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마오쩌둥식 해외 진출로 진화하는 중국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점진적·실험적·상향식 공략

왜 기업은 해외로 진출할까. 국제경영학이 시작되는 첫 질문이다. 여기에는 많은 대답이 있는데, 제품 수명 주기(product life-cycle theory)에서는 제품이 선진국에서 탄생한 후 본국에서 수익을 올리다가 생산에서 진입자가 증가할수록 가격이 낮아져 어느 한도가 지나면 비용의 절감 압력이 생기기 때문에 (생산비용이 낮은) 해외로 이전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대답은 왜 기업이 생산비용이 낮지 않은 국가로 진출하는지에 대해서는 명쾌한 설명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직관적으로 말하면 기업은 왜 해외로 진출할까. 그 이유는 그들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거나 해외시장에서 무언가 특별한 것을 구하기 때문이다. 그 특별하다는 전자를 우리는 소유적 우위(ownership advantage: 약칭 O-우위) 혹은 기업 특수적 우위(firm-specific advantage)라고 부르고 후자를 입지적 우위(location advantage: 약칭 L-우위) 혹은 국가 특수적 우위 혹은 시장 특수적 우위(country-specific advantage)라고 한다.



전자는 해외에 진출하는 기업만이 갖고 있는 경쟁력으로, 그 원천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특허·트레이드마크·브랜드 파워를 비롯해 기업의 문화나 본국에서의 경쟁력을 해외에서 빨리 구현해 낼 수 있는 역량 그 자체도 O-우위에 해당한다. 예를 들면 애플의 혁신적인 제품 디자인은 전형적인 O-우위, 삼성의 빠른 학습 역량도 O-우위다. 미국에 본사를 둔 커피 전문점이 기존 한국에 있는 커피 전문점과 달리 아주 독특한 미국식 카페 분위기를 서비스해 한국의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다른 기업이 아닌 기업으로서의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이 O-우위다. 물론 그 우위가 얼마동안 다른 기업에 비해 지속될지, 즉 다른 기업이 복제하기가 얼마나 쉬운지는 또 다른 얘기다. 만약 복제되기 쉽다면 해당 커피 전문점은 해외 진출 후 곧 경쟁력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경쟁력이 없어진다면 현지나 다른 외국 기업에 인수당하거나 해당국에서 철수할 것이다.

L-우위는 해당국에 진출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의미하는데, 저렴한 생산비용, 우수한 인력, 과학기술 인프라, 각종 자연 자원, 혹은 (구매력이 좋은 소비자들로 구성된) 소비 시장이 이에 해당한다. 제조업체들이 낮은 인건비를 찾아 개발도상국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것이 대표적 예다. O-우위처럼 L-우위도 항상 변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글로벌 생산 기지는 멕시코의 마퀼라도라(Maquilladora)였다. 중국이 더 낮은 생산비용을 제공하면서 경제 개방을 가속화하면서 다국적기업들이 대거 중국으로 이동했고 이제 중국의 인건비가 오르면서 일부 기업들을 중심으로 탈중국 러시를 진행하고 있다.

O-우위 및 L-우위와 함께 기업이 국제화를 하는 진입 모드(entry mode)는 기업의 해외 진출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존 더닝(Johng H. Dunning)이 제시했으며 절충이론(eclectic theory)으로 불린다. 앞서 기업이 왜 해외로 진출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본국에 있으면서 수출해도 될 일을 왜 해외 지사를 설립하려고 하는지’라는 질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업이 수출에 비해 자기가 직접 자회사를 현지 국가에 설립하거나 지분 참여 형태로 현지 국가에서 경영하는 이유는 간단히 말해 자기가 직접 현지에 나가는 게 훨씬 더 경영을 잘할 수 있어 다른 전략적 선택에 비해 수익을 많이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수출 등 비간접적 참여 방식에 비해 기업이 해외 경영 방식을 내부화하는 방식으로 더 많은 우위를 얻을 수 있다는 관점으로, I-우위(internalization-advantage)라고 불린다. 더닝의 절충이론은 각 우위의 앞글자를 따서 OLI이론으로 불린다. OLI이론은 국제경영의 주류 이론으로 수십 년간 자리 잡고 있다.


