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연구에서 마켓 바스켓 분석
Based on “Using Market Basket Analysis in Management Research” by Herman Aguinis, Lura E. Forcum and Harry Joo(2013, Journal of Management, 39(7), pp. 1799~1824)연구 목적
대형 마트에 가면 아기용 기저귀 옆에 맥주가 진열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상품 간의 관련이 없어 보이는 아기 기저귀와 맥주를 나란히 놓은 이유는 널리 알려진 것처럼 젊은 남성 고객 중 이들 품목을 같이 구매하는 이가 많아서다. 맥주를 좋아하는 아기 아빠인 고객이 기저귀를 사면서 눈길을 돌려 바로 옆의 맥주까지 장바구니에 나란히 담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함께 팔리고 있는 품목을 발견해 상품 배치에 활용하는 마켓 바스켓 분석(MBA: Market Basket Analysis)의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인디애나대의 허먼 아귀니스와 루라 포르쿰, 해리 주로 이뤄진 연구팀은 매니지먼트저널에 ‘장바구니 분석’으로도 불리는 마켓 바스켓 분석에 대해 집중 조명한 논문을 발표했다.
마켓 바스켓 분석이라는 용어는 유통 점포에서의 소비자 구매 행동에서 유래했다. 슈퍼마켓에서 소비자가 어떤 물건을 함께 장바구니에 담는지 살펴본 데 어원을 두고 있다.
연구 대상
마켓 바스켓 분석은 ‘연관 규칙(Association Rules) 분석’ 또는 ‘연관 관계(Affinity) 분석’으로도 알려져 있다. 어떤 사건과 일, 행동이 같이 일어나는지 알아보는 분석법이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데이터 마이닝(Data-mining) 기법 중 하나인 마켓 바스켓 분석의 의미를 설명하며 그 효용성을 제시했다. 또한 마켓 바스켓 분석 기법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단계별로 제안했다. 특히 경영 분야에서도 마케팅에 이 기법이 주로 사용돼 온 가운데 최근에는 다른 영역에서도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하며 경영 외의 분야에서 사용되는 사례를 제시했다. 생물정보학과 핵 과학, 약물역학, 면역학, 지구물리학 등이 마켓 바스켓 분석이 쓰이는 경영 외 부문이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마케팅 외 다른 경영 분야에서의 마켓 바스켓 분석의 효능을 설명했다.
연구 방법
이 논문의 연구진은 마켓 바스켓 분석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그동안 이 분석을 다뤄 온 기존 문헌을 연구하는 방법을 택했다. 마켓 바스켓 분석을 처음 거론한 학자는 1993년 라케시 아그라왈(Rakesh Agrawal)과 이미엘린스키(Imielinski), 스와미(Swami)다. 아그라왈 등은 컴퓨터 관련 과학자로, 소비자의 구매 데이터에서 연관된 규칙을 찾을 수 있다고 봤다. 그 뒤 마켓 바스켓 분석 기법은 마케팅 분야에 빠르게 확산됐고 특히 유통 기업이나 소비재 회사에서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케이크를 집에서도 만들 수 있도록 준비된 ‘케이크 믹스’ 제품과 케이크에 마무리 재료를 바르는 ‘아이싱’ 제품은 소비자가 함께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 두 제품 중 하나의 가격만 내려도 두 가지 제품의 판매율이 모두 오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케이크믹스와 아이싱’ 외에도 상호 보완적인 제품의 사례는 여러 가지가 있다. 주류 종류 중에서 진을 구매한 고객이 토닉과 레몬을 사거나 정장을 구입한 소비자가 넥타이나 셔츠를 함께 사는 경우다.
