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기술이 진보할수록 인간의 삶은 위험해진다

기계와의 경쟁



에릭 브린욜프슨·앤드루 매카피 지음|정지훈·류현정 옮김|틔움|200쪽|1만2000원

스웨덴의 자동차 제작사인 볼보는 2020년까지 무인 자동차 100대가 일반 도로에서 주행하는 ‘드라이브 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클라우드 기술 개발에 초점을 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자동차 업계는 지각변동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주행 중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하고 휴대전화나 노트북도 마음대로 사용하는 상상이 현실로 바뀌는 순간이다.

‘왓슨’은 IBM이 미국의 퀴즈쇼인 ‘제퍼디!’에 출연하기 위해 설계한 슈퍼컴퓨터다. 온갖 백과사전과 참고 문헌, 신문 기사는 물론 성경까지 포함된 방대한 디지털 도서관을 갖고 있다. 그 덕분에 방대한 문서를 짧은 시간에 파악해 무려 50개의 유사 답변을 찾아낸다. 2011년 2월 ‘왓슨’은 세기의 대결을 벌였다.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우승자 두 명과 사흘간 두 차례나 겨뤄 무려 3배가 넘는 상금을 벌어들였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경영대학원 교수인 저자들은 구글의 무인 자동차와 아마존의 무인 헬기, 자동 통·번역기, 신문 기사 작성 로봇 등이 인류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급속한 기술의 발전이 생산직과 판매직에 이어 전문직 근로자의 일자리까지도 넘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향후 20년 내에 절반에 가까운 직업 목록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따라 중간 수준의 기술을 가진 사람들의 일자리 위협이 확대되고 있고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격차가 사회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저자들은 “문제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과 정책이 기술 발전의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지금의 경제 구조로는 더 이상의 일자리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구조적 혁신과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를 꼽는다. 그리고 실천적인 대안 19가지를 제시한다. 인간이 기계와 함께하는 경주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인간의 고유한 능력과 기술을 지렛대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사회 인프라, 법과 규제, 교육, 기업가 정신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범용기술 발전의 혜택을 많은 사람이 누리게 하면서 창의력과 같은 인간 고유의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과 제도적 전환을 시급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종우의 독서 노트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옛 절에서 배우는‘채움’과 ‘비움’



김봉렬 지음|관조 스님 사진|컬처그라퍼|284쪽|2만 원

유명 여행지가 되기 위한 조건이 있다. 경치가 뛰어나든지 유명한 궁궐이나 사원이 있어야 한다. 경치가 신이 만든 것이라면 뒤에 두 개는 인간이 만든 것이다. 만든 것도 그냥 만든 게 아니라 절대자나 인간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래서 아시아를 여행할 때는 유명한 사찰을 중심으로 일정을 짜야 하고 유럽에서는 성당을 들러야 한다.

한국에는 절집이 몇 개나 있을까. 오래된 고찰만 1000여 곳이 넘는다. 왕실이나 나라에서 덥석 세워 출생부터 화려한 절이 있는가 하면 인적도 없는 골짜기에 한 스님이 터를 잡아 토굴을 만들면서 사찰이 시작된 곳도 있다. 그 제자의 제자쯤 되는 스님이 불전과 승방을 지어 절의 꼴을 만들고 다시 몇 백 년 후 큰스님이 나타나 중창 불사를 벌여 지금 우리가 보는 절이 완성됐다.

선가(禪家)의 건축은 비움을 기본으로 한다. 모든 상념과 욕망을 끊어 버리는 곳에 선이 있기 때문에 표현적 욕망으로 가득한 장식과 기교에서 벗어나는 것에서 절의 건축이 시작됐다. 선가의 관점에서 보면 건축은 세우고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고 버리는 것이었다.

금강산 보덕암, 부탄의 탁상곰파 사원, 그리스의 마테오라 수도원처럼 수도처가 절벽 끝에 달려 있는 곳도 종종 있다. 지형적으로 세속과 인연을 끊겠다는 의미가 있지만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심정으로 깨달음을 얻겠다는 각오도 들어있다. 그래서 백천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시방세계현전신(十方世界現前身)이란 잠언이 나왔다. 앉아 있기도 힘든 백 척이나 되는 막대 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뛰어내려야 우주의 모든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절집은 힘 있는 사람의 은둔처가 되기도 한다. 춘천의 청평사가 대표적이다. 고려 최대 문벌인 인주 이씨 가문의 이자현은 세 딸을 왕과 결혼시킬 정도로 힘이 센 인물이었다. 어느 날 최고 권력에 무상함을 느꼈는지 청평사에 은둔했고 죽을 때까지 37년간 그곳을 벗어나지 않았다.

한국은 전란을 많이 겪은 나라다. 임진왜란 때 절집들이 불탔고 조선의 억불정책으로 재건이 막히면서 과거 모습을 온전히 보전하고 있는 사찰을 찾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지금 남아 있는 절은 처음 만들어졌던 때와 다른 모습인 곳이 많다. 그래도 절이 있던 땅은 그대로 남아 있다. 왕궁 터와 맞먹을 정도로 뛰어난 풍수지리를 가지고 있는 곳에 절이 들어선 만큼 주목해 봐야 할 곳들이다.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iminvestib.com



가업을 잇는 청년들



2013년 우수 출판 기획안 공모 대상작이다. 모두가 대도시·대기업을 향해 달려갈 때 태어나 자란 고향에서 부모의 업을 물려받아 꿈을 실현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가족과 함께 땅을 일구는 청년 농부부터 오일장을 다니며 족발을 파는 형제 족발 장수, 무형문화재 아버지 밑에서 금속을 세공하는 두석장, 명장 아버지의 뒤를 이어 시계 수리를 하는 두 아들까지 다양한 직종에서 땀 흘리고 있는 청년들의 도전을 통해 다른 삶, 다른 꿈의 가능성과 가치, 도전 정신을 보여준다.

백창화·장혜원·정은영 지음|남해의봄날 펴냄|256쪽|1만5000원



제로의 기적



살릴 수 있지만 기본적인 지원을 받지 못해 죽는 아이들의 숫자를 제로(0)로 만들겠다는 유니세프의 목표와 믿음의 메시지를 담았다. 유니세프 미국기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캐릴 스턴이 세계 곳곳의 구호 활동 현장에서 굶주림·가난·질병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걸어온 7년간의 여정을 담았다.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못다 한 이야기 그리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제로의 기적을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캐릴 스턴 지음|정윤희 옮김|프런티어|304쪽|1만3000원



Korean Hangeul a new kind of beauty



한글을 읽고 쓰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워크북이다. ‘ㄱ, ㄴ, ㅁ, ㅅ, ㅇ’이라는 5개의 기본 자음에서 출발해 각 기본 자음에 획을 더해 자음을 확장해 가는 방식을 보여줌으로써 한글이나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 자음의 제자 규칙에 따라 쉽게 자음을 익힐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단순한 한글 익힘 워크북을 넘어 한글의 제자 규칙에 담긴 철학적·우주적 원리를 살피고 한국 문화의 기본 코드를 읽을 수 있는 소재를 소개한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 학습자들에게 권할 만하다.

김이숙 지음|이코북|141쪽|1만2000원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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