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인물 업 앤드 다운] 삼성·LG와 어깨 나란히 한 ‘작은거인’

빌 게이츠가 주목한 모뉴엘 원덕연 창업자… CES 혁신상 5개 부문 수상


올해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혁신상을 한국 기업들이 휩쓸었다. 삼성전자가 TV와 홈시어터·태블릿·모니터 등 24개 부문에서, LG전자가 TV·스마트폰·오븐 등 15개 부문에서 혁신상에 선정됐다. 하지만 올해 주인공은 매출 규모가 삼성전자의 200분의 1에 불과한 중소 정보기술(IT) 가전 업체 모뉴엘이다. 이 업체는 로봇 청소기 등 5개 분야에서 상을 받으며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모뉴엘은 2011년 롯데마트가 내놓은 ‘반값 TV’의 주역으로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매출 9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출 기업이다. 모뉴엘의 주력은 반값 TV 같은 중저가 제품이 아니라 ‘홈시터어 PC’라는 프리미엄 제품이다. 오디오·비디오 등 미디어를 좀 더 편리하게 감상할 수 있게 특화된 제품이다. 2004년 모뉴엘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홈시어터 PC는 특히 해외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2007년 빌 게이츠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홈 엔터테인먼트 PC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며 “모뉴엘 같은 회사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년 전 진출한 로봇 청소기도 회사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올해 CES 혁신상의 주인공은 매출 규모가 삼성전자의 200분의 1에 불과한 중소 정보기술(IT) 가전 업체 모뉴엘이다.


모뉴엘의 경쟁력은 아이디어와 디자인에서 나온다. 그 기반은 전체 임직원의 60%를 차지하는 연구·개발 인력이다. 연간 300여 건의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중 15건 정도가 실제 제품 개발로 이어진다. 제품 개발과 상품 기획을 이끄는 것은 창업자인 원덕연(43) 최고기술책임자(CTO)다.

그는 홍익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 출신이다. 내성적 성격으로 언론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은둔의 경영자로 유명하다. 원 CTO는 대량생산 체제로 공급되는 기존 제품들에 소비자 맞춤형 가치를 더한다. 터치스크린으로 메뉴 주문부터 결제까지 가능한 테이블 PC나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는 공기청정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모뉴엘은 원 CTO와 박홍석 사장의 ‘투톱’ 체제로 운영된다. 삼성전자 출신인 박 사장은 해외 영업과 마케팅을 전담한다. 그는 삼성전자 미국 지사에서 6년 연속 판매왕에 오를 정도로 유명한 ‘영업맨’이었다.

모뉴엘은 내년 초 본사를 제주도로 옮길 예정이다. 제주도 첨단기술단지에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사옥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원 CTO는 제주도를 수출 전초기지로 삼아 해외 영업망을 공격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