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잔혹사-삼성의 질주 언제까지] IMF 때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정면 돌파

휴대전화 집중 ‘경고등’… 새 생존 전략 찾아야

최근 한국 경제를 분석할 때 빼놓지 말고 따져봐야 하는 ‘통계의 오류’가 있다. 바로 ‘삼성전자 착시 효과’다. 사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아시아 경제를 따져볼 때 일본 혹은 중국을 따로 떼놓고 분석할 때가 많다. 이유는 이들 두 국가의 경제 규모가 다른 국가의 그것에 비해 너무 커 자칫 지표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와 관련한 여러 경제 지표에 써 있는 ‘일본 제외(ex japan)’, ‘중국 제외(ex China)’ 등이 바로 그런 의미다. 한국 경제도 마찬가지다. 상당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를 분석할 때 ‘삼성전자 제외’를 할 필요가 높아졌다고 말한다.

삼성전자가 올 들어 달성한 매출은 169조4160억 원, 영업이익은 28조4737억 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16.80%, 영업이익은 무려 40.88%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국내 매출 상위 10개 기업 중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 34.5%, 영업이익 63.1%에 달한다. 삼성전자 혼자 벌어들인 이익이 나머지 9개 기업을 앞서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올해 3분기 석 달 동안에만 매출 59조 원을 올렸고 영업이익 10조1000억 원을 벌어들였다.

이렇게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은 국내는 물론 세계서도 드물다. 미국의 경제 잡지 포천이 지난 7월 발표한 ‘글로벌 500’ 기업을 보면 지난해 분기 평균 10조 원이 넘는 이익을 올린 곳은 미국의 엑슨모빌과 애플, 가즈프롬, 중국 공상은행(ICBC) 등 4개에 불과하다.

이처럼 ‘세계적 규모’로 성장한 삼성전자 역시 ‘탄탄대로’를 걸어 온 것만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출범 당시만 해도 세계 유수의 전자 기업에 비해서는 물론 한국의 라이벌에 비해서도 초라한 규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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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세계적 기업’ 발돋움
지금의 삼성전자를 만든 ‘결정적 순간’은 몇 번이 있다. 만약 이 결정적 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삼성전자는 없을 것이다. 가장 먼저는 선대 이병철 삼성 회장이 진출한 반도체 사업이다. 1983년 삼성전자는 당시 미국과 일본만 보유하고 있던 64KD램 개발에 성공, 1984년 256KD램을 개발해 반도체를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토대로 1992년에는 D램 반도체 세계 점유율 1위에 등극했다. 만약 반도체가 없었다면 삼성전자는 그저 그런 ‘가전 회사’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또 한 번의 결정적 순간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선포한 ‘신경영’ 선언이다. 이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라고 외쳤다. 삼성전자의 오늘을 만든 ‘기업 철학’이 확립된 때이며 ‘질의 삼성전자’로 변모하는 순간이었다.

삼성전자를 분석하는 전문가들이나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오늘날 휴대전화-반도체-가전 등 ‘삼각편대’의 모습을 갖추게 된 시기를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으로 본다. 잘 알다시피 이 시기는 한국이 외환 위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때다.

기업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 기업의 주가를 보는 것이다. 1992년 6월 삼성전자의 주가는 1만3500원대였던 것이 1993년 6월 신경영 시작 당시 2만 원대를 넘어섰고 1995년 10월 삼성전자의 주가는 10만 원대를 달성했다. 신경영 선언 이후 빠른 성장으로 ‘축배’를 들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1997년 6월 이 회장은 삼성전자 최고경영진 20여 명으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는 강수를 뒀다. 당시의 삼성전자는 겉으로 보기에는 탄탄대로였지만 속으로 곪아 있었다. 재무구조가 거의 자본 잠식에 이를 정도로 악화된 상황이었다. 그 후부터 6개월간 삼성전자는 말 그대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인력 감축, 조직 축소, 비용 절감, 재고 채권의 감축, 한계 사업 매각이나 분사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동원했다. 그리고 1997년 12월 한국 경제는 ‘미증유의 위기’를 맞게 된다. 이후 불과 1~2년 만에 한국 경제를 이끌던 재계 순위 30위권 기업 중 절반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만약 삼성전자가 불과 6개월만 늦게 대응했다면 지금의 삼성전자는 결코 없었을 것이다.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모두가 쓰러질 때 버텨낸다면 살아남은 자는 쓰러진 자들의 과실을 독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체질까지 탄탄해진 상황이었다. 탄탄해진 체질은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바로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다.

아날로그 시대는 노키아나 모토로라, 소니나 파나소닉 등 유럽·미국·일본의 선진 전자 업체들이 주도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 일본 기업들이 주춤할 때 기존의 반도체와 함께 액정표시장치(LCD)·TV·휴대전화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이 시기에 삼성전자는 기존의 브라운관을 채용한 TV 생산을 줄이고 LCD 및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등 평면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디지털 TV의 생산을 크게 늘렸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는 이미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이라는 디지털 방식을 채용하고 있었다. 특히 2002년에는 CDMA보다 더 진화된 IMT-2000 방식의 휴대전화를 내놓았다. 또 2000년은 삼성전자 반도체의 기술력을 대변하는 ‘메모리 신성장론’, 이른바 황의 법칙(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론)이 나온 해다. 이후 삼성전자는 이를 7년 연속 입증했다.


삼성전자 제외 시 ‘제자리걸음’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은 예상보다 빨랐다.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던 소니를 ‘디지털’에 대한 과감한 투자 통해 불과 2002년에 기업 가치 측면에서 추월했다.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는 지금의 ‘메가 컴퍼니’ 삼성전자를 만든 일등 공신이 됐다. 1999년 기준 삼성전자의 세계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은 5%에 불과했다. 그러나 빠른 기술 개발과 과감한 마케팅 등을 통해 ‘스마트폰 혁명’이 터진 2010년까지 시장점유율을 15%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는 선제적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채용한 스마트폰을 통해 마침내 세계 휴대전화 시장 1위에 오른다. 또 이미 1990년대 초반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메모리 반도체는 꾸준히 1위를 지켜 갔으며 2006년에는 TV 시장에서도 1위에 올라서고야 말았다.



물론 삼성그룹 자체에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제자리걸음’했다는 평가가 많다. 즉 삼성전자가 흔들리면 삼성그룹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또 삼성전자는 현재 영업이익의 70%가 휴대전화에서 발생한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는 3~4년 새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을 두 배 가까이 늘렸다. 비결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선전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40%까지 치솟으면서 수요 둔화와 제품 판매의 단가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즉 지나친 스마트폰 의존도는 삼성전자, 나아가 삼성그룹에 그만큼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그룹, 특히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다수의 기업들이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만약 삼성전자마저 흔들리게 된다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재계 단체 관계자는 “다양한 업종과 그룹이 모두 성장해야 한다는 게 급한 과제”라며 “양극화가 더 심해지기 전에 재계 스스로도 다양한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자구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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