이처럼 상호 보완적 관계의 제품들부터 외관상으로 봤을 때에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기저귀와 맥주 등의 상품에까지 마켓 바스켓 분석을 적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상품 간의 어떠한 배치나 가격 책정이 가장 잘 팔리는 조건이 될 수 있을지 의견이 분분했다. 반면 최근에는 데이터가 축적되고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면서 특정 세그먼트의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판매 환경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연구 결과
그렇다면 마켓 바스켓 분석을 적용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연구진은 6가지의 단계, 즉 ①마켓 바스켓 분석의 도입 적합성 결정 ②트랜잭션 규명 ③데이터 수집 ④마켓 바스켓 분석 필요 요소 체크 ⑤연관 규칙 도출 ⑥연관 규칙 해석으로 그 방법을 제안했다.
먼저 첫 번째 단계의 마켓 바스켓 분석의 도입 적합성을 결정하는 단계에서는 이 분석이 다양한 데이터에 적용 가능하지만 리커트 척도로만 이뤄져 있는 데이터에는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부분을 인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설문 조사에 자주 사용되는 리커트 5점 척도의 경우 ‘매우 그렇다-그렇다-보통이다-그렇지 않다-매우 그렇지 않다’ 중 하나에 응답자가 견해를 표시하도록 한다. 그 결과 얻은 반응 값은 총점 또는 평균 등으로 파악하게 되는 가운데 다른 데이터 없이 리커트 척도로만 구성된 자료만으로는 타 규칙과의 연관 관계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단계에서의 트랜잭션은 통상적으로 정보의 교환이나 데이터베이스 갱신 등 일련의 작업들에 대한 연속 처리 단위를 의미한다. 마켓 바스켓 분석에서의 트랜잭션은 소비자 또는 임직원의 선택 등을 뜻한다. 가령 소비자가 대형 마트를 방문해 장바구니 안에 물건을 담았을 때 장바구니에 담긴 구매 물건이 트랜잭션의 실례가 되는 개념이다.
세 번째 단계를 거쳐 데이터를 수집한 뒤 네 번째 단계에서는 마켓 바스켓 분석에 필요한 요소를 체크해야 한다. 그 필요 요소로는 먼저 데이터에 담긴 트랜잭션의 수가 분석이 유의미하도록 충분히 많아야 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필요 요소는 데이터에 ‘무응답’으로 처리돼 담긴 자료가 있더라도 의미 도출이 가능한 데이터여야 한다는 사항이다.
인적자원(HR) 관리 분야에서의 데이터로 종업원의 복리후생 선택을 설문 조사를 통해 도출했을 때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종업원이 다른 특정 의도를 가지고 무응답으로 기입한 것이 아니라 업무가 바빠 설문지에 기입할 시간이 없었다는 이유였다면 그 데이터는 의미를 지닐 수 없다는 얘기다. 다섯 번째 단계와 여섯 번째 단계인 연관 규칙을 도출하고 해석할 때에는 적합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최근 마켓 바스켓 분석을 포함한 데이터 마이닝 분야에서의 소프트웨어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갖고 사용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사점
연구진은 마켓 바스켓 분석의 효용성을 설명하며 마케팅 외 다른 분야에서의 이점을 역설했다. 경영에서의 인적자원 관리에서 직원 복리후생, 조직 행동, 그 밖에도 기업가 정신, 전략 경영 분야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등의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
특히 저자들은 마켓 바스켓 분석을 기반으로 경영 연구에서 ‘사용할 수 없고(unuable)’, ‘정돈되지 않은(messy)’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령 인적자원 연구에서 직원의 성과, 교육 기회, 복리후생 등에 관한 데이터를 확보했지만 특정 연구를 목적으로 수집하지 않았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마켓 바스켓 분석을 통해 이들 데이터 간의 연관성을 밝혀내면 의미 있는 데이터의 재조합으로 빛을 발하게 된다.
또한 마켓 바스켓 분석은 다양한 변수 분석에 적용 가능하므로 미시(micro) 영역과 거시(macro) 영역을 이어 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또한 이론과 실무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도 한다. 경영에서의 미시 분야인 조직 행동과 인적자원 관리, 조직 심리학과 거시 분야인 기업가 정신, 전략, 조직 이론 사이의 간극을 마켓 바스켓 분석이 채워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효정 삼정KPM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hyojunglee@kr.kpmg.com