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CEO 코칭 ] 서류·인터뷰보다 더 중요한 평판조회

성공률 낮은 임원 채용, 적임자 어떻게 찾아야 하나

Q 우리 회사는 내년에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부사장급 사업본부장을 영입하려고 합니다. 현재 회사 안팎에서 후보자 추천을 받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적임자가 없으면 헤드헌팅 회사에 의뢰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후보자를 인터뷰하다 보니 이런 식으로는 적임자를 찾기가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력서 서류 몇 장과 짧은 인터뷰에서 얻는 정보는 부사장급 임원을 판단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동안 이런 방식으로 임원들을 여러 번 영입했는데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능력이나 성과가 실제보다 과장된 이가 적지 않았습니다. 조직 문화와 맞지 않아 입사 뒤 얼마 안 돼 떠난 이도 있었습니다. 임원을 제대로 검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터뷰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A 일반적으로 임원의 채용 성공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미국의 한 연구소가 글로벌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잘못 영입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업에서 차지하는 임원의 비중 때문에 임원 영입 실패가 조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참 큽니다. 글로벌 기업이 채용 실패로 낭비하는 비용은 연봉 10만 달러 미만일 때 기본 보수의 25배이고 10만~25만 달러일 때 기본 보수의 40배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신중할 수밖에 없는 임원 영입
채용에 실패하면 그에게 지급한 보수뿐만 아니라 그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채용비용과 유지하는 데 쓰인 비용, 또 그를 내보내는 데 들어가는 비용까지 지불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가 한 실수와 놓친 사업 기회에 따른 혼란 비용도 감안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모두 직접비입니다. 앞서 언급한 비용에선 조직원들의 사기, 고객과의 관계 등 간접비는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임원급 영입이 조직과 사업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여기에 큰 역량을 투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후보자의 발굴과 검증을 위한 노력은 생각보다 미미합니다. 언뜻 봐선 사원이나 중간 간부 영입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신입 사원은 잠재력을 보고 뽑습니다. 당장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10년 뒤를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평가 항목도 과거보다 미래에 있고 결과보다 가능성에 집중돼 있습니다. 과거의 기록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터뷰 때는 포부나 의지 같은 태도를 중시하게 됩니다.

이에 비해 경력 사원들은 과거의 기록이나 흔적을 꼼꼼하게 들여다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성과입니다. 그가 과거 직장에서 어떤 성과를 얼마나 거뒀는지가 평가의 핵심이 됩니다. 그런데 성과는 우연히 얻은 것인지, 계획해서 만든 것인지, 일시적으로 나타났는지, 지속되었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무리 큰 성과라고 하더라도 우연히 그것도 한 번에 그친다면 제대로 된 성과로 보기 어렵습니다. 규모가 작더라도 계획됐고 반복되는 것이 가치가 있습니다. 임원을 영입할 때도 과거 직장에서 거둔 성과를 따져봐야합니다. 임원은 입사해 즉각 조직을 이끌고 성과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성과를 얼마나, 어떻게 만들어 냈는지 꼼꼼히 들여다봐야 그가 우리 회사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임원의 성과를 판단하고 예측하려면 먼저 경력기술서를 챙겨 보십시오.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본인이 그동안 맡았던 직책과 직무 그리고 이룬 성과와 기간 등을 자세히 기술한 경력기술서가 있어야 합니다. 후보자가 성과를 서술할 때 평가가 가능하게 최대한 계량화하도록 요구하십시오. 해당 분야의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같은 경력기술서만 보고도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이에 따라 면접은 가능하면 관련 분야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주도하는 게 좋습니다.

두 번째로 후보자가 제출한 학력·경력·성과 등이 사실인지 확인해 보십시오. 헤드헌팅 회사는 후보자를 두 가지 방법으로 검증합니다. 먼저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백그라운드 체크(background check)에서 학력과 경력은 물론이고 범죄, 세금 납부, 자격증, 해외여행 등 직무 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의 사실 여부를 점검합니다. 그다음 레퍼런스 체크(reference check)를 통해 후보자의 전 직장 상사나 동료들을 대상으로 그의 도덕성·리더십·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을 확인합니다. 이 같은 평판조회는 서류 면접이나 인터뷰로 확인하기 어려운 것들을 파악하는 데 매우 긴요합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임원이나 재무·회계·보안·기술·고객정보 등 주요한 직책의 담당자들을 뽑을 때 반드시 직접, 혹은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해 평판조회를 실시합니다. 귀하의 회사 역시 주요 직원을 채용할 때, 특히 임원을 영입할 땐 반드시 평판조회를 실시하길 권합니다.


행동·처신 관련된 구체적인 코멘트 얻어야
그런데 평판조회에는 일정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무턱대고 전 직장 상사에게 후보자의 평가를 요청했다간 문전박대를 당할 수 있고 왜곡된 정보를 얻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후보자가 현재 재직 중이라면 코멘트를 받기 어려울 겁니다. 설령 후보자에 대한 코멘트를 받더라도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것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헤드헌팅 회사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주요 대기업에서도 일정 직급 이상의 경력 사원이나 임원을 채용할 때 헤드헌팅 회사가 제공하는 평판조회 결과를 참고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평판조회는 주요한 인재 검증 방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평판조회를 할 때는 매우 구체적인 답변을 얻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냥 “좋은 사람”이라거나 “유능한 사람”, “성실한 사람” 같은 평가보다 “절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조직을 버릴 사람은 아니다”라거나 “모든 것을 주도하고 그것에 책임질 사람”, “작은 이익을 위해 이름을 함부로 쓰지 않는 사람”과 같은 좀 더 행동이나 처신과 관련된 코멘트를 받는 게 좋습니다. “관계는 잘 유지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다”거나 “어렵고 힘든 것은 피하고 생색내는 기술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식의 코멘트는 채용을 결정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이를 위해선 평판조회의 대상이 반드시 일상적 관계가 아닌 업무상 관계를 맺었던 사람이어야 합니다. 위기를 같이 경험했던 사람이면 더욱 좋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이 전 직장의 직속 상사가 핵심 대상이 됩니다.

임원 영입과 관련해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게 있습니다. 가끔 자신이 잘 아는 사람을 영입했다가 어려움을 겪는 CEO들을 보게 됩니다. 이들은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판단해 별다른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습니다. 실무진도 CEO가 직접 나서는 것이기 때문에 의견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영입한 임원이 자신이 알고 있던 사람과 너무도 다른 모습에 놀라게 됩니다. 영입 임원 중 일부는 회사가 위기에 처하게 되거나 내부 갈등이 생길 때 기대 밖의 행동을 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CEO와 오랫동안 교류해 온 관계이지만 업무로 만난 관계가 아닙니다. 취미 생활을 같이하는 동호회 회원이거나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을 뿐 일을 같이 해보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었던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결국 그와 오래 만났지만 그를 잘 알지 못하는 데도 안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렇게 업무가 아닌 관계로 만났을 때 느낌을 갖고 직원을, 그것도 임원 같은 고위직을 채용해서는 안 됩니다. 일상적 관계로 아무리 오랫동안 만났어도 업무적 관계에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아는 사람일수록 철저히 검증해야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참여를 환영합니다. 코칭을 받고 싶은 고민이 있으면 mannn@careercare.co.kr로 e메일을 보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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