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청마의 해’맞아 주목받는 말 이미지 브랜드들

행운 상징하는 말발굽 문양도 인기…한국선 100개 넘는 브랜드가 ‘말’ 채택

버버리·폴로·포니·포르쉐·페라리의 공통점은?
바로 ‘말(馬)’이다. 이들 브랜드의 엠블럼 또는 제품 이름에 말의 모양이나 뜻이 담겨 있다. 말은 힘찬 도약, 귀족적인 이미지 등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상징의 의미로 활발하게 이용된다. 청마의 기운으로 활기찬 갑오년 새해를 맞아 말을 형상화한 브랜드를 살펴본다.



말은 예부터 부와 명예를 상징했다. 오늘날에도 대부분의 사람은 ‘말’이라고 하면 귀족적 이미지나 품위 있는 느낌을 먼저 떠올린다. 이는 지배 계층과 상류사회에 대한 동경과 지향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명품으로 일컬어지는 브랜드 중에는 말·기수·마차 등이 그려진 로고로 품질 또는 품격을 홍보하는 사례가 많다. 전체적으로 말 관련 브랜드는 명품 패션에 많이 사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유럽과 미국으로 집중된다.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버버리(Burberry)’도 말을 앞세워 명품으로 발전해 왔다. 현재 버버리 제품에 사용되는 로고는 ‘프로섬(Prorsum:전진)’이라는 라틴어가 쓰인 깃발을 들고 달리는 기수를 형상화한 것이다. 1901년 처음 선보인 이 로고는 말을 타고 앞장서 힘차게 나아가는 기수처럼 버버리가 소재·디자인·유행 전반에 걸쳐 개혁을 이끌겠다는 창립 이념을 담고 있다.

말 마차와 귀족이 새겨진 로고로 유명한 프랑스 브랜드 ‘에르메스(HERMES)’는 태생부터 말과 함께해 왔다. 1837년 독일 태생의 티에리 에르메스가 파리의 마드레인 광장의 한 거리에서 마구상을 시작한 것이 이 브랜드의 출발점이다. 에르메스 로고에는 ‘뒤크’라고 불리는 사륜마차와 말·마부가 있는데, 이 사륜마차는 탑승자가 직접 두 마리의 말을 몬다. 따라서 에르메스의 로고는 “우리는 우아한 마차, 새롭게 단장한 말, 빛나는 마구를 제공할 뿐입니다. 아울러 언제나 고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겸손함을 담고 있다.

이탈리아 브랜드 ‘토즈(TOD’S)’도 말을 모티브로 한 제품으로 유명하다. 대표 제품인 셀라백은 부드러운 곡선의 말안장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이탈리아 브랜드인 ‘에트로(ETRO)’는 하늘을 달리는 백마 ‘페가수스’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청바지의 대표 주자 ‘리바이스(LEVI’S)’도 그중 하나다. 미국 브랜드인 리바이스는 1886년에 ‘찢어지면 새 것으로 교환해 준다’는 글과 함께 두 마리의 말이 그려져 있는 가죽 패치를 주머니에 달기 시작했다. “두 마리의 말이 서로 다른 쪽으로 잡아당겨도 끊어지지 않을 만큼 강하고 질기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훗날 리바이스 고유의 로고로 발전하게 된다.

프랑스 브랜드인 ‘셀린느(CELINE)’는 영국풍 마차와 마부를 나타낸 로고를 사용했지만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말을 형상화한 브랜드를 잘 살펴보면 귀족들의 레저 문화인 승마나 폴로(말을 타고 긴 막대를 이용해 공을 치는 구기 경기) 에서 영감을 받은 것도 꽤 있다. 말을 탄다는 행위는 높은 지위에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왕족들의 전유물인 로열 애스코트(Royal Ascot) 승마 축제나 귀족들이 벌이는 폴로 경기가 그런 전통이 반영됐다.


