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맥] 한계 드러내는 일본의 엔화 약세 정책

만성적 무역 적자 지속, 정부 부채 증가도 부담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03엔까지 상승했고 한국 증시에서는 일본과 경쟁 관계가 높은 조선·화학·자동차 업종이 조정을 받았다. 일본 정부는 12월 4일 18조6000억 엔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이는 내년 4월 소비세 인상에 따른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실제 정책 내용을 보면 내수 부양 정책보다 건설투자(동일본 대지진 복구, 2020년 도쿄올림픽 인프라 투자 등) 등에 내용이 집중돼 있다. 이번 경기 부양책은 내년 소비세 인상에 따른 가계 소비 위축을 충분히 상쇄하지 못할 전망된다.

더욱이 두 가지 구조적 원인으로 아베노믹스의 엔화 약세 정책이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첫 번째 원인은 엔화 약세가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무역수지가 만성적인 적자에 빠진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무역 적자는 일반적으로 환율 경쟁력 약화 때문이라고 간주돼 왔지만 최근 1년 반에 걸친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무역 적자는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수출 약화가 엔고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전력난과 소비자 기호 변화 등에 따른 수입 물량 증가’, ‘해외 생산 확대’,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 등 구조적인 요인에 의한 복합적인 결과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양적 완화만으로는 일본 무역수지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



두 번째 원인은 경기 부양 정책이 지속되면 일본 정부가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소비세율 인상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내수 부양 정책에 따른 지출 증대’, ‘고령화에 따른 사회복지 지출 확대’, ‘경기 둔화에 따른 세수 감소’ 등 제약 요인이 산재해 있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재정 건전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일본 정부의 부채비율 상승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화학·철강’ 비중 확대해야
더욱이 일본 정부가 당초 목표하던 2% 물가 상승률을 달성한다면 실질금리가 제로 수준에 머물러도 일본 국채 금리는 2%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다. 이때 일본 정부의 채무 부담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재정 건전화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 상황에서 2% 수준으로 금리가 상승한다면 현재 210% 수준인 일본 정부의 부채비율은 2020년까지 308%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3엔 수준까지 상승했지만 추가적인 상승은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 지속 ▷부채 증가에 따른 신뢰 약화 등 두 가지 문제로 인해 제한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00엔 이하로 재하락할 여지가 클 것으로 판단된다.

엔화 약세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엔·달러 환율 되돌림을 고려한 투자 전략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소재·산업재 업종 중 엔화 변화에 민감한 업종에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최근 엔화 강세 전환(2013년 7~8월) 시기의 한국 증시 업종별 수익률을 보면 조선·디스플레이·화학·유틸리티·철강순이었다. 경기 회복의 수혜가 크고 엔화 되돌림 시기에 주가 탄력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조선·화학·철강 업종의 비중 확대를 추천한다.


김중원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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