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인물 업 앤드 다운] 그룹 핵심에 올라선 삼성家 차녀

이서현 사장, 언니와 함께 지주사 격인 에버랜드 이끌게 돼



1973년생. 1997년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 졸업. 2005년 제일모직 패션부문 기획담당 상무. 2009년 제일모직 패션부문 기획담당·제일기획 기획담당 전무. 2010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 2013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현).




삼성그룹이 지난 12월 2일 발표한 사장단 인사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40) 제일모직 부사장이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으로 승진했다. 2010년 부사장 승진 후 3년 만이다. 삼성그룹은 “이서현 부사장이 패션 전문가로서 패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패스트패션과 아웃도어 사업 진출 등 신성장 동력을 확보했다”고 승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 사장은 이 회장 세 자녀 가운데 유일하게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사장 이외 총 16명에 대한 이번 사장단 인사는 ‘성과’와 ‘보상’의 성격이 짙다. 지난 9월 제일모직이 알짜 사업인패션 사업부문을 에버랜드로 넘겼는데 이때부터 이 사장이 에버랜드 패션부문을 총괄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었다. 제일모직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6조 원이고 이 중 패션은 1조8000억 원이었다. 또한 이 사장은 제일기획 영업전략부문장도 겸직한다. 이 사장이 에버랜드로 이관하는 패션 사업의 도약을 견인하고 제일기획 경영전략부문장으로서 세계적인 광고 기업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삼성그룹은 내다봤다.

삼성그룹 오너 일원 중 유일하게 부사장에 머무르던 그가 사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삼성 후계 구도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단 이서현 사장은 언니인 이부진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각각 패션부문과 리조트·건설부문을 놓고 경영 경쟁을 하게 됐다. 또한 삼성그룹 순환 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는 이서현·이부진 자매가 양쪽에 포진하고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 주주(25.1% 지분 소유)로 있으면서 3남매간 경영 협업 체제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이서현 사장의 입지도 더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매출액을 비교해 보면 삼성에버랜드의 향후 최대 매출 사업은 이 사장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에버랜드의 지난해 매출액 3조37억 원 중 부동산과 건축, 빌딩 자산 관리 사업이 1조3706억 원, 외식과 식재료 사업이 1조2742억 원을 차지한다. 반면 제일모직 패션부문 매출은 1조8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 사장은 그룹 내 유명한 ‘패션통’이다. 미국의 파슨스 디자인스쿨을 졸업했고 그동안 제일모직에서 패션 사업을 주도하며 미래 사업 발굴과 브랜드 중·장기 전략 기획 등을 총괄해 왔다. 2009년 말 제일모직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면서 제일기획 전무를 겸임, 그룹 내에서 보폭을 넓혀 왔다. 이 사장은 특히 구호를 비롯해 빈폴아웃도어·에잇세컨즈 등 신규 브랜드를 직접 진두지휘해 왔다. 소속이 바뀐 만큼 앞으로 에버랜드의 테마파크·골프장 운영 등과 연계한 시너지 창출에 기대가 쏠리고 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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