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CEO 코칭] 임원 인사에서 충성심을 가장 먼저 보는 이유

성과 부족해도 위기 때 제 역할…‘착한 상사’도 부담

Q 회사가 연말 임원 인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번에도 어떤 사람을 승진시켜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결정할 때마다 제가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후보자의 대부분이 한두 가지씩 미흡한 점을 갖고 있어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습니다. 이 사람은 지식과 경험은 많은데 추진력이 부족하고 어떤 사람은 성과는 잘 내는데 충성심이 약하고 저 사람은 열심히 하는데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 같고…. 늘 이랬습니다. 이번에도 성과를 잘 내지만 충성심이 약한 사람과 충성심은 강하지만 성과는 조금 미흡한 후보를 놓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떤 직원을 임원으로 승진시켜야 할까요. 참고로 우리 회사는 직원이 1000명 정도 되는 식품 회사입니다.


A 임원 평가 기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과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성과는 단순히 매출이나 영업이익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마케팅은 시장조사나 상품 기획, 인사는 우수한 인재 발굴, 연구?개발(R&D)은 신기술 개발 등 각자 자신에게 주어지고 달성해야 할 과제를 일컫는 말입니다. 임원이 되면 대개 어떤 조직의 책임자가 됩니다. 그런데 모든 조직엔 그 조직이 만들어 내야 할 성과가 있습니다. 보스인 임원에겐 그 성과를 관리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책임은 아무에게도 미룰 수 없습니다. 따라서 어떤 간부를 임원으로 승진시키려 할 땐 그가 조직의 성과 관리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지, 부여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조직이 성과를 창출하려면 보스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합니다. 임원이면 적어도 몇 십 명, 많게는 몇 백 명을 지휘하게 됩니다. 당연히 그가 책임져야 할 성과의 크기도 커집니다. 글로벌 기업에선 일반적으로 직급이 한 단계 오르면 그에게 요구되는 성과는 3~4배 커집니다.

이렇게 많은 성과를 만들어 내려면 조직 구성원들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래야 원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차장이나 부장 때처럼 혼자, 혹은 몇몇 직원들만 열심히 해서는 부여된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게 불가능합니다. 이때 중요한 게 자발성입니다. 직급이나 직책으로 직원들이 참여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강압적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참여로는 원하는 수준의 결과에 도달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임원들은 조직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면서 자발적 동참을 호소하곤 합니다. 헌신하고 희생하고 솔선수범하는 것도 모두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입니다.



철학이 다른 임원과는 같이 갈 수 없어
글로벌 기업들이 개인적 성과가 아니라 리더십을 직원의 승진 기준으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과장은 과장의 성과에 필요한 리더십이 있고 부장은 부장의 성과에 적합한 리더십을 소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승진은 조직을 이끄는 데 필요한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만약 개인적으로 성과를 많이 낸 직원이 있다면 그에겐 성과 크기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게 좋습니다. 개인적 성과만으로 그가 조직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리더십을 갖췄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입니다. 우리는 종종 성과만 보고 어떤 직원을 승진시켜 중요한 자리에 배치했다가 자신과 조직 모두가 망가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성과를 만들어 내는 리더십은 마냥 지켜보고 격려하고 받아주기만 하는 게 아닙니다. 적지 않은 임원들이 성과를 관리하지 않고 부하 직원을 관리하려고 합니다. 모든 직원들과 일대일 관계를 맺으면서 ‘착한 상사’로 남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모든 직원들로부터 존경 받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모든 직원들의 희망을 다 수용할 수는 없으니까요. 성과를 위해서는 때론 직원들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냉정하게 그들의 요청을 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착한 상사 콤플렉스’가 심한 임원들은 특히 악역 맡기를 싫어합니다. 임원이 악역을 맡지 않으면 그 역할은 고스란히 최고경영자의 몫이 되고 맙니다. 성과 관리 책임도 최고경영자가 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임원들은 무늬만 임원일 뿐 여전히 실무자입니다. 착한 경영자, 착한 임원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런 임원들은 앞서 말한 대로 성과보다 관계에 더 높은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에 조직의 성과 관리 책임자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임원 선임과 관련해 살펴봐야 할 또 다른 점은 회사의 가치와 철학을 존중하느냐 하는 점입니다. 성과가 중요하다고 해서 모든 것을 성과로만 따져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성과라는 게 똑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성과는 두 가지 기준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계획해서 이룬 성과와 우연히 발생한 성과 그리고 반복되고 지속되는 성과와 일시적이고 일회적인 성과로 대별됩니다. 만약 어떤 성과가 우연히 발생한 일시적인 것이라면 그 크기가 아무리 커도 의미를 두기 어렵습니다. 반면에 작더라도 그것이 계획된 것이고 지속적인 성과라면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속적인 성과는 모두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과 부합할 때 나타납니다. 우리는 종종 이런 말을 듣습니다.

“성과가 부진한 임원은 봐 줄 수 있어도 철학이 다른 임원과는 같이할 수 없다.”

많은 최고경영자들이 자신의 후계자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아무리 유능해도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를 부정하거나 창업자와 최고경영자의 경영 철학을 폄훼하는 직원에게 회사의 미래를 맡기지는 않습니다. 그런 직원이 내는 성과는 절대 지속적일 수 없고 그가 이끄는 조직은 창업자나 최고경영자와 무관하기 때문입니다.

임원 평가와 관련해 또 하나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은 충성심입니다. 특히 한국 기업에서 오너나 최고경영자가 임원 선발과 배치에서 마지막까지 들여다보는 것은 바로 충성심입니다. 한국 기업의 오너들은 대개 임원을 자기 재산의 관리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믿고 맡길 수 있느냐’를 핵심적인 잣대로 삼습니다. 충성심은 평상시에는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직이 위기 상황에 처할 때 충성도에 따라 임원의 행동은 천양지차로 달라집니다. 회사의 진로는 위기가 변곡점입니다. 이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회사의 모습이 크게 바뀌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오너나 최고경영자들은 임원들의 충성심을 매우 중시합니다.


믿을 수 있는 임원들의 조언도 큰 도움
충성심이 있는 간부들에겐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시쳇말로 ‘몸을 날린다’고 합니다. 자신의 네트워크를 조직에 통째로 집어넣고 자신이 회사의 주인인 것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습니다. 부하 직원들은 그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다 압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성과도 그런 간부가 냅니다. 그래서 사업을 크게 일군 경영자들은 임원을 선발할 때 이 조건을 절대 양보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이 조건을 갖춘 간부라면 언젠가는 꽃을 피울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당장은 부족하더라도 그가 성과를 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임원 선발과 관련해 한 가지 팁을 드린다면 믿을 수 있는 임원들에게 마음에 두고 있는 후보자의 평을 듣는 겁니다. 대부분의 오너나 최고경영자들은 주변에 자신이 신뢰하는 임원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이 원로들인데 회사 ‘이너 서클’ 멤버이기도 합니다. 최고경영자들은 인사 때 이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임원은 기본적으로 최고경영자의 후계자가 될 사람들입니다. 귀하의 후계자라고 생각한다면 조금 더 판단하기가 쉬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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