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인물 업 앤드 다운] 선장 잃은 한진해운… 내외 압박에 ‘사의’

최은영 회장 곁 떠난 김영민 사장, 대대적인 구조조정 신호탄 되나

비즈인사이트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 /김병언 기자 misaeon@ 20110302..

한진해운이 자금난에 빠지면서 전방위 퇴진 압력을 받아 온 김영민(58) 사장이 결국 사임했다. 김 사장은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혀 온 인물로, 그의 퇴임을 둘러싸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기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노스이스턴대에서 MBA 학위를 받은 김 사장은 미국 유학 시절 최 회장의 남편인 고(故) 조수호 회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대우 수출팀을 거쳐 20여 년 동안 씨티은행에서 경력을 쌓은 뱅커 출신이다. 선박금융 업무를 하면서 한진해운과 관계을 맺기 시작했고 2001년 미국 롱비치의 한진해운 미국 터미널 운영 자회사 TTI 사장을 맡아 해운 업계에 입성했다.

김 사장은 TTI를 미국 서안 지역의 대표적인 터미널 운영 회사로 성장시켰다. 이를 발판으로 2004년 한진해운 부사장으로 영입됐으며 같은 해 10월 총괄부사장에 올랐다. 2006년 조수호 회장 타계를 전후해 외국계 자본이 지분 매입에 나서자 대한해운, 일본 가와사키 키센과 주식 교환을 성사시켜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009년 한진해운 사장으로 승진해 한진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를 추진하는 최 회장을 보좌해 왔다.


한진해운에 주식 192만 주를 담보로 1500억 원을 지원해 준 대한항공은 현재 한진해운을 상대로 강도 높은 실사를 진행 중이다.


김 사장은 11월 11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경영 실적 부진과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 지체 등의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위기 탈출에 실패한 한진해운이 그동안 계열 분리를 추진해 온 한진그룹의 핵심 계열사 대한항공으로부터 1500억 원을 긴급 수혈받기로 한 직후라는 점에서 한진그룹 측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진해운 주식 192만 주를 담보로 1500억 원을 지원해 준 대한항공은 현재 한진해운을 상대로 강도 높은 실사를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 재무담당 직원 10여 명이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에 상주하며 한진해운의 기업 가치 유지 및 성장 가능성, 상환 능력 등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실사 자체가 김 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을 겨냥한 조치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1500억 원의 자금 지원에 대한 경영진의 배임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실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진해운이 은행권으로부터 추가 자금 지원을 받게 되면 연대책임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최측근인 김 사장의 사임으로 최 회장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는 평가다. 대규모 인력 감축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예상된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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