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_미국] 주식시장으로 돌아온 개인 투자자들

대세 상승 관망하다 본격 가세… ‘증시 과열 전주곡’ 우려도

‘아기를 업은 아줌마가 증권사 객장을 찾는다.’ ‘주식형 펀드로 개인의 쌈짓돈이 몰려온다.’ ‘회식 자리에서 주식 투자가 화두가 된다.’

지난 수십 년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체험적으로 증시 과열을 알려주는 ‘지표’들이다. 요즘 미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 자금이 빠른 속도로 주식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시카고의 한 중소기업에서 영업직으로 일하는 마이크 밴턴(43) 씨는 글로벌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투자 자문사에 채권과 현금으로만 투자 포트폴리오를 채워 달라고 요구했었다. 그런 그가 최근 투자 자문사에 전화해 “주식 비중을 높여 달라”고 요청했다.


<YONHAP PHOTO-0482> Traders react by the end of trade at the New York Stock Exchange in New York, March 5, 2013. The Dow Jones industrial average surged to a record high at the opening bell, surpassing a key level in its recovery from the 2008 financial meltdown. The Dow Jones closed at 14253.77 points topping the previous record high of 14,164 achieved on October 9, 2007.AFP PHOTO/EMMANUEL DUNAND../2013-03-06 07:04:54/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글로벌 금융 위기가 끝난 지 5년 만에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본격 증시로 회귀하고 있다. 미 증시는 지난해 4년 연속 상승했다. 다우지수는 4년간 연평균 10.7% 상승했다. 올 들어서도 연방 정부 예산자동삭감(시퀘스터), 연방 정부 셧다운(일부 폐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미 26% 올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009년 3월 바닥권에서 160% 상승했다. 1990년대 증시 호황 이후 나타난 첫 대세 상승장인 셈이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대부분이 대세 상승의 초기 단계를 그냥 바라만 보고 있었다. 금융 위기로 촉발된 폭락 장의 트라우마가 아직 치유되지 않은 탓이었다. S&P500 지수는 2008년 한 해 동안 37% 하락했다.

‘무주식이 상팔자’라며 개인들이 증시에 손을 놓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에 베팅하면서 4년 이상의 대세 상승을 이끌어 왔다. 올 들어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증시가 계속 오르자 그동안 관망하던 개인들도 “더 이상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증시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트위터가 상장 첫날 70% 이상 급등한 것도 개인 자금이 몰린 덕분이었다.

펀드 전문 조사 회사인 리퍼에 따르면 개인들이 주로 활용하는 주식형 뮤추얼 펀드에 올 들어 현재까지 760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7년 동안 뮤추얼 펀드에서 4510억 달러가 빠져나간 것을 고려하면 추세가 완전히 바뀐 셈이다. 수년간 지속된 중앙은행(Fed)의 제로 금리(0~0.25%) 정책으로 저축예금 금리와 채권 수익률이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개인들의 자금 이동을 촉발하고 있다. 은행에 예금을 맡겨봤자 연간 1% 안팎의 금리가 고작이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도 2.75% 수준이다.

하지만 ‘개미의 귀환’은 증시 과열과 약세장의 전주곡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개인들이 또다시 혹독한 수업료를 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1월 14일 미 의회에서 열린 재닛 옐런 차기 Fed 의장 지명자의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도 주가 과열 논란이 제기됐다. ‘Fed의 양적 완화(채권 매입 프로그램)와 관련해 주식시장의 버블 우려가 없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옐런 지명자는 “여러 가지 밸류에이션 측정 수단으로 봤을 때, 특히 ‘주식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보면 주가는 과열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