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_일본] 편의점 업계에 부는 드립 커피 열풍

2013년 히트 상품 1위…저가·고급 제품 무기로 커피 시장 잠식 중

커피도 이제 ‘편의점 시대’가 도래했다. 카페에서 마시거나 테이크아웃으로 즐기던 비교적 고가의 드립(drip) 커피 시장에 판도 변화가 목격된다. 도전장을 던진 건 편의점이다. 뒤늦게 세븐일레븐도 뛰어들면서 기존의 카페 커피를 뛰어넘을 만큼 맹렬하게 성장 중이다. 대형 편의점의 가세로 확대 보급이 일단락된 올해 편의점 드립 커피는 히트 상품 1위에까지 올랐다. 이종 업종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얻어 성장하려는 편의점 업계가 최근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게 드립 커피다. 판매 가격과 메뉴 구성 등은 달라도 효자 상품인 것은 업계 공통이다.


<YONHAP PHOTO-1478> People walk out from a FamilyMart convenience store in Tokyo November 25, 2010. FamilyMart Co, Japan's third-largest convenience store chain, will freeze the size of its loss-making U.S. business as it assesses its expansion strategy in the country, FamilyMart's President Junji Ueda told Reuters in an interview on Thursday. REUTERS/Yuriko Nakao (JAPAN - Tags: BUSINESS)/2010-11-25 17:23:16/ <????沅??? ?? 1980-2010 ???고?⑸?댁?? 臾대? ??? ?щ같? 湲?吏?.>

최근 일본 편의점의 변화 중 돋보이는 것은 단연 드립 커피다. 계산대 옆에 전문 기계가 설치돼 고객 주문에 맞춰 현장에서 직접 커피를 끓여 컵에 따라 주는 구조다. 카페와 동일 시스템으로 캔 커피에 비해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애초 실험 삼아 설치·판매했지만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편의점의 유력 품목으로 급성장했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A급지 등에 우선해 도입했지만 지금은 전국적으로 설치 요청이 줄을 잇는다. 대형 편의점은 대부분이 전체 점포에서 설치가 완료됐지만 도입하지 못한 편의점도 조만간 끝날 전망이다.

편의점이 직접 내린 커피에 적극적인 이유는 불황 타개의 중대 품목이 될 수 있다고 봐서다. 과거 편의점의 매출 주역으로 집객 효과까지 확실했던 담배와 잡지 등 주력 아이템의 급격한 매출 하락이 목격되면서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드립 커피는 편의점의 미래 성장을 이끌 유력한 차기 모델로 손꼽힌다. 편의점 매출을 과거 5년에 20% 이상 올려줬던 담배의 판매 호조는 한풀 꺾였다. 전체 매출의 25~30%를 담당해 왔던 알짜 품목이었지만 흡연 인구가 줄면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그간 상당한 신장률을 올려 왔던 도시락·반찬거리 등도 마찬가지다.



높은 이익률 기반 박리다매 전략
수년 전부터 급속도로 침투한 편의점 자체 브랜드(PB)의 후식 품목이 매출 증진에 기여했다는 경험도 주효했다. 많은 고객층에 인정받으면 집객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경험 법칙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기대감이 높다. 일부는 드립 커피와 맞물려 전용 후식 브랜드에까지 출시했다. 고무적인 것은 잠재력이다. 카페 등 기존 점포에서 고객을 빼앗거나 단순히 매출에 더해지는 것에 멈추지 않는다. 파급효과 덕분이다. 결국 새로운 금맥을 둘러싼 갈증이 드립 커피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쏠쏠하게 이익을 챙겨줄 유망 상품의 선두 주자로 부각된 것이다.

뺄 수 없는 인기 비결은 가격 메리트다. 합리적인 가격 정책이 편의점 드립 커피의 인기 뿌리다. 일례로 ‘핫 피R(세븐일레븐)’는 업계 최저가인 100엔에 팔린다. 전문 머신을 전체 점포에 도입해 잔마다 원두를 갈아 만들도록 했다. 유명 디자이너에게 맡겨 스타일이 좋다는 평가다. ‘브랜드커피M(로손)’은 180엔으로 제일 비싸지만 거리 카페를 지향하며 풍부한 메뉴와 접객 서비스로 소문이 났다.

