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CEO 코칭] 실무 모르는 보스는 조직 장악도 낙제점
입력 2013-12-04 16:12:49
수정 2013-12-04 16:12:49
구성원과 겉돌며 외부 활동만 주력하는 영입 부사장
Q 우리 회사엔 2년여 전에 영입한 부사장이 있습니다. 학력과 경력이 뛰어나고 평판도 좋아 핵심 사업의 본부장을 맡겼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고 구성원들과 유리된 채 겉돌고 있습니다. 부사장은 정례 회의를 빼고는 부서장들과 대화가 거의 없습니다. 업무의 대부분을 위임해 놓고 자신은 외부 활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성과도 기대했던 수준을 밑돕니다. 상당히 기대하고 영입했던 터라 실망이 큽니다. 가끔 “내겐 권한이 없다”는 부사장의 이야기가 들려오지만 제가 특별히 권한 행사를 막거나 자율성을 훼손한 적이없습니다. 부사장을 내보내야 할까요. 아니면 솔직하게 제 생각을 이야기하고 다시 한 번 믿고 맡겨봐야 할까요. 부사장은 계속 일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A 보스가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조직 구성원들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도덕성을 비롯한 리더십에 문제가 생기면 부하 직원들은 귀를 막고 마음을 닫습니다. 아무리 보스의 말이 옳고 지시가 합리적이라도 해도 그를 따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먼저 그의 리더십에 어떤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는 귀하께서 직접 본부 직원들을 만나보는 게 좋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통해 듣는 것과 직접 듣는 것은 종종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두 번째 이유는 보스의 판단에 오류가 있는 것입니다. 가끔씩 외부에서 영입된 임원들 가운데 조직의 책임자가 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업무를 파악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임원들은 예외 없이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고 성과도 부진합니다. 조직 장악은 기본적으로 철저한 업무 파악이 선행돼야 가능한데 업무 파악이 안 돼 있으니 부하 직원들과 유리되는 것이죠. 기업에서 상사와 부하는 기본적으로 업무를 중심으로 만납니다. 화제의 중심도 업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업무를 모르면 업무 지시를 할 수 없습니다. 부하 직원도 보스에게 보고할 게 줄어듭니다. 보스와 부하 직원 간 대화가 사라질 수밖에 없죠. 이런 상황에서 보스가 고립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런 보스는 허수아비일 뿐입니다. 절대 조직을 이끌 수 없습니다. 조직 구성원들은 그를 존중하고 따르지 않습니다. 업무를 모르는 상사에게 보고가 무슨 소용이 있고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해서 무슨 해법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귀하도 부사장이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살펴보십시오.
여기서 말하는 업무는 ‘성과를 만들어 내는 핵심 요소’를 말합니다. 기술일 수도 있고 고객일 수도 있고 자금일 수도 있습니다. 조직 책임자는 성과의 핵심 요소를 파악해 이것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업무가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고 문제가 생기면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성공한 음식점 주인들이 주방 일에 능숙한 이유
퇴직한 직장인들의 많이 창업하는 음식점을 예로 들어봅시다. 음식점 문을 연 뒤 안착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특히 문제가 되는 게 음식점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주방장입니다. 주방장의 이직이 잦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음식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주인들은 대개 주방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주방장이 자리를 비우면 본인이 직접 주방을 맡습니다. 주방을 모르면 주방장에게 끌려 다닌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방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 주방장의 유고에 대비합니다. 이렇게 되면 주방장은 자연스럽게 주인의 지휘 안에 들어오게 됩니다.
조직도 마찬가지죠. 조직의 실질적 책임자는 직급이나 직책이 아니라 성과를 만들어 내는 핵심 요소를 누가, 얼마나 파악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무리 직급이 높아도 성과 핵심 요소를 통제할 수 없다면 부하에게 휘둘리게 됩니다. 조직의 실질적 지휘자는 핵심 요소를 장악하고 있는 부하 직원이지 상사가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사는 부하가 주는 정보를 취합해 보고하는 전달자 노릇을 할 뿐입니다.
그런데 보스는 왜 업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까요. 첫 번째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유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업무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없으면 웬만큼 노력해서는 쉽게 업무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면 아예 실무는 외면하고 외부 활동 같은 다른 것에 주력하는 보스도 생겨납니다. 행정부나 공기업에서 낙하산 인사가 비판 받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입니다. 업무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보스는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뿐 조직의 수장 역할을 제대로 하기가 어렵죠.
두 번째는 보스가 실무에 참여하기 싫어하는 것입니다. 가끔씩 “나는 결정만 하는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보스들이 있습니다. 이런 보스들은 자신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런 일은 부하 직원들이 하면 됩니다. 나는 부하 직원을 지원하고 갈등을 조정하고 대외적으로 조직을 대표하는 역할을 합니다.”
보스가 실무에 참여하면 부하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일하지 못해 업무 의욕을 잃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부하 직원들에게 실무를 맡겨 놓아야 하며 자신은 중요한 의사결정에만 참여한 뒤 조직을 대표하는 대외 활동에 주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보스들이 관심을 쏟는 것은 부하 직원들을 평가하는 일입니다. 업무를 잘하는 부하는 승진과 연봉 인상으로 보답하고 성과가 나쁜 직원은 책임을 물어 교체하는 것이죠.
일견 맞는 얘기처럼 보이지만 보스가 그런 정도의 역할만 해서 원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업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기대하려면 보스가 세세한 일까지 관여해야 합니다. 아무리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조직 구성원들의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보스 없인 존재할 수 없는 게 조직입니다. 특히 업무 완성도를 높이려면 보스가 현장을 세세히 들여다보면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꼼꼼하게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가끔 “우리 조직은 내가 없어도 잘 굴러간다”고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보스들이 있습니다. 조직 구성원들이 시스템에 따라 일하기 때문에 보스의 역할이 크지 않다는 겁니다. 그러나 보스 없이도 목표한 성과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목표가 너무 낮기 때문이지 결코 보스의 리더십이 뛰어난 게 아닙니다. 조직이 더 높은 성과를 만들 수 있는데도 낮은 수준의 성과에 만족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조직은 성장 발전이 어렵습니다. 유능한 직원들은 답답함을 느끼게 되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조직을 떠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이렇게 생각하??보스는 ‘구정물에 손 담그기 싫어하는’ 스타일이라고 단정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귀찮고 번거롭고 불편하기 때문에 위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실무에서 빠지는 것입니다.
물론 부하 직원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위임은 기본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하면서 취하는 행동입니다. 본인이 직접 하는 것보다 부하 직원들에게 맡기면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부하 직원들의 업무 수행 능력을 갖추고 있고 조직 안팎의 여건도 잘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또 위임한 뒤에도 자신이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이 있어야 합니다. 위임해 놓고 나서 할 일이 없는 보스는 다시 위임한 업무에 간여하게 됩니다. 분쟁이 일어나고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위임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권한은 위임이 가능하지만 책임은 위임할 수 없다는 겁니다. 보스가 부하 직원에게 어떤 업무에 대한 권한을 넘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종 책임은 여전히 보스의 몫입니다. 이것이 보스가 위임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참여를 환영합니다. 코칭을 받고 싶은 고민이 있으면 mannn@careercare.co.kr로 e메일을 보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