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로펌 랭킹_법률 시장 뉴 트렌드] 통상임금·입법지원 등 특수 잡기 골몰
입력 2013-12-11 15:23:10
수정 2013-12-11 15:23:10
전담팀 앞다퉈 구성…한류 타고 엔터테인먼트도 신시장 부상
국내 주요 로펌들은 최근 전문 영역을 세분화하고 전담팀 구성에 박차를 가하며 법조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 한창이다. 국내 기존 법조 시장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고 외국계 로펌의 국내 진출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로펌들이 적극적으로 자구책과 성장 동력을 찾아 나선 것이다.전통적으로 국내 로펌의 주력 업무 영역은 크게 자본시장, 분쟁 중재 및 해결, 인수·합병(M&A), 노동, 지식재산권 등이었다. 하지만 최근 로펌들이 전담팀을 구성하며 확장하고 있는 전문 영역은 크게 경제 민주화, 입법 지원, 통상임금,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으로 소위 로펌들이 수익성을 발굴할 수 있는 분야다. 특히 올해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 민주화 관련 입법, 통상임금 논란,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등의 이슈 등으로 로펌의 적극적인 세부 영역 발굴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우선 로펌의 경제 민주화 전담팀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경제 민주화 이슈로 관련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면서부터 꾸려졌다. 그리고 올해 새 정부에서 경제 민주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재계와 경제단체 등의 자문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올해 7월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의 법률 자문이 크게 늘었다. 경제 민주화 정책 대응은 조세·공정거래·회사법·형사 등 광범위한 부문의 법률 자문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대형 로펌에서는 이러한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담팀을 구성했다.
법무법인 세종은 지난해 5월 일찍이 조세팀·공정거래팀 등 20여 명의 변호사와 회계사·세무사·고문진이 모여 경제 민주화 전담팀을 꾸렸다. 조춘·황인석·김현진·임영철 변호사와 정인화·김성준 회계사, 기획재정부 세제실 및 조세심판원 국장 출신 노형철 세무사 등이 주축을 이뤘다. 그리고 고문으로 안희원 전 공정거래위원회 경쟁국장, 이근영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및 금융감독원 원장, 김영주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영입해 경쟁력을 높였다. 특히 정부 당국의 실무자급을 고문으로 영입하는 것은 양질의 법무 서비스 못지않은 결정적인 차별화 수단이기 때문에 로펌들은 높은 몸값을 지불하면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세종뿐만 아니라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태평양·화우·율촌 등 대형 로펌도 각각 경제 민주화 전담팀을 꾸려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각 로펌의 경제 민주화 전담팀은 ‘경제 민주화 법안’,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응 방안’ 등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대기업·중견기업·금융사 등을 대상으로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통상임금 소송 100여 건 진행 중
한편 경제 민주화는 로펌 입장에서 보면 또 다른 호재가 되고 있다. 경제 민주화의 대상이 되는 기업뿐만 아니라 입법을 추진하는 국회를 대상으로도 입법 자문 서비스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입법 서비스는 로펌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법률 시장이 전면 개방되더라도 해외 로펌에 비해 경쟁력을 지닐 수 있어 입법 컨설팅 영역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로펌 업계 1위 김앤장이 가장 먼저 국회 전담팀을 만든 뒤 대형 로펌들이 잇따라 비슷한 조직을 만들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25명으로 법제컨설팅팀을 꾸린 뒤 매년 2~3명의 인원을 늘리고 있다. 환경이나 안전 관련 규제가 많아지자 올해엔 환경 담당 인력을 늘렸다. 세종은 23명인 입법 자문 실무팀 인원을 매년 10% 이상 늘리고 있다. 율촌은 부가가치세법 개정에 대한 자문을 맡기도 했다.
