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빛 좋은 개살구’ 미국 고용 시장의 진실

리먼 사태 이후 급증한 실업자가 2009년 말부터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경제활동참가율은 62.8%로 3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구직 활동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 기관들이 2014년 경제를 전망하고 있다. 압축해 보면 내년 세계경제의 핵심 변수는 미국이라고 할 수 있다. 2014년 미국이 살아나느냐, 살아나지 못하느냐가 아니라 살아나 줘야 하는 상황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미국의 경기를 판단하려면 꼭 봐야 할 두 가지 지표가 있다. 하나는 주택, 또 하나는 고용 관련 지표다. 양적 완화(QE, Quantitative Easing)3 시행과 종료의 조건이 주택 및 고용 시장의 회복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택 및 고용 시장이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올해 상반기가 끝나갈 무렵부터 QE3 종료 가능성에 대해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그 논란은 현시점에도 지속되고 있으니 미국의 고용 상황이 과연 어디까지 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2009년 10월, ‘10%’라는 두 자릿수의 실업률을 기록한 이후 점진적으로 하락해 최근 10월에는 7.3%를 기록했으며 실업자도 줄어들고 있다 실업보험청구자 수는 리먼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한 가운데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도 39개월 연속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실업률은 떨어지고 있고 고용자 수도 증가하고 있으니 미국의 고용 상황은 완연하게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업률’을 산출하는 과정에는 놓치기 쉬운 함정이 있다. 실업자 수가 줄어들면 당연히 실업률이 하락하지만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도 실업률은 하락한다. 다시 말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가 늘어나면 실업률이 하락한다는 말이다. 미국 고용 시장의 보이지 않는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리먼 사태 이후 급증한 실업자가 2009년 말부터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경제활동참가율은 62.8%로 3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의 고용 상황이 보기와 달리 희망 없는 구직 활동에 지쳐 구직 활동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가 다시 일자리를 구하는 데까지 걸리는 평균 실업 기간은 약 36주, 즉 한 번 실직하면 9개월을 실직자로 살아야 한다. 실업의 장기화가 고착화되며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게 현재 미국의 실상인 것이다.

고용 측면을 살펴보면 2009년 말을 기점으로 고용이 분명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기업들은 여전히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신규 고용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고용의 또 다른 문제는 리먼 사태 이후 급증한 임시직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특히 리먼 사태 당시 문제의 건설업이 양산한 어마어마한 수의 실업자들은 여전히 돌아갈 곳이 부족하고 자동예산삭감(시퀘스터) 및 연방 정부 폐쇄 등으로 크게 악화된 정부 부문의 고용이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의 고용 시장은 지표상 분명 개선되고 있지만 실상은 겉보기와 이렇게 다르다.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다수의 연구 기관들이 내놓은 2014년 미국의 장밋빛 전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질적인 측면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이민재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금융팀 선임연구원
1977년생.
2002년 고려대 졸업.
2005년 고려대 경제학 석사.
2007년 IBK경제연구소 경제분석팀•중소 기업금융팀 선임연구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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