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망 2014 재테크] 자산의 연금화 ‘가속’… 안정형 ‘인기 쭉’

주택  거래 정상화 정책 예상돼, 중국 등 아시아 미술품 시장도 유망

2014년 재테크 트렌드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저성장·저금리·고령화 기조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저금리는 자산 시장의 상승세와 맞닿아 있었다. 주식과 부동산의 상승세로 저금리는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레버리지 수단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금융 위기 이후 사정이 크게 바뀌었다. 투자자들의 리스크를 대하는 태도가 보수화되면서 안정적인 자산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금리가 낮아졌는데도 적극적인 레버리지를 일으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 사회는 인구구조의 변화라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 인구 3분의 1을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급속하게 늙어가며 자산 시장에 폭넓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에 따르면 자산 운용은 연금 자산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일차적으로 금융시장의 연금화가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금화는 종신연금이나 월 지급식 펀드 등 노후에 현금 흐름을 발생시키는 자산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개인연금·국민연금·주택연금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2008~2012년까지 국민연금과 사적 연금은 300조 원이나 증가했고 주택연금은 같은 기간 12배, 월 지급식 펀드는 2011년 9000억 원에서 3조 원으로 늘었다. 이와 함께 변동성이 낮으면서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안정형 자산에 대한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014년 코스피는 추세적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은 2014년 주식시장을 지배할 패러다임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 유럽과 중국을 포함한 신흥 시장 경제권의 회복이다. 특히 유럽은 2014년 마이너스 성장을 마감하고 플러스 성장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한국 경제의 성장과 이에 따른 금리 상승이다. 부진했던 경제권의 회복과 미국 경제의 순항은 결국 한국 경제 회복의 발판이 될 수 있다. 한국 경제도 2014년 최소 3.5% 수준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회복 기대감에 따른 금리 상승이라면 주식시장으로 국내 자금 이동이 나타날 수 있다. 2014년 코스피는 대략 2400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닥 시장의 유망 업종을 살펴보자. 2014년 코스닥 유망 업종 선정은 먼저 주식시장 전체 패러다임에서 접근할 수 있다. 국내 자금의 주식시장으로의 이동 관점에서 코스닥 시장은 낮은 주가순자산배율(PBR)주들의 상승이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지주회사들이 꼽힌다. 소재·산업재·금융주 역시 저 PBR주에 속한다. 조윤남 센터장은 코스닥 니치마켓 관점에서 중국 로컬 ‘스마트폰 부품 관련주’, 중국 수요에 기반한 ‘자동차 부품 업체’, 해양 플랜트 증가와 상선 수주 회복 수혜가 예상되는 조선 기자재 업종을 유망주로 꼽는다.


국내 자금, 주식시장으로 이동
파생 상품 시장의 희망의 불씨는 ‘야간 거래’에서 찾을 수 있다. 야간 거래는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거래되는 시장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선진국 증시의 의존도가 증가함에 따라 야간 거래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는데, 야간 거래가 정규 거래와 동일한 거래 승수인 50만 원을 적용받고 있어 개인 투자자 중심의 투기성을 유인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따라서 야간 거래는 미니(mini) 선물이 상장된다면 더 많은 유동성을 유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주가연계증권(ELS)은 저금리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금융 상품이었지만 폭발적 성장세는 어려워 보인다. 상장지수펀드(ETF)는 파생 상품형이 지배하고 있다. 레버리지와 인버스가 전체 ETF 거래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마지막으로 주식워런트증권(ELW)은 여전히 규제 리스크의 장벽에 가로막혀 있어 2014년 여전히 어두울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자산 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시작된 중·장기 사이클의 후반기로 넘어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프라이빗뱅킹(PB) 시장에선 이런 흐름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지역·통화·자산에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한편 자산 가격의 방향성에 대한 예상보다 자산 가치에 무게를 투는 투자 관점에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에 이어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자. 2013년 주택 시장의 화두는 ‘치솟는 전셋값’이었다. 정부가 장기 저리 모기지나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당근책을 제시해 매매 시장의 분위기를 띄워 보려고 했지만 전셋값 상승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이에 따라 2014년 부동산 정책은 주택 거래를 정상화해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하기 위한 주택 구입 지원 제도(모기지 제도)가 지속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셋값 고공행진 속에서 아파트 매매 거래가 조금씩 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2014년 아파트 시장은 실수요자가 서서히 나타나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가 시장은 ‘착한 가격’과 ‘실속 투자’가 2014년의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공급자 위주의 일방적 시장가격이 투자자 위주의 시장가격으로 전이되고 있듯이 투자자가 수긍할 가격으로 공급하는 착한 가격 트렌드가 주택 시장에 이어 상가 시장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5년까지 오피스 공실률 상승
2014년 오피스 시장에선 다양한 청진지구 오피스 개발 프로젝트 완공이 예정돼 있다. 중심업무지구(CBD)의 신규 빌딩 공급이 이어져 임차인에게 유리한 시장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주기 관점에서 향후 2년간 예정된 신규 공급량을 볼 때 2015년까지는 공실률 상승이 예견된다.

