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인물 업 앤드 다운] 세계 1위 조선사 회장 된 ‘재무·전략통’

부회장 건너뛰고 현대중공업 6번째 회장 자리 오른 이재성 사장


이재성(61) 현대중공업 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이 신임 회장은 2009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4년 만에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의 회장실은 2011년 말 전임 민계식 회장 퇴임 이후 2년 가까이 빈방으로 남아 있었다. 이 신임 회장 선임과 함께 ‘2년 만의 회장제 부활’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1973년 설립된 현대중공업은 필요할 때만 회장 직제를 두는 독특한 방식을 고수해 왔다. 40년이라는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을 거쳐 간 회장이 대주주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지분 10.15%)과 민 전 회장을 포함해 5명에 불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신임 회장이 부회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회장 타이틀을 단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민 전 회장만 해도 무려 6년간 부회장 기간을 거쳤다.

이 신임 회장은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출신의 재무•전략통이다.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장으로 있다가 1997년 현대선물 사장으로 영입됐다. 그 후 아산재단 사무총장을 거쳐 현대중공업 경영지원본부장(2004년)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이 신임 회장이 1975년 대학 졸업 직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인연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내부 출신’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신임 회장은 2004년부터 5년간 경영지원본부장과 기획실장을 맡아 인사•노무•원가•회계•구매•기획 등 경영 전반을 총괄했다. 이 기간은 극심한 환율 변동과 후판 등 원자재 값 급등으로 경영 환경이 요동쳤던 시기였다. 그는 당시 헤징을 통한 환 리스크 관리 강화와 원활한 원자재 수급 대책 마련, 안정적인 노사 관계 구축 등으로 현대중공업의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뒷받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9년 사장 취임 후에는 조선 등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신사업 추진에 주력했다.

현대중공업은 2002년 정몽준 의원이 대선 출마를 위해 고문에서 물러난 이후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 신임 회장은 단순한 전문 경영인 이상의 무게감을 갖는다는 평가다. 그는 대주주인 정 의원과 중앙고, 서울대 경제학과 동기로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범현대가인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의 큰딸을 며느리로 맞아 사돈의 연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이 신임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당장 적자 전환(3분기)한 실적을 끌어올리는 것이 발등의 불이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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