승마 등 말 관련 고급 레저 산업에서 유래
남성용 넥타이 사업으로 시작한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이 오늘날처럼 명품 의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던 데는 폴로 경기 모양의 로고가 큰 영향을 미쳤다. 폴로 선수들의 모습이 일반인들에게 참신한 느낌을 주면서도 우아함과 신분 상승의 상징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브랜드 ‘롱샴(Lomgchamp)’의 로고는 달리는 경주마다. 롱샴은 ‘패션의 중심’ 파리에 있는 경마장 ‘롱샴 경마장’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그래서 로고 역시 기수와 경주마로 정한 것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경마장은 여유 있는 사람들의 사교 장소다. 경주가 열리는 날이면 신사 숙녀들이 멋진 의상과 액세서리로 아름다움을 뽐내곤 한다. 롱샴은 이러한 문화를 잘 반영해 성장해 온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GUCCI)’ 역시 승마와 관련이 깊다. 특히 구찌 제품들은 피렌체 상류사회가 즐기던 승마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 구찌의 상징인 녹색과 빨간색으로 이뤄진 3선 줄무늬는 승마에 쓰이는 장식인 웹(web:말의 안장을 고정하는 끈)에서 비롯된 디자인이다. 이 무늬는 핸드백·지갑·신발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며 구찌의 대표 아이콘이 됐다. 또한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구찌의 대표 신발인 ‘홀스빗(Horsebit) 로퍼’에 사용되는 금속 장식은 홀스빗이라는 이름처럼 말 재갈을 본떠 만들었다.

이 밖에 독일 명품 필기구 브랜드 파버-카스텔(FABER-CASTELL)은 중세 시대 말을 탄 기사들의 마상 경기(joust)를 하는 모양을 로고에 담았다.



또 말과의 직접적인 연상보다 간접적인 연상을 활용한다거나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와 이미지를 형상화해 소비자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존재로 발전시키는 경우도 있다. 특히 말발굽 모양은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져 각종 브랜드 디자인이나 액세서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독일 브랜드 ‘아이그너(AIGNER)’가 있다. 아이그너는 브랜드명의 첫 자인 알파벳 ‘A’를 말발굽 모양으로 디자인한 로고로 행운을 기원했다. 1930년대 핸드백 디자이너인 에티엔 아이그너가 만든 이 브랜드는 현재 의류뿐만 아니라 시계·주얼리·안경 등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패션 기업으로 성장했다.


역동적 이미지로 車업계서도 선호
명품 청바지로 유명한 미국 브랜드 ‘트루릴리전(TRUE RELIGION)’의 트레이드마크 역시 말발굽 모양의 스티치다. 그러나 유럽의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말과 관련이 있다 보니 잘못된 정보가 유포된 것도 있다. 이탈리아 브랜드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특유의 금속 장식도 말발굽 모양에서 모티브를 따 왔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것은 말발굽이 아닌 문고리 장식에서 모티브를 따 왔다. 그러나 살바토레 페라가모 역시 말을 사랑하는 패션 브랜드 중 하나다. 1970년대부터 스카프와 넥타이 등 실크 제품에서 다양한 동물, 특히 말을 활용한 디자인을 선보여 온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2014년 1월 27일부터 말 모양의 참 장식·열쇠고리·넥타이·스카프 등을 판매할 예정이다.



말은 이동·변화·소통 등 매우 역동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런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자동차 업계에서는 말 이미지의 선호도가 높다. 자동차 이름에 말을 뜻하는 이름을 붙이거나 말 문양을 엠블럼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꽤 된다. 미국의 대표적 스포츠카인 포드의 ‘머스탱(Mustang)’은 조랑말을 상징물로 쓴다. 머스탱은 조랑말을 의미하며 머스탱이 속한 차의 등급은 ‘포니카 클래스’라고 불린다.

