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낡아도 ‘강남 아파트’ 사야 하는 이유

주택 고를 때 명심해야 할 제1원칙은 ‘입지 우선’

최근에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미분양 시장을 포함한 분양 시장의 청약 열기가 뜨겁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비해 기존 매매 시장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상대적으로 침체돼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첫 번째 원인은 양도세 세제 혜택에 있다. ‘4•1조치’에 따라 연말까지 계약한 물량에 대해 5년간 시세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5년 이후에도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과거 나왔던 조치에 비해 획기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조치에 힘입어 미분양 물량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최근 들어 새로 분양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미분양 소진 추세도 주춤하고 있지만 6개월 전에 비해 4500채 이상이 팔려 나간 것이다. 물론 양도세 감면 혜택은 기존 주택에도 일부 해당한다. 2년 이상 보유한 1가구 1주택자의 주택을 연말까지 계약하면 5년간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조항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분양 시장이 활기를 찾고 있는 더 큰 원인은 세제 혜택에 대한 오해보다 집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내 집을 마련하는 사람일수록 자동차를 사듯이 고르는 경향이 있다. 이러니 중고 자동차보다 새 차를 선호하듯이 낡은 주택보다 당연히 새 주택을 점점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일까. 새 자동차를 사서 처음 탈 때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겠지만 세월이 흐르면 그 좋던 자동차도 낡아가게 마련이다. 이렇듯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가치가 줄어드는 것을 회계 용어로는 감가상각이라고 한다. 자동차와 같은 기계류는 5년 감가상각을 적용한다. 5000만 원짜리 고급 승용차를 산다면 1년 후에는 4000만 원, 2년 후에는 3000만 원, 이런 식으로 가치가 줄어들어 5년 후에는 자산 가치가 0원이 된다.



새 주택 건물 가치는 갈수록 하락
그럼 주택에는 감가상각이 적용되지 않을까. 당연히 적용된다. 하지만 자동차와 같이 금방 낡아지는 것이 아니어서 40년 감가상각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4억 원짜리 건물이 있다면 매년 가치가 1000만 원씩 떨어진다는 의미다.

그런데 주택도 자동차와 같이 감가상각이 적용된다고 하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가치가 떨어져야 하는데, 그동안 집값이 오른 것은 비정상으로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돈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통화량(M2)은 연평균 8.1%씩 증가해 왔다. 그만큼 돈의 가치가 떨어져 온 것이다. 5년 감가상각을 하는 자동차는 한 해 20%씩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돈의 가치 하락보다 감가상각 속도가 빠르지만 40년 감가상각을 하는 주택은 한 해 2.5%씩밖에 감가상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속도보다 건물의 가치가 떨어지는 속도가 느리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집값이 오른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주택의 가치가 건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지에도 있기 때문이다. 대지는 시간이 흘러도 낡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회계법상으로도 감가상각을 적용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주택에서 감가상각이 적용되는 것은 대지가 아닌 건물에 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체 주택에서 대지 가치보다 건물 가치의 비중이 클수록 감가상각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보자. 5억 원짜리 A라는 신축 주택의 건물 가치가 4억 원이고 대지 가치가 1억 원이라고 가정하자. 이 주택은 10년이 흐르면 감가상각이 적용돼 건물의 가치는 4분의 1이 줄어들어 3억 원이 된다. 그 대신 대지 가치는 그대로 1억 원이기 때문에 이 주택의 실질 가치는 4억 원이 된다(=건물분 3억 원+대지분 1억 원). 돈의 가치 하락분을 감안한 명목 가치는 10억 원 정도 될 것이다.

이번에는 5억 원짜리 B주택의 건물 가치가 1억 원이고 대지 가치가 4억 원이라고 가정하자. 이 주택은 10년이 흐르면 감가상각이 적용돼 건물의 가치는 4분의 1이 줄어들어 2500만 원이 된다. 그 대신 대지 가치는 그대로 4억 원이기 때문에 이 주택의 실질 가치는 4억2500만 원이 된다(=건물분 2500만 원+대지분 4억 원). 처음에는 A주택이나 B주택이나 같은 5억 원이었지만 감가상각이 적용된 후에는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결국 건물 가치보다 대지 가치가 높은 주택이 장기적으로는 상승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새 주택이 낡은 주택보다 건물 가치가 높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면 대지 가치는 어떤 주택이 높을까. 그것은 바로 입지다. 흔히 교통•교육•환경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좋은 입지를 구성하는 요소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건물 가치도 높고 대지 가치도 높은 것이다. 다시 말해 입지가 좋은 곳의 새 주택이 살기에도 좋고 투자 가치도 좋다고 할 수 있다.


개포주공 2단지 전경. /허문찬기자 sweat@ 20120426

최근 서울 대치동의 분양가가 10억 원이 넘는 한 아파트 청약에 129구 분양에 3282명이나 청약하면서 1순위에서 마감됐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됐던 위례 신도시의 경쟁률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입지가 뛰어난 곳에 새 아파트가 분양되는 만큼 많은 실수요자들의 주목을 받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땅값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입지’
그러나 이런 곳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한정된 예산으로 집을 사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지가 떨어지는 곳의 새 아파트와 입지가 좋은 곳의 낡은 아파트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그러면 두 곳 중 어느 것이 투자 가치가 있을까. 예전에는 후자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현재는 전자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동차처럼 당장의 편리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도권에 있다. 수도권에 1기 신도시와 2기 신도시가 길 하나 사이로 붙어 있는 지역이 있다. 1기 신도시에 있는 지은 지 20년이 된 낡은 A단지와 2기 신도시에 있는 입주한 지 4년밖에 안 된 새 아파트 B단지를 비교해 보자. 두 단지는 직선거리로 8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만큼 교통이나 환경은 거의 비슷하다. 다른 점은 학군과 아파트의 연한이다. A단지 옆에는 학업 성취도 평가 기준으로 전국 3200개 중학교 중 상위 1% 안에 드는 중학교가 있다.

반면 B단지 옆에는 전국에서 중간 정도(1547등) 하는 중학교가 있다. 학력 차가 어마어마한 것이다. 결국 학군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낡았지만 A단지를 선택해야 하고 새 아파트에 살고 싶으면 학군은 포기하더라도 B단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면 시세는 어떨까.

KB국민은행의 시세에 따르면 낡은 A단지의 106㎡(32평형) 아파트의 매매가는 5억2000만 원인데 비해 B단지는 99㎡(30평형)의 매매가는 6억2000만 원이다. 사람들이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추세가 시세에 그대로 담겨 있다. 하지만 5년 후 B 아파트가 낡아지기 시작해도 과연 이런 가격 차가 유지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다.

현재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새 아파트라는 것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장점을 잃어 갈 것이지만 입지는 좋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B아파트의 학군이 나쁜 이유는 분명히 있으며 그것은 세월이 흘러도 바뀔 가능성이 작다. 반면 A아파트는 지금이나 5년 후나 낡은 아파트라는 사실은 같지만 입지의 장점은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새 아파트가 좋을까, 낡은 아파트가 좋을까. 비슷한 입지라면 물을 것도 없이 새 아파트가 좋을 것이다. 하지만 입지가 떨어지는 새 아파트와 입지가 좋은 지역의 낡은 아파트 중에 고르라면 후자가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이다. 눈에 보이는 새 아파트는 감가상각으로 가치가 떨어지지만 입지는 감가상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고르는 기준이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라는 말이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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