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신송홀딩스에 2조5000억 원 몰린 까닭

여의도 부동산 부자… 전분·글로텐 독점 신송산업도 ‘알짜’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통해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향상시키고 지배 구조를 개선해 사업 간 시너지를 확대할 것이다. 글루텐·소맥전분 등 제과·제빵·가공식품에 사용되는 원재료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 해외 진출 확대를 통한 성장을 지속해 나가겠다.”



최근 성공적으로 기업공개(IPO)를 마친 식품 전문 업체 신송홀딩스의 조승현(43) 사장이 내놓은 일성이다. 창업주인 조갑주(74) 회장의 장남인 조 사장의 자신감은 지난 11월 11~12일 진행된 공모주 청약 성적이 뒷받침된다. 이틀 만에 청약금 기준으로 2조5000억 원(청약 증거금 기준 1조2648억 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70만9732주 모집에 3억8917만여 주의 청약이 성사됐다. 시장 반응도 좋았다. 당초 희망했던 공모 예정가(5200~6000원)를 넘어 6500원으로 확정되며 신송홀딩스는 11월 21일 코스피에 상장된다.

이번 상장은 신송홀딩스의 ‘쉽고 빠른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이뤄졌다. 설비투자를 유치하고 해외 수출 물량의 생산성을 확대할 계획이다. 식품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장 입지를 더욱 강화하려는 것이 주된 목표다.

조 사장은 “현재 생산 시설은 다른 경쟁 업체와 비교할 때 생산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이번에 확보하는 공모 자금과 회사 자체 자금을 대대적으로 투자해 물류센터를 신축하고 자동 생산 라인을 확보하는 등 생산성 향상과 신제품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신송홀딩스는 이번 공모 자금 일부에 사측의 자체 자금 약 268억 원을 보태 총 455억 원 규모의 설비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기업공개 일선에 나선 조 사장은 대우 식품사업부에서 경험을 쌓은 뒤 2011년 신송식품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해외 곡물 사업 확대 청사진
신송홀딩스는 올 하반기 현대로템과 함께 대어급으로 꼽히던 공모주였다. 여타 지주사들이 회사 상장 후 분할 또는 합병하는 것과 달리 신송홀딩스는 지주사가 직상장하는 첫 번째 사례여서 관심을 끌었다. 한국거래소에서 여러 차례 상장 자문을 하며 공을 들였을 정도로 ‘알짜 회사’라는 평가를 받으며 몸값이 더욱 높아졌다. 여의도 ‘부동산 부자’라는 사실도 투자 유치에 한몫했다. 지난해 부동산 임대 매출은 120억 원, 신송홀딩스가 가진 빌딩들의 가치는 1030억 원을 육박한다.

1970년 설립된 신송홀딩스는 간장과 된장 등을 만드는 ‘신송식품(조승현 대표)’, 글루텐과 소맥 전분 등을 만드는 ‘신송산업(조규식 대표)’, 외식 프랜차이즈 ‘오코코(조규식 대표)’를 100% 자회사로 보유한 지주회사다. 홍콩에 법인을 둔 Singsong(HK, 조승현 대표) 역시 신송홀딩스의 자회사로, 해외 곡물 수입 사업을 맡고 있다. 신송홀딩스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1149억 원, 영업이익은 51억 원, 당기순이익은 50억 원에 이른다. 작년에는 매출액 1660억 원, 영업이익 122억 원, 당기순이익 94억 원이었다.



신송홀딩스의 진짜 알짜배기는 1982년 설립된 신송산업이다. 물론 ‘저염장류’ 등 신송을 알린 신송식품도 탄탄하지만 사실 이들 제품의 국내 시장점유율을 보면 5% 미만이다. 2011년에는 CJ제일제당이 23.8%, 대상이 17.40%, 샘표식품이 10.8%, 신송식품이 4.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신송산업은 국내 식품 업계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던 각종 식품의 원료인 전분(소맥 전분, 타피오카 전분)과 글루텐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조·판매하고 있다. 반죽한 밀가루를 끈기 있게 하는 성분인 글루텐은 일본 굴지의 식품 업계에 50% 이상을 수출한다. 나머지 물량은 CJ 계열사를 비롯한 국내 식품 업체에 공급된다.

신송홀딩스의 히든카드는 해외 곡물 수입 업체인 Singsong이다. 신송에 필요한 곡물을 해외시장에서 공급하는 것은 물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 등에도 곡물을 공급한다.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어촌공사의 지원금을 받아 운영하는 ‘해외농업 개발 사업’이 배경이다. 신송홀딩스 관계자는 “해외 곡물 사업이 신송홀딩스 올해 매출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영업이익이 크지는 않지만 경영진도 기대를 걸고 있는 사업”이라고 했다.

그러나 효자 노릇을 하는 곡물·소재 산업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곡물 원자재는 특히 가격 변동에 굉장히 민감해 어떤 위험 요소가 있을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신송산업의 주력 식품인 글루텐도 논란거리다. 글루텐은 밀·보리 등에 함유된 불용성 단백질로, 반죽한 밀가루를 끈기 있게 하는 성분이다. 그런데 이 글루텐이 최근 신경계·면역계·관절·치아 등에 악영향을 미치고 설사나 복통 등 소화 장애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세계적으로 ‘글루텐 프리’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국내 식품 업체들 역시 글루텐을 넣지 않거나 극소량만 넣은 식품을 출시하고 있다. 오리온·아워홈을 비롯해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에서는 ‘글루텐 프리’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종렬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생물소재공학과 연구원은 “친환경 시장과 함께 글루텐 비함유 식품 시장이 넓어지고 있다”며 “많은 식품 업체들이 글루텐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로 다양한 식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유일한 글루텐 제조업체인 신송산업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신송산업은 하루 30여 톤의 글루텐을 생산하는데, 이 중 50% 정도는 일본 글리코에, 나머지는 국내 업체에 공급한다.

이에 신송홀딩스 관계자는 “회사에 타격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타 업체가 글루텐 프리 제품을 내놓는 것은 일부 마케팅 포인트일 뿐이며 신송홀딩스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30년이 되면 도약과 추락이라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는 게 통설이다. 창립 40년을 훌쩍 넘긴 신송홀딩스의 이번 도전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일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돋보기 | 창업주 조갑주 신송홀딩스 회장은

창업주인 조갑주 신송홀딩스 회장의 면면이 화려하다. 정·관·재계에 두루 포진돼 있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에 PK(부산·경남) 지역 국회의원에도 출마했던 인물이다.

그는 1939년 2월 경남 삼천포에서 태어났다. 삼천포중·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 1963년 졸업했다. 이후 1977년 한일합섬 무역부장, 1982년 동부산업 상무이사로 지내다 1982년 신송산업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1983년에는 신송식품의 대표이사를 맡으며 두 회사를 운영해 오고 있다. 정계에 뜻을 품었던 조 회장은 1996년 14대 총선에 무소속 국회의원으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득표율이 39.95%로 유력 당선 후보였으나 5000표 정도의 차이로 밀려나고 말았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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