<YONHAP PHOTO-0107> (100328) -- GOTEBORG, March 28, 2010 (Xinhua) -- Geely Chairman Li Shufu attends a press conference after the signing ceremony in Goteborg of Sweden, March 28, 2010. China's Zhejiang Geely Holding Group signed a deal with Ford Motor Co. here on Sunday on the takeover of Sweden's Volvo Cars. (Xinhua/Wu Wei) (zl)/2010-03-29 01:29:07/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기존 국제 경영 이론을 다시 쓰게 한 중국 기업들
그런데 최근 개발도상국들의 국제 경영 참여가 활발하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이들 개도국 출신의 기업들은 해외 기업 인수, 현지국과 조인트벤처 설립 및 자회사 설립에 열심이다. 이들은 쾌속 성장하는 자국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넉넉한 현금을 보유하면서 해외 기업을 사냥하고 있다. 국유 기업 중심의 기업 인수에서 이제는 민영기업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중국 기업은 해외 인수에 뛰어들고 있다. 그런데 개도국발 해외 진출은 “그렇다면 개도국 기업들은 정말 O-우위, L-우위, I-우위를 보유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낳는다. 선진국에 비해 딱히 특별한 강점이 없는 기업들이 자국 정부의 보호를 떠나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은 OLI이론으로 대표되던 기존 국제 경영 이론과는 어딘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국제 경영과 관련한 다수의 논문을 써 온 존 매튜(John Mathews)는 이에 대해 선진국 기업을 기반으로 저술된 경영학 교과서들은 “그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다”, 즉 O-우위를 전제로 이론을 전개해 왔지만 개도국 기업은 사실 선진국 스타일의 O-우위를 갖고 있지 못하다. 그 대신 “그들에게는 선진국 같은 O-우위 대신 다른 것이 있고 이 때문에 해외 진출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선진국 버전의 기업 우위 대신 개도국 기업은 연계(linkage)·영향력(leverage)·지식(learning)을 획득하려는 동기를 해외 진출의 이유로 제시한다. OLI이론에 대항해 LLL이론으로 불리는 이 관점은 첫 번째로 ‘연계’를 통해 이들 개도국 기업들이 해외 진출로 격차를 파악하고 줄인다. 예를 들면 펄리버(Pearl River)라는 중국의 피아노 제조업체는 독일의 리트뮬러(Ritmuller)라는 피아노 업체를 인수해 소비자에게 중국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 대신 독일 기업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이는 중국으로부터 독일로 이어지는 연계 효과다. 이를 통해 펄리버는 국제시장에서 저가·저기술의 브랜드에서 독일식의 정교한 악기 업체로 페이스오프했다.

두 번째로 LLL이론 중 ‘영향력’은 소비자의 니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독특한 자원과 보유한 역량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중시한다. 예를 들면 중국의 검색엔진 중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은 바이두(Baidu)라는 회사인데, 이 회사는 다양한 검색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 중국 내 시장점유율이 70%가 넘는다. 중국의 온라인 사용자들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바이두는 이제 해외로 진출하려고 한다.

해외시장에서 한국의 네이버 등 기업들과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학습은 아마 중국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가장 큰 동기일 것 같은데, 한국의 쌍용자동차를 인수함으로써 중국의 상하이자동차는 제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지리자동차가 볼보(Volvo)를 인수했을 때 지리자동차의 최고경영자(CEO)는 선진 기술을 얻는 것에 대해 강한 열망을 보였다.


--FILE--Pedestrians walk past an advertisement of Huawei during an exhibition in Guangzhou city, southeast Chinas Guangdong province, 21 June 2013. Surging sales of cut-price smartphones mass produced in China has meant that the countrys handset makers now account for about a fifth of global branded sales. Companies that few people know outside China, such as Yulong, which makes Coolpad devices, and Xiaomi, have soared in the past year, according to Canalys, the global research group. Yulong, along with Chinese rival Lenovo, has entered the top five of global handset makers for the first time, pushing out better known Western names such as Nokia and BlackBerry that once dominated the market. Along with Huawei, ZTE and Xiaomi, these Chinese companies make up a fifth of the total branded smartphone market, up from less than 15 per cent a year ago. Their shipments still sit far below the top two manufacturers, Samsung and Apple, which grew 55 per cent and 20 per cent, respectively. Even so, both lost market share to Chinese vendors. Collectively, the market share held by Nokia, HTC and BlackBerry fell from almost 18 per cent in the second quarter last year to about 9 per cent this year.

