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자산 배분 전략] 결단 내리지 않는 게 가장 나쁜 결정

과거는 과거일 뿐… 투자는 미래의 관점에서

과거 우리는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온다거나 비가 온 후 땅이 더 단단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을 참고 이겨내면 더 좋은 날이 온다고 배우며 자랐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 과거에 대한 추억으로 살고 있는 듯하다.

2004년부터 펀드에 투자한 A(54) 씨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좋은 편이다. 그러나 2007년 초에 가입한 해외 주식형 펀드는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원금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 위기가 남긴 상처가 남아 A 씨의 펀드 투자는 2007년을 끝으로 멈췄고 원금 이상만 되면 정리하고 싶은 마음으로 지금까지 기다렸다. 그동안 투자 포트폴리오에 조정도 없었다. 마냥 잊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조만간 은퇴해야 하는 A 씨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 고민은 2가지다. 첫째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얼마나 더 기다려야 원금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둘째는 원금 회복 이후의 투자 대안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컨설팅 결과 A 씨의 가장 큰 문제는 2007년 글로벌 증시 최고점에서 봤던 평가 금액을 본인의 당연한 원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시절만 그리워하며 그 시절이 다시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는 변하고 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과거 수익률의 추억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미래 수익률을 위한 포트폴리오로 재배분하는 ‘결단’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 초입에 접어들어
특히 지금은 새로운 포트폴리오로 재배분할 수 있는 적절한 투자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세계경제의 성장률은 올해 전망치 2.9%를 훌쩍 넘어선 3.6%로 전망된다. 미국은 꾸준한 고용 지표 개선 속 글로벌 경제 회복을 이끌고 유럽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멈추며 전환점에 섰다. 여기에 중국은 높지는 않지만 안정된 성장세를 이어가며 이머징 주식시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A 씨의 포트폴리오에 국내 주식 비중을 20%로 조정하고 경기 민감주를 편입한 대형 성장주 펀드를 편입했다. 우리나라는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로 선진국 경기 회복의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될 뿐만 아니라 하반기에 수출과 내수 회복이 동반되는 균형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남은 20%의 비중에는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에 20% 편입했다. 특히 유로스톡스50이 편입된 지수형 ELS의 제시 수익률은 약 10% 내외로 주가의 상승 폭이 크지 않거나 조정을 보일 때도 정해진 수익률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해외 펀드에서 중국 투자 비중은 10%로 축소하고 글로벌 ‘컨슈머 섹터’와 ‘선진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 각각 20%, 10%를 투자했다. 내년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 경기 회복 및 소비 전망에 따라 선진국 비중이 높고 변동성이 낮은 글로벌 컨슈머 펀드와 선진국 주식시장이 유망하다는 판단이다.

포트폴리오 재배분 중 가장 큰 고민은 손실이 컸던 브릭스와 동유럽 펀드였다. 투자자가 손실을 빨리 만회하기 위해 변동성이 더 큰 상품에 투자했다가 더 큰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수익과 은퇴 준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브라질 국채를 편입했다.

브라질 국채는 환율 변동이라는 투자 위험이 있지만 비과세 혜택과 연 10%라는 매력적인 금리를 가지고 있다.

매 순간 시장은 변하고 있다. 앞으로 자산시장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조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춰 살펴야 한다.


이영 미래에셋증권 강남구청지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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