편의점의 커피 시장 도전 역사는 처음이 아니다. 과거 10년에 걸쳐 수차례 도전했지만 축소·철퇴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최대 매력은 높은 이익률 때문이다. USB증권에 따르면 편의점 취급 상품의 평균 원가율은 70%이지만 드립 커피는 그보다 원가가 낮다. 약 20%대 전반대로 알려졌다. 100엔대의 판매 가격으로도 충분한 이익률이 보장된다. 박리다매다. 또 유통 확보, 기계 개발 등 업무 제휴로 원가율을 낮추려는 경쟁이 치열해 원가율은 더 낮아지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기존 기계보다 가격을 4분의 1로 낮춘 커피 머신도 개발했다.


반품·소각 비율 낮고 추가 구매 효과
편의점이 유망 카테고리로 선정한 신선 식품의 반품·소각 비율이 높기에 그 벌충을 위해서도 이익률이 높은 드립 커피를 놓칠 수 없다. 드립 커피는 식품에 비해 압도적으로 손실 비율이 낮다. 주문 착오만 없다면 이론적으로 폐기 물량은 제로다. 캔을 비롯해 기존의 커피 품목과 부닥칠 확률도 낮다. 비슷한 커피이기 때문에 충돌이 없을 수는 없지만 미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플러스 효과가 더 크다는 반응이다. 드립 커피를 사러 왔다가 또 다른 판매 증가로 연결되는 기대 효과다. 즉 빵·디저트 등 추가적인 판매 증진으로 연결된다는 얘기다. 객단가(1인당 평균 매입액)를 올리는 효과다. 특히 아침이면 주먹밥 등과 함께 결제하는 고객이 압도적으로 많다. 재미난 건 같은 음료수와의 병행 구입이다. 생수·차·주스와 함께 커피를 사는 형태다. 이를 통해 추가적인 확장 전략이 가능하다. 편의점의 장점인 다양한 판매 물품과 엮어 할인할 수 있는 기회 확보다. 높은 가격탄력성이다. 계절에 맞춰 강화하고 싶은 상품과 드립 커피를 함께 묶어 할인 판매로 추가 수익을 얻자는 얘기다. 편의점의 상품 수는 대략 3000가지에 이른다.

평균 40%대인 편의점 여성 고객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도 드립 커피는 유용하다. 실제 대부분의 편의점은 여성 고객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메뉴인 라테 종류를 늘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가령 훼미리파트가 좀 더 비싸게 마련인 라테를 브랜드와 똑같이 150엔에 설정한 건 전략적인 가격 정책이다. 여성 고객이 반복 방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제 여성의 커피 고객 중 60%가 라테 메뉴를 고른다. 세븐일레븐도 캔커피는 남녀 비율이 72%, 28%이지만 드립 커피는 54%, 46%로 변화했다.



신규 고객의 타개만이 아니다. 드립 커피는 고객의 추가적인 성향 분석에 큰 힘이 된다. 요컨대 빅 데이터의 활용이다. 가령 로손은 회원 수 5000만 명을 자랑하는 포인트카드(Ponta카드)를 제시하면 드립 커피를 30엔 할인해 준다. 구매 고객의 90%가 카드 회원으로 알려졌다. 미니스톱은 일종의 전자머니(WAON카드)로 결제하면 30엔의 할인 효과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드립 커피의 반복 구매율이 40%에 이른다는 점을 분석했다. 5%대의 도시락·반찬, 10%대의 케이크 등에 비해 아주 높다. 습관성이 있는 커피이기 때문에 카드를 가질 동기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미지 제고에도 좋다. 편의점의 판매 환경은 청결하고 조용하며 최근엔 몸에 좋은 신선 제품까지 구비했다는 점에서 우호적이다. 이때 드립 커피의 향이 점포 이미지를 높이는 건 불문가지다. 기존의 특징적인 냄새 품목이던 어묵에 맞서는 대항 아이템으로 손색이 없다. 커피향이 점포뿐만 아니라 밖에까지 풍기면 내점 의욕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판촉 효과를 강화시킨다.

성장 기반은 넓은 편이다. 여전히 편의점 커피를 접해 보지 않은 잠재 고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커피를 월 1잔 이상 마시는 사람 중 37.8%만이 편의점 커피를 마신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라이프미디어리서치뱅크). 물론 이 수치만 놓고 봐도 편의점 커피의 붐을 확인할 수 있다. 아직 이 커피를 제공하지 않는 편의점이 꽤 있는 데다 편의점을 활용하지 않는 고객까지 포함된 수치이기 때문이다. 결국 본격 보급이 최근 1~2년이었다는 점에서 향후의 추가적인 이용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를 뒷받침하듯 편의점 커피의 반복 구매 의지는 무려 85.7%에 달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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