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CEO 코칭] 현명한 포기는 치욕이 아니라 용기

매몰비용 아까워 ‘조금만 더’를 외치는 경영자들

Taking a risk in the stock market

Q 우리 회사는 작년에 두 가지 신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애초에 큰 비전을 갖고 뛰어든 것은 아니고 다른 회사의 사업을 인수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못했고 이 때문인지 2년째인 올해도 적자가 심합니다. 둘 다 내년에도 적자가 예상되고 내후년이나 돼야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도 확신하긴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사업 지속을 두고 의견이 엇갈립니다. 지속하자는 쪽은 이미 투자한 비용이 상당한 데다 조금만 더 견디면 적자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접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내년에도 적자가 분명하고 내후년 적자 탈피도 가 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이니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기존 사업에 집중하자는 주장도 강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이야기를 들어보니 참 선택하기가 어렵겠습니다. 사업은 뭐니 뭐니 해도 이익이 나야 합니다. 그런데 사업을 시작해 이익을 내는 게 쉽지 않습니다. 적게라도 이익이 난다는 것은 생존 기반을 마련했다는 뜻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크고 작은 사업을 벌이지만 대부분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채 중단합니다. 그런 점에서 내후년에라도 적자를 탈피할 수만 있다면 그 사업은 1차 관문을 통과하는 셈이니 그 사업은 버려서는 안 됩니다.

문제는 내후년 적자 탈피가 예상일 뿐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우리 주변엔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치다가 심각한 상황에 처한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가끔 “조금만 더 투자하면 된다”는 사업 담당자들의 얘기만 듣고 자금을 계속 쏟아붓다가 낭패를 당한 얘기도 듣습니다.

경영자들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드는 공통 요인은 ‘매몰비용(sunk cost)’입니다. 매몰비용은 이미 매몰돼 버려 되돌릴 수 없는 비용, 다시 말해 의사결정과 실행한 이후에 발생하는 비용 가운데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뜻합니다. 이 매몰비용이 합리적 판단을 가로막습니다. 그동안 투입한 자금이나 노력, 시간이 아까워 전망 없는 사업을 포기하지 못한 채 계속 끌려가는 것입니다. 때로는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투자를 더 늘리기도 합니다.

경영학에서 매몰비용과 관련해 자주 인용되는 게 ‘콩코드 오류(Concord Fallacy)’입니다. 1962년 영국의 브리티시에어와 프랑스의 에어프랑스는 공동으로 초음속 여객기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7년 뒤 5조 원의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한 끝에 콩코드가 탄생했습니다. 파리와 뉴욕간 7시간 비행시간을 절반 이상 단축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1976년부터 상업 비행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연료 소모와 소음, 100석에 불과한 좌석 수로 항공료가 비싸지자 예상보다 이용자가 적었습니다. 경제성 없는 사업이 되고 만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오일 쇼크가 터지면서 여행객들은 속도보다 경제성을 중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두 항공사는 기존의 막대한 투자비와 여객수요 증가에 대한 막연한 희망으로 운항을 계속하다가 결국 만성 적자 끝에 2007년 운항을 중단하게 됩니다.

이렇게 이미 투입된 매몰비용을 자꾸 생각하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합니다. 투자한 시간과 비용이 아깝고 어렵게 만들어 놓은 것을 부수기 어려워 계속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겁니다. 과감하게 버리고 잊고 포기하고 철수하고 단절해야 하는데 연연해하는 동안 쓸데없는 비용을 지출하면서 조직이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귀하의 회사도 문제의 사업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합니다. 이미 투입된 비용이나 시간, 노력 등을 생각하지 말고 현 상황에서 이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따져 보십시오. 단기적으로 적자를 벗어나는 것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때 중요한 판단 기준 중 하나가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입니다. 신규 사업과 관련해 이론적으로는 물론이고 경험적으로 검증된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 중 하나는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입니다. 사업을 새로 시작해 안착하기까지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신규 사업이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있으면 이들 위험의 상당 부분을 피할 수 있습니다.

사업적 연관성은 새 사업이 기존 사업의 기반 위에 성장할 뿐만 아니라 성장할수록 기존 사업에 보탬이 되는 것을 뜻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력?기술?자본?시장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이 브랜드입니다. 신규 사업과 기존 사업이 브랜드를 공유할 수 있다면 둘은 사업적 연관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집중이란 아깝지만 포기하는 것
사업의 성공과 관련해 특히 중요한 것은 사업 책임자가 그 사업에 대한 안목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사업 책임자가 그 사업을 알지 못하면 적임자로 조직을 구성하는 게 어려워집니다. 사업의 성패는 인력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사업 내용도 모르는 책임자가 제대로 된 인력을 뽑기 어렵고 어찌어찌 좋은 인력을 채용했다고 해도 이들을 지휘하는 게 불가능해집니다. 따라서 신규 사업을 시작할 때 자금?기술?시장 못지않게 믿을 수 있는 사업 책임자가 있느냐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신뢰할만한 책임자를 구하지 못했다면 사업 착수를 미루는 게 좋습니다.

신규 사업과 관련해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선택과 집중입니다. 될성부른 사업을 선택해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제대로 현장에서 적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우리는 종종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사업을 여러 개 거느리고 있는 기업들을 접합니다. 경영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각 사업은 나름대로 진출한 이유가 있습니다. 문제는 비슷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업 단위들이 많다 보니 조직의 역량이 집중되지 못한다는 겁니다. 선택과 집중은 말뿐 실제로는 선택도 집중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선택은 하되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선택을 하면 나머지는 포기해야 집중이 이뤄집니다. 그런데 많은 경영자들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아니 못한다고 보는 게 맞겠지요. 앞서 언급한 매몰비용 때문에, 또 조금만 더 투입하고 조금만 더 견디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자신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워 포기하지 못합니다.귀하의 회사에선 지금 내년 사업 계획을 작성하고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업에 어느 정도의 조직 역량을 투입할지를 두고 고민이 많겠지요. 자금과 인력이 필요한 곳은 많지만 재원은 한계가 있으니 답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해법은 단 한 가지뿐입니다. 포기하는 것. 아깝지만 포기하십시오. 그래야 될성부른 사업에 조직 역량을 집중할 수 있고 그 사업을 거목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목재 값을 따지면 자잘한 나무 수십 그루보다 제대로 성장한 아름드리나무 한 그루가 훨씬 비쌀 겁니다.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애플을 세계적 기업으로 일군 스티브 잡스는 1997년 애플의 세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집중이란 집중할 것에 예스(yes)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집중은 전혀 그런 게 아니다. 다른 좋은 아이디어 수백 개에 노(no)라고 말하는 게 집중이다. 실제로 내가 이룬 것만큼이나 하지 않은 것도 자랑스럽다. 혁신이란 1000가지를 퇴짜 놓는 것이다.”

경영 실패는 포기하지 못하고 다 끌어안으려는 과정에서 잉태할 때가 많습니다. 현실에서 꿩 먹고 알 먹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한 쪽만 좋고, 한 쪽만 먹어야 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사업가들은 쉽게 포기하지 못합니다. 포기를 치욕적인 행위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을 위해서라면 나머지는 포기하는 게 사업가의 미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참여를 환영합니다. 코칭을 받고 싶은 고민이 있으면 mannn@careercare.co.kr로 e메일을 보내 주세요.

커리어케어 회장·‘보스가 된다는 것’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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