통상임금 이슈 역시 로펌에는 특수로 여겨진다. 시간외 근무수당 등 각종 수당의 산정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은 상여금을 포함해 산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지난해 3월 있은 후 통상임금 소송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남동발전, 남부발전 노조, S&T중공업 노조,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근로자, 현대·기아차 노조 등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법원 관계자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 접수된 통상임금 소송이 100건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은 지난해 곽현수 변호사와 주완 변호사를 공동 팀장으로 전담팀을 꾸렸다. 전담팀에는 노동팀은 물론 송무팀과 외국팀 소속 변호사 8명이 참여하고 있다. 태평양도 작년부터 전담팀을 꾸려 대비하고 있다. 팀에는 부장판사 출신인 강용현·장상균·박태준·윤태호 변호사와 노동법 전문가인 이정한·차두희·김형로 변호사 등 10명이 참여하고 있다. 세종은 그동안 노동분쟁 전문팀이 통상임금 사건을 처리해 왔지만 최근 노동법 전문 변호사 10명으로 이뤄진 전담팀을 구성했다. 대법원 노동공동조 재판연구관과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간사를 지낸 이병한 변호사가 팀장을 맡았고 노동 관련 자문 및 컨설팅을 담당한 기영석 변호사 등이 팀원으로 참여한다. 율촌도 지난해 하반기 강희철·조상욱·박재우 변호사 등 10여 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TF팀은 경영자 단체와 학계 등과 정보를 교류하고 관련 판결을 수집해 대응 논리를 개발하는 등 통상임금 등 관계 법령에 따른 수당의 산정과 지급에 관한 소송을 대리, 자문하고 있다.
로펌의 송사 및 자문 서비스는 또한 다양한 산업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과거 미디어·콘텐츠·연예인·게임 등과 관련해서는 법무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한류’ 등으로 글로벌 단위로 크게 성장하면서 법적 보호가 필요한 영역으로 떠올랐다. 작게는 연예인, 스포츠 선수의 명예훼손 소송, 소속사와의 계약부터 크게는 해외에서 드라마·영화·게임 등 저작권, 미디어 간 소송 등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광장의 엔터테인먼트팀은 올여름 개봉해 9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설국열차’의 법률 자문을 턴키(turn key) 방식으로 수주해 제작과 투자, 배급 전 과정에 서비스를 제공했다. 태평양은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섭외이사를 맡고 있는 이후동 변호사가 이끄는 엔터테인먼트·스포츠팀을 운영한다. 이 팀은 드라마와 음원 관련 표절 소송을 비롯해 연예인 전속 계약 소송 등을 수행하고 있다. 세종은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인 임상혁 변호사를 주축으로 미디어콘텐츠팀이 문화산업을 맡고 있다. 스타크래프트·서든어택·마구마구 등 게임 관련 분쟁 업무를 수행했다. 화우는 가수 비와 배우 박해진 등 연예인 법률 자문을 전문적으로 담당해 온 이덕민 변호사가 문화산업팀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말 영화 ‘7번방의 선물’ 공동 제작자인 이상훈 CL엔터테인먼트 대표를 고문으로 영입했다. 율촌은 대한상사중재원의 엔터테인먼트법 분야 중재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정열 변호사를 중심으로 문화산업팀을 운영한다. 엔터테인먼트 분야뿐만 아니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와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회 등 스포츠 분야 법률 자문에도 참여했다. 지평지성은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부회장을 역임한 최승수 변호사가 엔터테인먼트·스포츠팀을 이끌며 영화진흥위윈회의 영화 법령 관련 자문과 언론사 법률 자문 등을 수행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중 특히 최근 게임 산업은 중국에서의 불법 복제 관련 분쟁이 많아 로펌들이 새롭게 주목하는 부문이다. 지난 11월 열린 부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3’에는 김앤장이 직접 부스를 차리고 담당 변호사들을 파견해 게임 업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법률 상담 등을 제공했다.
로펌 업계에서는 “이제 앉아서 들어오는 의뢰를 받는 시대는 갔다”는 말이 통용되며 기업 고객을 잡기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과 제반 서비스 품격 높이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래 고객 확보를 위해 각종 세미나, 무료 법률 상담, 뉴스레터 발송, 언론사 기고, 기업의 법무 실무자를 위한 Q&A 서적 발간 등 일반 기업 못지않은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법무 서비스를 넘어 고객 접대 서비스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심지어 발레파킹 서비스 등도 도입하고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