개도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 혼자 설 수 있을까
과거 수년간 중국 기업은 마이너리그 차원의 해외 진출 전략을 꾀해 왔다. 지난번에 이어 다시 마오쩌둥식의 게릴라 전략이 언급되는데, ‘점진적·실험적·상향식’ 해외 진출이 특징이다.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은 선진국보다 개도국에 먼저 진출해 거기에서 경험을 쌓고 노하우를 얻어 선진국으로 진출하는 패턴을 보인다. 선진국에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경영할 역량이 충분하지 않아 기존의 회사를 많이 인수하고 있다. 한국이 특정 몇 개 국가들에 해외 진출이 몰려 있는 반면 중국은 해외 진출 대상 지역이 비교적 고르게 분포돼 있다(그래프1 참조). 산업 역시 오랫동안 해외 진출 업종은 자원 관련업과 특정 제조업이 위주였지만 이제는 정보통신·부동산·식품 등 다변화됐다(그래프 2 참조). 또 과거에는 정부와 관계가 좋은 국유 기업을 위주로 해외 진출이 이뤄졌지만 현재 민영기업의 해외 진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민영기업은 중국 내에서는 국유 기업이나 외자 기업에 입지가 많이 밀리는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연 중국 기업들은 해외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중국 기업들은 시장점유율 같은 시장 성과 지표 혹은 첫 진출 후 순차적 진출 여부 같은 현지 적응 지표로 볼 때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해외 진출 첫 단계에서는 상당히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해외 진출 2단계의 주요 무대인 선진국에서는 성공을 가늠하기 어렵다. 전통적으로 해외 진출을 많이 해 온 국유 기업들은 선진국에서는 많은 견제를 받고 있거나 고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국의 삼성전자라는 별명을 가진 화웨이는 국유 기업은 아니지만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아 중국 내 대기업으로 성장했고 1단계 해외 진출도 공격적으로 해냈다. 알제리에서는 화웨이가 기간통신 산업 장비 업체로 선정돼 알제리 시장의 70%를 점유했고 화웨이의 적극적 진출 때문에 관련 업체에 종사하는 중국인들이 대량 이주해 차이나타운을 형성하고 심지어 중국 음식점조차 근처의 상권을 장악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그러나 과거에는 강력한 경쟁력이 됐던 중국 정부와의 밀월 관계가 2단계에서는 역작용을 일으키는 듯 미국·유럽연합(EU)·호주를 비롯해 많은 국가들이 화웨이의 자국 진출을 막고 있다.

민영기업은 국유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부의 지원이 적었기 때문에 해외시장에서 운신의 폭이 넓다. 이들은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의 국유 기업에 비해 제품 기술에의 접근, 브랜드 파워, 인재 풀 등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기 때문에 해외 인수·합병(M&A)을 통해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한다. 앞으로 중국의 해외 진출에서 민영기업의 참여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지멘스의 휴대전화 부문을 인수한 대만 기업 벤큐(BenQ)의 실패 사례에서 보듯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경영 역량 이상의 업무를 맡게 될 때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거나 M&A 후 조직 통합에서 역시 많은 실패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마이너리그 무대에서 기초 체력 훈련을 해 온 중국 기업은 앞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도 진정한 강자가 될 수 있을까. 물론 아직은 2단계에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중국 기업의 장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찰이 필요하지만 뚜렷한 기업 특수적 O-우위 없이 선진국 시장에서 경쟁한다면 기업 내·외부에서 엄청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본국에 소재한 본사와 중국 정부가 향후 어떤 역할을 할지 학자로서는 흥미진진한 관심거리다. 중국식 해외 진출 모델이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곽주영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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