올 한 해 뉴타운 재개발 시장은 전반적인 시장 침체에 다른 출구전략과 분양 물량의 증가라는 상반된 현상이 빚어졌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재개발 시장의 사업성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데,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조합과 시공사 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분양이 장기화되면서 조합과 시공사는 분양가를 낮췄고 개별 조합원이 분담해야 할 분담금은 늘어나고 있다. 2014년에도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주목할 점은 지난 40년간 이어졌던 전면 철거 방식의 재개발 사업이 쇠퇴하고 점차 도시 재생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재개발 뉴타운 지구에서 해제된 구역은 주거 환경 관리 사업과 같은 도시 재생 사업으로의 전환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전세 시장이다. 전세난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가격 불안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 일부는 전셋값 상승 압박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수도권은 입주량 부족, 임차 수요 집중에 따른 가격 불안 요인으로 안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다만 세입자들의 월세에 대한 저항감과 매물 증가로 월세 공급이 증가하다 보니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전환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고 2014년에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4년 경매시장은 경매 물량이 최고치로, 입찰 참여자도 느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경매 물량이 2014년 상반기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실제 2013년 9월 현재 경매 진행 건수는 9만 7668건으로 2006년 11만 건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2014년은 혁신도시의 이전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서울 지역과 경기 지역의 공공 기관이 대규모 이전하게 된다. 이에 따라 세종시 토지 지가 만큼은 아니더라도 지역의 토지 시장에 분명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춘우 신한금융투자 투자자문부 팀장은 서울·경기와 가까운 원주혁신도시를 성장이 기대되는 지역으로 꼽았다. 진천·음성혁신도시는 정보기술(IT)·생명공학기술(BT) 산업의 테크노폴리스·오창과학산업단지와 ‘바이오토피아 충북’을 기반으로 다른 혁신 도시에 비해 개발 속도가 늦지만 관심이 집중되는 지역이다.

부동산 세금 관점에서는 근로자와 자산가의 세금 부담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서민·중산층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하되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고 지하경제 양성화 등 과세 기반을 확대해 향후 5년간 조세 부담률을 21% 내외로 조정할 계획이다. 부동산 관련 세제는 큰 변동은 없지만 비과세 및 감면 조건의 강화를 통해 세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가격 회복이 불투명한 고가 주택 장기 보유자 중 단기간 처분 계획이 있다면 2014년까지 마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부동산 시장 ‘맑음’
해외 부동산에서는 중국 부동산 시장을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경제성장이 주춤하는 와중에도 집값은 끊임없이 오르는 상황이다. 중국 증시가 장기 침체를 거치면서 시중의 여유 자금이 대거 부동산 쪽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펀드 쪽에서는 성장형보다 섹터 펀드의 활성화 조짐이 보인다. 이용규 미래에셋증권 상품기획팀장은 “현시점에서는 저성장 국면에서 차별적 성과 창출이 기대되는 가치주 및 고배당주 섹터 중심의 선별적 펀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펀드에서는 ‘해외 채권형 펀드’의 신규 투자 비중을 축소할 것을 곽재혁 NH농협은행 매니저는 추천한다. 2014년 가장 매력적인 해외 펀드 투자처로는 경기 회복에 따른 직접적 수혜가 예상되는 선진국 증시를 꼽을 수 있다. 특히 독일·프랑스 등 선진 유럽 증시의 전망이 밝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로존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2년 만에 기준선인 50을 넘어서며 연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타 국가에 비해 독일·프랑스의 일드 갭(주가순이익률-국채금리)도 높고 PBR도 낮아 투자 가치가 매력적이다. 이와 함께 랩어카운트 부문에서는 성장주 중심의 자문형 랩의 부활과 ELS랩의 부상이 2014년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은 모두 과거 대비 낮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개정 세법이 시행된 2013년 2월 이후 저축성 보험의 신규 수요가 급감했다. 화재·해상보험 등 전통적인 일반 손해보험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성장세가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 산업의 부진 속에서도 생명보험의 암, 손해보험의 상해·질병 등 보장성 보험의 성장세가 살아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2014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술 재테크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올 한 해 뜨거웠다. 2010년을 기점으로 미술 시장에서 중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미술 시장에 대한 투자는 2014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김현희 서울옥션 경매사는 아시아 미술 시장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온라인을 통한 미술품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 볼만한 포인트다.

마지막으로 금을 살펴보자. 금값을 전망할 때는 금 공급과 수요를 살펴봐야 한다. 오인석 KB국민은행 WM사업부 팀장은 급값이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없다며 중·장기, 분산투자가 바람직하다고 전망한다. 자신의 전체 자산에서 5%가 넘지 않게 투자하되 단기 차익보다 분산투자 차원에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금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원화 자산 위주로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금 투자가 통화 분산으로 의미가 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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