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3000만 원대 럭셔리 해치백,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A-클래스’

눈높이 낮춘 벤츠, 자존심은 그대로

“골프의 경쟁자가 아니다.” 지난 8월 콤팩트 해치백 세단 ‘더 뉴 A-클래스’ 출시 당시 폭스바겐 뉴 골프(7세대)가 비교 대상으로 떠오르자 메르세데스-벤츠가 항변한 말이다. 비슷한 사이즈, 해치백 스타일, 전륜구동, 디젤엔진, 겹치는 가격대 때문에 당연히 비교 대상으로 골프가 떠올랐지만 메르세데스-벤츠로서는 살짝 기분 나쁜 일일 수도 있다.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프리미엄 카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대중차는 콘셉트가 다르다는 뜻이다. 실제로도 브랜드 포지션이 다르고 배기량이 다르고 가격대가 ‘조금’ 다르다.


A 180 CDI mit Night Paket, S?dseeblau Metallic, innen: schwarz-weiss (W 176) 2012

럭셔리 세단의 감성은 그대로
실제 시승한 결과 두 차량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우선 A-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신 트렌드인 정형화되지 않은 굴곡의 미학을 보인다. 불쑥 튀어나온 라디에이터 그릴과 안쪽으로 휘어진 곡선의 헤드램프, 측면의 부메랑 형상의 캐릭터 라인이 메르세데스-벤츠라고 말하고 있다. 기능에 충실해 보이는 직선 위주의 골프와는 확실히 다르다.

실내는 확실히 차별화된다. 골프는 7세대에서 블랙 하이그로시를 적용해 연탄 공장 같은 실내 인테리어를 많이 개선했지만 여전히 비용을 최소화한 느낌이 난다. 그러나 시승한 A-클래스(A 200 CDI 나이트)의 아이보리색 대시보드와 시트는 ‘럭셔리’라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존심이 무엇인지 보여줄 정도로 근사하다.



국내 출시된 A-클래스는 모두 1800cc급 디젤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의 조합이다. 2000cc급 골프에 비해 치고 나가는 파워가 다소 떨어지지만 그 대신 놀랍도록 조용하다. 동일한 엔진의 B-클래스는 디젤엔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이들링(시동 후 정지 상태) 소음이 들리지 않았는데, 엔진룸이 작아진 때문인지 A-클래스는 그보다 조금 뒤지지만 거슬린다는 느낌은 없다.

종합하면 골프는 기능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그 외의 부분에 비용을 들이지 않았지만 A-클래스는 정숙성이나 시트의 질감 등 운전자의 감성적인 부분에 중점을 둔 것이 차이다.


A-Klasse (W 176) 2012

주행 모드는 ‘스포트·컴포트·에코’의 세 가지로 선택할 수 있는데, ‘스포트’와 ‘에코’의 차이는 확연하게 체감할 수 있다. 에코 모드에서 더디던 반응속도는 스포트 모드에서 예민해지면서 반응성이 극대화된다. 아쉬운 부분은 뒷좌석이 다소 좁아 패밀리카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가격은 ‘A 200 CDI’ 3490만 원, ‘A 200 CDI 스타일’ 3860만 원, ‘A 200 CDI 나이트’ 4350만 원이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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