영어로 ‘카우보이’란 뜻이 있는 지프의 ‘랭글러(Wrangler)’에 대한 이미지는 드넓은 들판 또는 자동차로 갈 수 없는 험한 곳, 장애물이 있는 길이라도 거침없이 달려가는 것이다. 즉, 말의 이미지를 떠올린 것이다. 이처럼 인류의 이동 수단에 대한 상상력은 대개 말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의 이름이 아닌 말 모양을 브랜드 엠블럼으로 사용하는 것도 있다. 세계적 스포츠카인 ‘포스쉐(Porshe)’와 ‘페라리(Ferrari)’는 공통적으로 야생마를 택했다.

슈퍼카로 손꼽히는 페라리의 앞발을 든 말은 ‘바라카의 말(Baracca’s Cavallino)’이라고 불린다. 이 말은 1차 세계대전 이탈리아 최고의 파일럿으로 활약하다가 1918년 세상을 뜬 프란체스코 바라카의 전투기에 그려져 있던 것이다. 이 그림을 바라카의 아버지인 엔리코 바라카가 페라리사에 사용하도록 허락해 지금의 엠블럼이 탄생하게 됐다. 포르쉐는 포르쉐의 본사가 있는 독인 슈투트가르트시의 문장에서 비롯된다. 슈투트가르트는 말 사육으로 유명한 도시로, 시의 문장에 말 그림이 사용되고 있다.



말 이미지 브랜드 중 29%가 패션
한국에서도 말은 강인함과 생동감의 상징이다. 또한 말이란 동물은 친근함과 신비로움을 동시에 갖는 존재로 사랑받는다. 그래서일까. 특허청에 등록된(2011년 말 기준) 말 관련 브랜드만 하더라도 100여 건이 넘는다. 산업별로 말을 이용한 곳을 분류해 보면 직물·의류·피복·신발이 29%로 가장 많고 자동차·운송(13%)이 그 뒤를 따랐다. 교육·문화 관련 산업에서도 10%의 비율을 차지했고 음식·주류·외식업에서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외국처럼 차에 말의 상징을 부여한 경우가 많은데,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현대차의 ‘에쿠스(Equus)’는 라틴어로 ‘개선장군의 말’ 또는 ‘멋진 마차’라는 뜻을 담고 있다. ‘갤로퍼(Galloper)’는 ‘질주하는 말’이라는 뜻을 지녔고 한국 최초의 승용차 모델인 ‘포니(Pony)’는 ‘세계 곳곳을 달리는 한국산 조랑말’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또 기아차의 중국 시장 공략 첫 모델인 소형차 ‘천리마(天里馬, 구 엑센트)’는 ‘천리를 달리는 명마’라는 뜻으로 중국에서 인기다.




말과의 직접적인 연상보다 간접적인 연상을 활용한다거나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와 이미지를 형상화해 소비자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존재로 발전시키는 경우도 있다.


패션 브랜드로는 2009년 출시된 한국 가방 브랜드인 ‘라빠레뜨(lapalette)’가 있다. 귀여운 말 캐릭터로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배우 황정음·고준희 등 젊은 여성 연예인들이 이 가방을 들면서 라빠레뜨는 단시간에 ‘말 가방’으로 대표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또 말표 고무신이나 운동화를 추억하는 이도 많다. 1967년 최초의 국산 구두약인 말표 구두약과 태화고무에서 1947년부터 1993년까지 생산했던 말표 신발 등 다양한 업계에서의 말 브랜드 활용은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음식·주류·외식업에서도 말을 볼 수 있다. 현재는 상표가 변경됐지만 과거 오리온에서는 말을 이용한 로고를 사용했다. 삼성음료공업주식회사에서 만들어 판매한 한국 최초의 사이다 ‘말표사이다’의 엠블럼에도 날개를 단 천마 ‘페가수스’가 그려져 있었다. 이 밖에 그릇·촛대·커튼 등 생활용품에서도 말을 이용한 로고나 엠블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말은 친근하면서도 비범한 힘과 신비로움을 지녔다. 이런 말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브랜드는 꾸준하며 끊임없이 늘고 있다. 말이 주는 가치와 이미지는 앞으로도 이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산업에서 다양하고 정교한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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