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망 2014 정치·사회] 박근혜 정부의 공약 사업 논쟁 본격화
입력 2013-11-13 11:13:39
수정 2013-11-13 11:13:39
6월 지방선거가 정치 분수령…4대강 사업 타당성 검증도 이어질 듯
2014년의 한국 사회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 사업 이행에 따른 논란, 사업을 위한 세수 확보 등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일 것으로 각 분야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그리고 2014년에 있을 지방선거가 박근혜 정부의 중간 평가로 정국의 흐름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우선 2014년 정치 지형은 2014년 6월 4일에 있을 지방선거가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대 총선은 2016년 예정이므로 박근혜 정부 임기 후반기에 치러진다.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기자는 “대통령 임기의 마지막 해가 실제로 2017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중간 평가가 아니라 정권 평가 선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방선거 승패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결정된다는 의미다.
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참패하면 조기 레임덕까지 올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반대로 여당이 승리하면 박 대통령은 정국을 장악하고 제1야당인 민주당의 위축이 불가피하다. 두 경우 모두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본격 정치 세력화에 영향을 준다. 광역자치단체장 16곳 중 서울·수도권·충청 지역이 박빙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승부는 이 지역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에 대한 전망을 각 부문별로 살펴보면 교육에서 2014년 이슈는 첫째,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칠지와 사회 및 교육 환경 변화로 교육계에 어떤 파장이 일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김흥주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은 설명했다. 현 정부는 각종 교육 사업 공약 사업을 우선적으로 실천할 것이지만 2014년엔 예산 미확보로 상당 부분 지연 내지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교육 예산에 따르면 고교 무상 교육 도입은 예산이 전혀 편성되지 않아 지연이 불가피해질 것이고 세수 부족으로 현 정부 내 완전 실현도 불투명하다. 무상 급식, 학교 신설 및 노후 재건축 사업 등 사업도 전면 재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사회 및 교육 환경의 변화를 보면 2014년 6월 지방선거로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논란이 재발될 것이고 교육감 자격 기준 및 교육의원제 폐지가 이미 결정된 상태에서 교육계의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복지 관련 증세 논쟁 ‘2라운드’
박근혜 정부의 공약 사업과 결부돼 있는 부분은 바로 복지다. 2013년은 무상 보육, 4대 중증 질환 보장, 기초연금 등 대선 복지 공약들이 차례로 이슈화되면서 복지 재원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게 불붙었다. 당초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2014년 경기 침체 지속에 따른 세수 부족 현상의 장기화를 피할 수 없다면 제도 개편과 본격적인 증세 논의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이성규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진단했다. 기초연금 문제를 정점으로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한국 복지의 조세 개편 논쟁은 그 방법을 어떻게 풀지 제2라운드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노사 관계와 관련해 큰 분기점이 되는 이슈는 지난 11월 5일 있었던 국내 최대 제조업 사업장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선거다. 강성 후보가 전원 탈락했기 때문에 온건파 집권이 예상되며 복수 노조 태풍을 불러오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노병직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2014년 한국 노사 관계는 과거 강성 민주노총 주도의 노사 갈등과는 성격이 달라질 전망이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자의 구조조정 및 내부 기초질서 확립 등 경영 주도의 적극적인 노사 관계 전략이 노사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노 연구위원을 진단했다.
공기업 정책 부문은 2013년 7월 발표된 ‘공공 기관 합리화 정책’의 후속 조치에 2014년이 달려 있다. 박진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은 공공 기관 정책의 화두는 부채 관리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우선 낮은 공공 요금이 공기업 부채의 주요인이 되고 있어 2014년에는 전력·가스·지역난방·철도·지하철·도로·물·주거 등 각종 공공 서비스의 ‘제값 받기’ 논의가 예상된다. 공공 요금 인상은 공기업의 방만함에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정부도 국민 설득을 위해 공기업 예산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박 소장은 내다봤다.
인구도 2014년 구조 변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 인구의 중위 연령이 최초로 40대에 진입하기 때문이다. 2013년까지 한국인의 중위 연령은 30대에 머물렀으나 2014년 40.2세가 된다. 그만큼 한국인이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김승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생산가능인구의 변화를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전체 생산가능인구는 증가하지만 이는 50~64세 연령층 증가에 의한 것이고 젊은층인 15~24세, 25~49세 연령의 인구는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생산연령인구로 간주되는 25~49세 인구는 2013년에 비해 20만6000명이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생산성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동북아 군비 경쟁 가속화
환경 부문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유산으로 꼽히는 4대강 사업의 타당성 검증이 2014년을 뜨겁게 달굴 사안이다. 국무조정실에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가 설치됐지만 중립성과 조사 방식의 객관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해마다 대규모 녹조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고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밝혔다.
2013년 하반기 및 2014년 주택 시장을 가장 크게 좌우할 변수는 4·1 대책과 8·28 대책의 국회 통과 여부다. 취득세 인하에 대해 여야의 큰 이견이 없는 만큼 국회에서 통과가 이뤄진다면 주택 거래량을 증가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양해근 삼성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전망했다. 반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는 여야 간 뜨거운 감자다. 2013년 안에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2014년부터 다시 중과세가 적용될 예정이다.
문화예술 부문에서 2014년 눈여겨봐야 할 변수는 스마트 콘텐츠의 성장 지속 여부, 유통 채널로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역할, ‘한류’의 지속 가능성이라고 고정민 홍익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짚었다. 스마트 콘텐츠는 2014년 높은 성장이 예상되며 앞으로 당분간 연평균 성장률이 세계적으로 18.8%, 국내에서 22%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이슈를 넘어 대외 환경을 살펴보면 2014년의 세계 안보 정세는 2013년과 별다른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전망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국내 문제에 많은 역량을 쏟아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큰 분쟁을 일으킬 소지는 크지 않다고 김영호 국방대 교수는 내다봤다.
다만 중국의 부상에 일본은 군사력 증강을 추진하고 있어 동북아 지역의 군비 경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북한의 지속적 핵개발과 권력 승계 공고화 여부가 또 다른 동북아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표면적으로 순조롭게 보이지만 북한의 권력 승계 과정이 아직 완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최소 수년간은 갑작스러운 북한 내부의 권력 불안정 사태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외교 관계에 대해 김성주 성균관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동북아 지역의 군비 경쟁이 우리를 옥죄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남북한 관계에 전향적이고 실질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