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사이트] 미국 경기 정점 임박…54개월째 확장 중

2014년 상반기 주가 하락 가능성, 채권시장을 주시하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2013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을 단행했다. Fed는 2013년 1월부터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매월 850억 달러 매입해 왔는데, 그 규모를 2014년 1월부터 750억 달러로 100억 달러 줄이기로 한 것이다. 2008년 하반기에 금융 위기를 겪은 후 기준 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5.25%에서 0~0.25%로 인하하고 3차례에 걸쳐 양적 완화를 통해 대규모의 돈을 푸는 통화정책을 펼쳤는데, 이제 출구전략을 개시하고 있다.


잃어버린 일자리 85% 회복
미국 경제가 얼마나 회복됐기에 이런 정책 전환이 나온 것일까. 그리고 이것이 주식시장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경제정책은 경제지표를 확인하고 나오기 때문에 경기 후행적이다. 경기순환으로 보면 미국 경제는 경기 정점에 거의 다가가고 있다. 지난 통계를 보면 주가(S&P500 기준)는 경기 정점 이후 약 10개월에 걸쳐 19% 정도 하락했다. 이런 현상이 2014년 상반기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한 나라의 경제 상황은 국내총생산(GDP)으로 진단할 수 있다. 2008년 하반기에 시작된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미국의 GDP가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2009년 1분기에는 2008년 2분기보다 4.0% 감소했다. 그 이후 적극적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미국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GDP가 2011년 2분기에는 경제 위기 바로 직전이었던 2008년 2분기 수준을 회복했고 2013년 3분기 GDP는 경제 위기가 시작된 때보다 5.8% 늘어났다.



미국 경제가 이처럼 회복된 것은 GDP를 구성하는 소비·투자·수출 등 각 부문이 증가했지만 그중에서도 소비 역할이 컸다. 2013년 3분기까지 GDP가 2008년 2분기보다 5.8% 증가했지만 소비는 6.7%나 늘었다. 소비가 증가한 것은 저금리와 함께 가처분소득과 고용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지만 주가와 집값 등 자산 가격 상승도 소비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경기 회복에 따라 고용도 증가하고 있다. 2008년 미국이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2008년 2월에서 2010년 2월까지 비농업 부문에서 일자리가 874만 개 없어졌다. 그러나 그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서 고용이 늘고 있는데, 2010년 3월에서 2013년 11월까지 745만 개 증가했다. 잃어버린 일자리의 85%를 찾은 셈이다.

한편 고용 증가로 실업률도 떨어지고 있다. 2008년 하반기부터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실업률이 2009년 10월에는 10%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그 이후 경기 회복에 따라 2013년 11월에는 7.0%로 떨어졌다. 2010년 3월 이후 미국 고용이 월평균 16만5000개 증가했는데, 앞으로 이 정도 일자리가 늘어난다면 Fed가 내세운 ‘실업률 6.5%’ 목표는 2014년 하반기에 달성될 수 있다.


<YONHAP PHOTO-0227> Traders work on the floor of the New York Stock Exchange September 5, 2013. REUTERS/Brendan McDermid (UNITED STATES - Tags: BUSINESS)/2013-09-06 06:59:10/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2008년 미국 금융 위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민간 부문(=가계+기업+금융회사)의 과다한 부채였다. 1990년에 민간 부문 부채가 명목 GDP의 179%였지만 이것이 2000년에 235%로 상승했고 금융 위기 직전이었던 2008년 2분기에는 288%까지 올라갔다. 2000~2008년 2분기까지 금융 부문의 부채가 GDP의 75%에서 103%까지 크게 증가했고 가계 부채도 같은 기간 동안 70%에서 98%까지 늘었다. 그래서 일부 금융회사가 파산하고 금융 위기가 발생하면서 부채가 많은 가계도 소비를 줄였다. 그러나 그 이후 민간 부문이 이른바 디레버리징을 하면서 민간 부문의 부채가 줄어들고 있다. 2009년 2분기에 민간 부문의 부채가 GDP의 296%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13년 3분기에는 245%까지 하락했다. 주로 금융과 가계 부문의 부채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경기 정점 후 주가 평균 19% 하락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소비 감소 등으로 경제가 침체 상태에 빠지자 미국 정부는 재정지출을 적극적으로 늘려 경기를 부양했다. 이에 따라 정부 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2분기 64%에서 2013년 1분기에는 101%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경기 회복으로 세수가 증가하고 정부 지출이 다소 감소하면서 2013년 3분기에는 이 비중이 99%로 약간 하락했다.

그렇다면 경기 국면상 미국 경제는 어떤 위치에 있을까.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1854년 이후 미국의 경기순환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09년까지 미국 경제는 33번의 경기순환을 거쳤는데, 이 기간 동안 경기 확장 국면은 평균 38.7개월이었다. 1945년 이후로 그 범위를 좁히면 확장 국면은 58.4개월로 더 길어졌다. 이처럼 1945년 이후 경기 확장 국면이 길었던 것은 두 차례에 걸친 장기 호황 때문이었다. 하나는 베트남 전쟁이 있었던 1961년 2월에서 1969년 12월까지 106개월에 걸친 장기 호황이었고 다른 하나는 정보통신 혁명으로 1991년 3월부터 2001년 3월까지 10년에 걸친 경기 확장 국면이었다.

NBER는 미국 경제가 2009년 6월을 저점으로 현재 경기 확장 국면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2013년 12월 기준 미국 경기는 54개월 확장 국면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미국 경제가 과거 순환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경기 정점에 점차 도달해 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당연한 현상이지만 주가는 경기 확장 국면에서 오르고 수축 국면에서는 하락했다. 2009년 6월 말 919였던 S&P500 지수가 2013년 12월 20일에는 1818로 2배 정도 올랐다. 경기 확장 국면을 주식시장이 충분히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경기가 정점을 치고 난 후에는 예외 없이 주가가 하락했다. 1957년 경기 정점 이후 9차례에 걸쳐 미국 주가는 경기가 정점을 친 이후 평균 10개월에 걸쳐 19% 정도 하락했다.

최근 3차례에 걸친 양적 완화의 영향으로 주가가 경기에 너무 앞서 가고 있다. 1980년 이후 장기 데이터로 분석해 보면 주가상승률이 경상 GDP 성장률보다 평균 4.1% 포인트 높았다. 그러나 2013년 4분기 현재 미국 주가 상승률이 경제성장률보다 25% 포인트 정도 앞서가고 있다. 벌어진 주가와 경제성장률의 간격이 좁혀질 시점이 머지않은 것이다. 이제 문제는 미국의 경기 정점이 언제이고 주가가 이를 반영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필자는 그 징조가 채권시장에서 먼저 나타날 것으로 본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2014년에 미 Fed가 출구전략을 단계적으로 쓰면서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블룸버그 컨서서스(2013년 12월 20일)에 따르면 2013년 12월 20일 2.89%인 국채 수익률(10년)이 2014년 6월 말에는 3.08%, 12월 말에는 3.37%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다가올 경기 정점을 반영해 미국 국채 수익률이 오히려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앞으로 몇 달 이내에 장·단기 금리 차이가 축소되면서 뒤따라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14년 상반기에는 미국 주식시장에 돈을 넣은 투자자라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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