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무역 흑자 1등 공신된 부품 소재 산업

한국은 전 세계 부품 소재 수출에서도 세계 6위라는 높은 위상을 차지하게 됐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단일 시장에 대한 편중 등 불안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조승연 라임투자자문 이사
1975년생. 2001년 서울대 화학공학 학사·석사. 2004년 서울대 기술정책 박사 수료. 2004~2008년 SK이노베이션·아모레 퍼시픽. 2009년 LIG투자증권·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 2012년 라임투자자문 이사(현).



2013년 11월까지 무역수지가 405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2012년 연간 412억 달러를 넘어서는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의 점진적 경기 회복에 유럽과 중국이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선박과 무선통신 기기 및 반도체 등 수출 주력 제품이 선전하고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하향 안정화된 결과다. 이 가운데 주목할 만한 점은 2008년 300억 달러 수준에서 2012년 900억 달러대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부품 소재 산업이다.

2001년부터 정부의 부품 소재 전문 기업 육성 정책으로 40억 달러에 그쳤던 흑자 규모가 2012년 22배나 증가한 900억 달러를 기록하며 무역수지 흑자 400억 달러 시대 달성의 1등 공신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은 전 세계 부품 소재 수출에서도 세계 6위라는 높은 위상을 차지하게 됐다. 지난 10여 년 이상 2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정부 재원이 투입되고 일관된 정책이 수립, 추진된 결과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간의 비약적인 성장과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 기조에도 불구하고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과제가 있다. 바로 핵심 부품 소재에서의 일본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줄지 않는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와 첨단 부품 소재 원천 기술 확보 미비에 따라 글로벌 수준으로 대형화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통계 수치가 단적으로 이를 증명하는데 2001년 대일 부품 소재 무역수지는 105억 달러 적자였지만 2012년에는 그 두 배인 222억 달러로 오히려 증가했다. 부품 소재 산업 전체에서의 무역수지 흑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유독 일본에 ?淪?무역수지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악화되고 있다. 2012년 소재 부문 대일 적자는 119억 달러에 이르렀고 부품도 103억 달러나 됐으며 세부적으로 화학 소재와 전자부품 및 정밀기계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한국의 수출 주력 품목에서 외형과 내실을 키워 의존도를 줄이려는 기존 취지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 적자 규모의 2배 급증은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구조적 측면에서 국내 부품 소재 산업은 외형적으로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지만 그 내면에는 일부 품목군에 집중되고 중국이라는 단일 시장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편중 등 불안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01년 대중국 부품 소재 수출은 96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2010년 800억 달러를 넘어섰고 2012년에는 900억 달러에 육박했다. 하지만 수입은 56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 수준으로 증가하는데 그쳤다. 결국 900억 달러 부품 소재 무역수지 흑자의 55%인 약 500억 달러 정도가 중국으로부터 발생했다. 그리고 이 중 400억 달러는 전기전자 부품, 150억 달러는 화학제품이 차지해 극심한 편중 현상을 보였다.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중국의 기술 수준과 공급 구조 고도화 전략에 따른 로컬 기업 육성으로 중국의 부품 소재 수출 규모는 2001년 920억 달러에서 2009년 이미 4540억 달러로 급증했다. 이는 결국 현재의 흑자 규모가 지속 가능하지 않고 중국의 구조 변화에 따라 급변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외형 성장과 범용 위주에서 탈피해 한 단계 높은 첨단 부품 소재 원천 기술 확보를 통한 질적 성장 확보라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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