2011년부터 신한금융투자에 몸담았고 2013년부터 인터넷·게임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공 애널리스트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양 센터장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그는 “보고서를 쓸 때 양 센터장이 차트·문장 등 다양한 부문에 가이드라인을 잡아 줬다”며 “처음에는 제대로 하지 못해 혼도 났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보고서를 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2013년 하반기에 글로벌 모바일 콘텐츠(게임·광고) 시장의 성장성을 분석한 게 투자자들의 공감을 많이 얻은 것 같다는 공 애널리스트는 본래 게임을 즐겨하지 않았지만 게임 애널리스트가 된 후 직접 해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매니저들과 같이 신규 게임의 사전 비공개 테스트(CBT) 등에 참여해 의견을 공유하기도 하고 지하철 등 출퇴근길에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어떤 게임을 하는지 유심히 살펴보는 습관도 생겼다”고 했다.


실무 경험파·노력파도 ‘인지도 급상승’
은행 부문에서 2위에 오른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양기인 사단’에 속한다. 1981년생으로 미국 미시간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2008년부터 신한금융투자에서 근무하며 2011년부터 은행 부문을 맡고 있다. 김 애널리스트는 “같은 은행 부문 내에 오랜 경험을 갖고 있고 인격적으로 훌륭한 선배들이 많다”며 “그들의 조언 덕에 나 또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부문은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이를 맡은 것은 상당한 장애 요인이었다”며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바젤III’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 영향’ 등의 이슈를 빠르게 다루면서 나를 알리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했다.

또한 김 애널리스트는 신한금융지주라는 조직에 있다 보니 은행·카드 등의 다양한 계열사의 전략·영업 업무 관련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고 그 덕분에 시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할 기회를 갖게 되면서 두각을 보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2013년 하반기에 쓴 ‘2014년 우호적인 외부환경 변화 기대’라는 보고서는 시장의 관심이 쏠린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의 수혜주와 재무적 개선 효과 등을 다뤄 호평을 얻기도 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애널리스트로 이직하기 전 실제 기업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갖고 있는 이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반도체·컴퓨터 부문에서 4위에 오른 최도연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1978년생으로 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테크노 MBA를 졸업한 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약 6년간 근무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공대를 졸업했고 엔지니어 출신이기 때문에 반도체 기술을 이해하는데 다른 애널리스트나 투자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 같다”고 했다.
특히 2013년 7월에 발간된 ‘테크(Tech)를 이해해야 전략이 보인다’는 보고서를 통해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았는데, 그는 D램 공정기술의 현황을 파악하고 전망하면서 D램 산업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V-NAND 공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관련 중소형주도 소개했다. 그는 “반도체 기술 이슈는 계속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반도체 기술 변화들이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전망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선·중공업 부문에서 3위에 오른 유재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977년생으로 우리투자증권 입사 전 현대중공업에서 6년간 근무한 바 있다. 그는 “2013년 하반기에 현대중공업·현대미포선의 주력 사업인 상선부문의 수요 회복에 대한 전망이 잘 들어맞았고 이 부분을 높게 평가해 준 것 같다”고 했다. 보고서를 쓸 때 현시점에서 주가를 움직이는 변수가 무엇인지에 대해 늘 강조한다는 유 애널리스트는 기업 탐방을 가거나 산업 관계자 등을 만나 의견을 들을 때 항상 여러 차례 의심하고 꼼꼼하게 확인하는 철칙이 있다고 전했다.

‘노력파 유망주’의 약진 또한 반갑다. 석유화학 부문 3위 자리를 거머쥔 이충재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980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2012년부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정유·석유화학·유틸리티를 담당하고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중동·아프리카 등 석유를 많이 생산하는 지역의 상황을 주시하기 위해 카타르 민영 방송사인 알자지라(Aljazeera)를 항상 시청한다. 그는 “알자지라는 중동 언론사이기 때문에 중동 현지인에 대한 인터뷰 등에서 CNN이나 BBC보다 앞선다”며 “실제로 2011년 중동의 봄 사태나 2013년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 사망, 이란 핵협상 타결 등에서 중요한 얘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또한 매일매일 중요한 뉴스를 기록하고 1주일 혹은 한 달 주기로 이를 정리해 뉴스와 뉴스 사이의 흐름을 해석하는 보고서를 쓰고자 ?酉쪄磯鳴?했다. 이처럼 꾸준한 노력으로 업계에서 급부상 중인 이 애널리스트는 환갑이 넘어서까지 현업에서 활약하는 애널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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